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의 4대강] 흰수마자는 돌아왔는데 환경부는 왜?
금강에 흰수마자가 돌아왔다.
지난 19일(토)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는 보개방 이후 금강의 생태계 변화를 조사했다.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협조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취재팀은 흰수마자 24마리를 비롯해 많은 토종민물고기들을 발견했다.
흰수마자가 발견된 ‘백제큰다리’ 지점은 2018년에만해도 걸죽한 녹조로 뒤덮이고 썩은 강바닥에서 거품이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곳이다. 그러던 곳이 3년 만에 맑은 여울강에 사는 흰수마자가 서식할 정도로 변화한 것이다. 금강 본류에서 흰수마자가 발견된 것은 올해 들어 세번째. 문재인정부의 보 개방이 생태계복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순천향대학교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방인철 소장은 ‘보 수문을 닫았을 때는 수심이 깊어 흰수마자가 살 수 없었겠지만 수문 개방으로 모래형성이 자연스럽게 된 이후 살기 좋은 여건으로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흰수마자들이 앞으로 금강에서 계속 자리잡고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조만간 백제보의 수문이 다시 닫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백제보 인근의 수막재배 농민들은 지하수를 많이 쓰는 계절에는 보의 수문을 닫아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고 환경부는 농민들과 협의를 할 예정이다. 방인철교수는 “만약 수문이 닫혀 수위가 높아지게 되면 지류하천으로 피신을 해야 할텐데 지류하천으로 이동하기엔 여러가지 장애물도 있어서 흰수마자들이 그대로 살아남을지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백제보 외에도 4대강의 여러 보들은 닫혔다 열렸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때마다 강 생태계 안의 생명들은 계속 뒤바뀌는 서식환경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보를 완전히 해체해 흐르는 강의 모습을 완전히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5일과 28일, 금강과 영산강 보 처리 결정 예정이지만 곳곳에 의지 부족 감지.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라는 중대한 정책과제가 이행 될지는 미지수다. 곳곳에서 정부의 의지 부족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강과 영산강의 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결정할 유역물관리위원회가 9월 25일(금강)과 28일(영산강) 열리는데 환경부 소속 위원들이 대거 보 해체 반대를 선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19년 2월 환경부 산하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는 전문가 조사를 거쳐, 금강 세종보와 영산강 죽산보는 해체, 공주보는 부분해체,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개방하는 보 처리 안을 발표했다. 유역물관리위원회는 이 보 처리 안, 즉 환경부가 만든 안을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할 예정인데, 환경부가 만든 안을 환경부에 소속된 위원들마저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환경부 소속 유역 물관리위원들을 접촉해 사실을 확인했다.
금강유역물관리위원인 박하준 금강유역환경청장은 뉴스타파에 “환경부 안에 반대한다기보다 모니터링을 더 해서 결정하자는 등 보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환경부의 안은 세종보와 공주보를 완전히 혹은 다리만 남기고 부분 해체하자는 것인데 박 청장은 “더 모니터링을 하자”는 입장인 것이다. “그 입장은 사실상 환경부가 제시한 안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냐”는 지적에 박 청장은 “제시된 안이 환경부 안이지만 확정된 안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고 주장했다.
영산강유역물관리위원인 류연기 영산강유역청장은 아예 “환경부의 안이 아니라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의 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한 번도 그 안을 환경부의 입장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그것은 정부 전체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두 위원 말고도 여러 명의 환경부 소속 위원들이 환경부 안과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고 환경부 산하기관의 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자중지란으로 특히 금강 세종보의 경우 보 해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환경단체들의 판단이다.
환경부 소속 고위 공무원들조차 “ 환경부의 안이 아니라 4대강조사평가단 기획위원회의 안일 뿐” 이라고 말하는 보 처리 안이 환경부의 안이 맞는 것인지, 9월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물었다.
○ 양이원영 의원: 이제 4대강 조사평가위원, 평가기획위원회 보 처리 방안이 나온 게 작년 2월달이잖아요. 평가기획위원회 처리방안이 환경부 공식 입장이지요?
● 조명래장관: 예.
○ 양이원영의원: 환경부의 산하기관, 환경부에서 구성한 위원이고 환경부 안이지요?
● 조명래장관: 예 그렇습니다. (중략)
○ 양이원영의원: 제가 제보를 받은 건 뭐냐면, 환경부가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는데 , 환경부 산하기관이 이 위원회에 위원으로 당연직이 20명이 있어요. 거기에 금강유역환경청, 영산강유역환경청장님부터 시작해서 이런 분들이 환경부 공식입장과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라는 제보를 제가 받았거든요.
● 조명래장관: 환경부는 제가 알기로는 환경부 소속기관 위원들은 의견을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중략)
○ 양이원영 의원: 산하단체분들이 환경부와 다른 입장을 내는 것은 없어야된다. 그걸 좀 관리해주셨으면 합니다.
● 조명래 장관: 네. 알겠습니다.
조명래 장관은 산하 기관장들이 환경부의 안을 반대하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이 좌초되느냐 마느냐의 중대한 고비에서 환경부 내부 의견조차 조정하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없는 것인지, 무능한 것인지,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보 처리 주민 찬성 높은데도 반대하는 여당 지자체장.
문재인 공약임에도 의지없는 정부 관리들.
문재인정부의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대목은 더 있다. 유역물관리위원회에 들어가 있는 여러 여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이 환경부의 안에 찬성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춘희 세종시장은 세종보 해체를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이춘희 시장은 두 가지 이유를 말했다. 세종보는 현재 상시개방을 한 상태인데 철거한 상태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것, 또 철거에 대해 세종시민들의 찬반양론이 있으니 좀 더 모니터링을 해서 결정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세종보는 개방 뒤 녹조가 사라지고 생태계가 살아나는 호전양상을 보이고는 있지만 고정보로 여전히 막혀 있는 부분은 보 개방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상태라고 유진수 금강유역환경회의 사무처장은 지적했다. 그는 또 최근 환경부가 한 주민인식설문조사에서 세종시민의 56.6%가 보가 필요 없다고 했고 필요하다는 의견은 32.3%였는데, 이것은 과거 조사보다 훨씬 보 해체 지지가 높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뉴스타파가 확인한 주민인식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대한 국민 지지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의 보 처리안에 대해 2019년 일반국민은 찬성 43.9% 반대 31.2%였는데 2020년에는 찬성 43.1% 반대 26.2%로 찬반격차가 커졌다. 금강과 영산강 수계지역 국민은 찬성 48.8 → 52.4%, 반대 23.8 → 17.2%로, 보가 있는 지역 주민 찬성이 44.6 → 49.7%, 반대가 37.4 → 33.1%로 환경부 제시안에 대한 찬반 격차가 더 벌어졌다.
국민의 지지가 높아졌으면 정부는 좀 더 4대강 재자연화 정책에 자신감을 가져도 좋지 않을까?
그러나 이 주민인식설문조사도 정부가 정책성과를 측정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재자연화를 저지해온 세력의 요구에 밀려 한 것이다. 각 유역물관리위원회의 민간 위원들이 오랜 논의 끝에 환경부 안으로 결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주민설문조사를 반영하라는 요구를 했고 이를 총리실이 받아들인 것이다. 설문조사 결과가 예상보다 훨씬 좋게 나와 무난하게 환경부 안으로 결정되는 상황이 되자 이번에는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소속 위원들이 딴지를 걸고 나선 양상이다.
설사 9월 25일과 28일 각 유역 물관리위원회가 환경부 안으로 결정한다해도 그 결정은 다시 국가물관리위원회로 올라가 논의될 예정이다. 국가물관리위에는 모두 39명의 위원이 있는데 그 중 15명이 정세균 총리를 비롯한 장,차관급 정부 인사와 공공기관장들이다. 신재은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는 환경부 장관은 많은 위원 중 한 명일 뿐이고, 다른 부처들 같은 경우에는 충분히 이 사안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거나 혹은 환경적인 가치에 대해서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특히 정권의 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그런 사인을 읽은 정부 부처의 당연직 위원들이 전향적인 원안 가결을 할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밝혔다. 게다가 국가물관리위원회에는 4대강 사업에 참여했거나 옹호한 전력이 있는 여러 명의 민간위원들까지 포진하고 있다. 그 민간위원들은 모두 청와대와 환경부의 검증을 거쳐 선임된 사람들이다.
이런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청와대는 4대강 재자연화와 관련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을 지킬 의지가 있는 것인가”하는 환경단체와 4대강 재자연화를 염원하는 국민의 걱정과 의문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스타파 최승호 cho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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