피해자 "김학의·윤중천 모습에 억장 무너진다"

박정훈 입력 2020. 9. 24. 19:48 수정 2020. 11. 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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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윤중천 올해 대법 판결 예상.. 변호인단 "검찰은 부실 기소, 법원은 '성인지감수성' 결여"

[박정훈 기자]

 
 24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김학의·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 라운드테이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 발언하고 있다.
ⓒ 박정훈
"여섯 번이 웬 말입니까? 제가 센 것만 해도 100회가 넘는데"

'김학의-윤중천 성폭력 사건' 피해자 공동 대리인단의 이찬진 변호사는 "피해자가 김학의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횟수를 검찰이 아무런 근거 없이 '6회'로 축소해서 발표했다"며 분통읕 터트렸다. 

24일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김학의·윤중천 등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둘러싼 쟁점 및 해결방안' 라운드테이블에서 이 변호사는 2019년 '김학의 사건 재수사단'의 사건 조사가 "검찰 조직 비호에 급급한 수사였다"고 비판하면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을 뇌물죄로 기소한 사실을 '식구 감싸기'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자신이 K(김학의 지칭)를 접대한다는 인식이 없었으며, 그러한 의사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를 입었다"라며 "성폭력범죄의 특수성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고려조차 없이 성폭력 피해를 물화하고 '뇌물'로 둔갑시켜서 기소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는 피고인(윤중천씨)이 성접대를 강요한 여러 사람중 K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입었다"라며 "2006년 7월을 시작으로 11월부터 매주 2~3차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는 진술은 현재까지 일관되게 이어져오고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6회로 특정할 수 있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검찰은 2006년 7월경부터 (피해자에 대한) '완성된' 억압과 실력적 지배 관계를 공소내용에서 아예 배제했다"라며 부실하고 왜곡된 공소 제기를 통해 김학의 법무부 전 차관과 윤중천씨가 재판과정에서 면죄부를 받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김 전 차관은 뇌물죄 혐의에 대해서 1심에서 무죄를 받고 풀려났으며, 윤중천씨는 사기와 공갈미수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인정됐으나 특수강간과 강간치상 등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만료' 등으로 사실상 무죄를 선고 받았다.

윤중천 1·2심, 무엇이 잘못됐을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억대 금품을 주고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2019년 5월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유성호
이날 행사는 윤중천씨의 성범죄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여성계 인사들과 피해자 변호인단 등이 모인 자리였다. 비대면 행사였지만,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약 180명이 함께 했다. 

윤중천 1, 2심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최현정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 신빙성 판단 기준', '강간죄 구성요건인 폭행과 협박 판단' 기준에 대해 법원이 ▲법리 오해 ▲ 심리미진 ▲ 채증법칙 위반 등의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최 변호사는 법원이 피해자의 상황이나 폭력의 양상에 대해서 심리하지 않는 '성인지 감수성'의 결여를 보였고, 성착취 과정에서 윤씨가 준 오피스텔 등을 '대가 관계'라고 판단하는 등 전형적인 '피해자다움'의 잣대로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특수강간등치상' 혐의에 대해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항거불능 상태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으며 ▲ 특수강간 등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의 인과관계를 인정되지 않아서 무죄로 판단했다. 2건의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1년 안에 피해자 고소가 없었으므로 공소 기각하고, 1건의 특수강간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면소' 처리했다. 

그러나 변호인단은 구 성폭력처벌법 제20조 2항(현 제21조 2항)에 따라 '과학적 증거'가 있을 때에는 공소시효 10년이 연장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2006년 겨울 경의 특수강간(당시 비친고죄)의 경우, 변호인 측은 2007년 11월 13일 촬영된 성폭력 사진이 '과학적 증거'가 되어 공소시효가 연장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최 변호사는 '피해자가 성인 비장애인 여성인 경우에는 '폭력'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과소 평가되고 있다"라며 "'대가 관계'를 판단할때 폭행·협박의 '대가'라는 게 가능한가를 묻고, 가해자의 지배와 통제 수단에는 폭행·협박·감시, 그리고 간헐적인 보상이 포함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 피해자 "윤중천 엄하게 처벌해야"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지난해 11월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권김현영 이화여자대학교 한국여성연구원은 "해당 사건은 국제법상 '비인도적 범죄'인 인신매매로 판단할 수 있다"라며 "'자발성' 자체가 쟁점이 될 수 있는 사건이 아니라, 이 사건 자체는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로서 규정되어야 마땅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윤중천과 김학의가 무죄라면 인간의 존엄성이 여성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을 천명하는 판결일 것"이라며 "남성중심 성문화의 적폐를 다시금 승인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이런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인권의 정신이 여성에게도 적용되기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판결은 올해 안에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여성의전화는 윤씨에 대한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라고 촉구하는 의견서를 지난 9일 제출했다.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서명운동도 진행중에 있다. 한편 사건 피해자인 이아무개씨도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했고, 이날 행사에서 내용 중 일부가 공개됐다.

"전 이 두 사람이 법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움 없이 하는 말과 행동들이 너무나 가증스럽고 무섭습니다. 저에게 가해를 했던 그 순간처럼 공포스럽고 무섭습니다. 성폭행 강간범이라는 죄명을 받는 것은 두려우면서, 한 여자의 인생을 권력이라는 힘으로 성폭행·강간으로 무너트리고도 너무나 당당한 두 사람이 절대적으로 용서가 안됩니다. 

또한 이러한 큰 범죄를 행하였으면서도 권력으로 법률을 피해가며 김학의 윤중천이 가족을 지키려 하는 모습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이 두 사람의 거짓말 때문에 제 가족들은 어떠한 고통을 이겨내야 했는지 모릅니다. 이러한 범행을 가하고도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 없고 끝까지 당당하게 김학의 윤중천의 억울함을 토하는 것이 저는 너무나 참기 어렵고 절대적으로 용서를 할 수 없습니다. 판사님 부디 제 탄원서가 외면당하지 않길 기도 합니다. 

2014년 재정신청을 사법부가 받아주시고 제 진심 어린 심정을 잘 알아 주셨다면 하는 마음의 아쉬움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재정신청이 반려 된 후 김학의 윤중천의 죄를 말할 곳이 더 이상 없었습니다. 전 윤중천 김학의로 인해 받은 정신적 장애를 안고 다시 상기시키는 고통 속에서 제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피해자인 저는 스스로 카메라 앞에 서야 했습니다. 숨이 막히는 고통 속에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해야만 했습니다. 

힘 없고 가진 것 없는 저는 김학의 윤중천과 싸움을 하면서 '막강한' '권력'이라는 무시무시한 두 단어와 싸우고 있었습니다. 목을 조여 오는 고통 속에, 꿈만 같은 과거사 조사 과정 역시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사법부의 판결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너무나 가혹한 1, 2심 판결은 저를 주저앉히고 말았습니다. 

판사님 지금 저의 간절함이 무너지지 않도록 현명하신 판결을 해주세요. 윤중천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면 윤중천은 절대 반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저의 간절함을 어찌 전달하여야 할지 너무나 애절하여 눈물만 흐릅니다. 판사님께서 부디 윤중천의 죄를 엄하고 엄중하게 판결하여 주실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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