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역대급 승부차기의 재구성..기행의 강현무 VS 침착한 조현우

김정용 기자 2020. 9.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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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무 특유의 '기행'이 승부차기 드라마를 만들 뻔했다.

23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0 하나은행 FA컵 4강에서 울산이 포항과 1-1 무승부에 이어 승부차기에서 4pk3 승리를 거뒀다.

두 팀 합쳐 16명이 찬 승부차기에서 단 7명만 성공했다.

이 승부차기의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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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울산] 김정용 기자= 강현무 특유의 '기행'이 승부차기 드라마를 만들 뻔했다. 그러나 스스로 찬 킥을 넣지 못해 주인공은 되지 못했다. 승리를 이끈 골키퍼는 울산현대의 조현우였다.


23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2020 하나은행 FA컵 4강에서 울산이 포항과 1-1 무승부에 이어 승부차기에서 4pk3 승리를 거뒀다. 두 팀 합쳐 16명이 찬 승부차기에서 단 7명만 성공했다. 이 승부차기의 과정을 재구성해본다.

▲ 초반 : 멀쩡한 잔디와 슬슬 광기에 차는 강현무


1번 키커부터 희비가 갈렸다. 비욘존슨이 골대 구석으로 깔끔하게 차 넣은 반면, 일류첸코의 킥이 멋지게 몸을 날린 조현우에게 막혔다. 울산은 2번 키커 원두재까지 골대 중앙으로 쉽게 성공시켰다. 포항의 심동운도 골대 구석으로 잘 차 넣었다.


이때까지는 4명 모두 골대 안으로 킥을 한 점에서 알 수 있듯 페널티 스폿의 잔디가 멀쩡했다. 아직은 정상적인 승부차기였다.


강현무는 경기 중 흥분이 겉으로 잘 드러나는 성격으로 유명하다. 비욘존슨의 킥을 막으려 몸을 날렸으나 아깜게 실패하자, 강현무는 벌떡 일어나더니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 첫 명장면 : 김인성의 파넨카


이미 울산이 앞서고 있기 때문에 모험은 불필요했지만, 김인성은 강현무를 완전히 굴복시키려다 제 꾀에 당했다. 김인성의 파넨카는 너무 낮게 뜨며 강슛처럼 보이는 훼이크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


비디오 판독(VAR) 결과 강현무가 먼저 움직였기 때문에 김인성은 다시 찰 기회를 얻었으나, 이번엔 낮은 킥이 가운데로 쏠리는 바람에 강현무에게 또 막혔다. 강현무가 포효했다. 이어 강상우가 킥을 성공시키고 엠블럼 세리머니까지 하면서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 괴성을 지르는 강현무와 실축 릴레이


울산의 4번 키커 윤빛가람이 나섰을 때, 강현무는 "으아아아악"이라는 괴성에 이어 "호우"라는 마이클 잭슨 식의 소리까지 지르며 키커를 교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침착한 윤빛가람은 구석으로 느리지만 정확한 킥을 차 넣었다. 포항의 이승모도 강하게 구석을 노린 킥을 성공시킨 뒤 하트 세리머니까지 했다.


5번 주니오가 킥을 위해 나섰을 때는 강현무가 괴성과 함께 박수를 마구 치며 광기를 드러냈다. 주니오는 킥을 높이 띄우고 말았다. 이제 포항이 다시 앞서갈 기회였다. 그러나 팔로세비치도 약속이나 한 것처럼 주니오의 킥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는 장타를 날리고 말았다. 팔로세비치의 실축은 주니오가 강현무의 심리전에 당한 게 아니라, 잔디 때문에 공을 띄웠다는 걸 알려줬다.


울산의 6번 키커 정승현이 킥을 할 때는 강현무가 "가운데!"라고 소리를 쳤다. 정승현은 속지 않고 왼쪽 구석을 노렸지만 강현무는 교란작전과 별개로 방향을 눈치채고 또 선방해냈다. 이때까지는 강현무가 승부차기의 주인공이었다.


▲ 주인공이 될 수 있던 순간, '키커' 강현무의 실패


포항의 6번 키커로 강현무가 직접 나섰다. 경기 후 김기동 감독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강현무는 키커 순번에 들 것을 강하게 원했다. 김 감독이 짠 5명의 조합에는 강현무가 없었다. 김 감독은 강현무에게 "만약 5명으로 끝나지 않으면 네가 차라"고 기회를 줬다. 그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실수였다. 조현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강현무가 찬다고 했을 때 '쟤만큼은 막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끝까지 기다리며 막았다"고 말했다. 정면대결만큼은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강현무는 공을 향해 춤을 추듯 괴상한 박자로 뛰어가다가 중앙을 향해 냅다 '후리는' 킥을 시도했지만 조현우의 발끝에 걸리는 바람에 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쳤다. 킥 직후 두 선수는 가벼운 하이파이브를 하며 서로를 인정했다.

▲ 두 번째 VAR 판독과 이어지는 실축


울산의 7번 키커 이동경은 강현무가 도무지 막을 수 없는 강한 킥을 날렸는데, 크로스바에 맞고 땅에 튕긴 뒤 다시 나왔다. VAR 결과 이동경의 킥은 무산됐다.


5번부터 이어진 실축 릴레이는 이미 잔디가 망가졌음을 의미했다. 두 팀 합쳐 6명이 연속으로 킥에 실패했다.

▲ 최후의 선방은 조현우


8번 키커에서 승부가 갈렸다. 울산의 홍철이 왼쪽 하단으로 킥을 밀어 넣었다. 저 멀리부터 달려와서 그 탄력 그대로 골문 구석에 낮게 꽂는 킥이었다. 잔디 상태에 가장 영향을 덜 받을 만한 킥의 종류를 택한 셈이다.


반면 조현우가 최후의 선방을 했다. 송민규의 킥을 조현우가 막아내며 울산이 결승에 진출했다. 강현무가 소리는 더 크게 질렀지만 선방의 횟수는 조현우가 3회, 강현무가 2회였다.


경기 후 조현우는 강현무의 실력과 유쾌함을 인정하면서도 말에 가시를 심었다. "그 상황에서 즐기는 모습을 봤다. 굉장히 멋있었다. 한편으로는, 골키퍼는 끝까지 차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도 오늘 많은 걸 배웠다고 생각한다."


사진=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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