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핫피플] 조현우의 넉살, 강현무와 명승부 후 "골키퍼는 차분해야"

이현민 입력 2020. 9. 24.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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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울산] 이현민 기자= ‘빛현우’ 조현우가 날았다. 신들린 선방쇼를 펼치며 울산 현대의 FA컵 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울산은 23일 오후 7시 30분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2020 하나은행 FA컵 4강(6라운드)서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4-3)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다. 2017년 창단 후 처음으로 FA컵을 들어올렸던 울산이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선포, 결승에서 ‘현대가’ 전북과 트로피를 놓고 맞붙는다. 조현우가 국가대표 수문장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날 울산은 전반 12분 김태환의 백패스 실수가 나왔고, 골문과 거리를 두고 있던 조현우가 볼을 잡지 못해 선제골을 허용했다. 이후 흔들렸지만, 재정비 후 반격에 나섰다. 후반 8분 홍철의 절묘한 왼발 프리킥이 포항 골대를 강타했다. 문전으로 흐른 볼을 김인성이 마무리했다. 이후 조현우는 포항의 연이은 슈팅에 자물쇠를 채우며 골문을 사수했다. 정규시간 90분, 연장 전후반 30분이 모두 흘렀다.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조현우가 첫 번째 키커인 일류첸코의 슈팅을 막았다. 양 선수들의 연이은 킥 실수, 잔디 문제까지 겹쳐 결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3-3으로 맞선 상황. 조현우는 포항의 여덟 번째 키커인 송민규와 맞닥뜨렸다. 조현우가 요리조리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송민규가 킥을 했고, 몸을 날려 선방했다. 하프라인에서 어깨동무하며 승리를 염원했던 동료들이 조현우에게 달려와 기쁨을 나눴다.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베테랑 박주호는 조현우에게 “역시 조현우야! 믿었어”라고 함박웃음을 보였다는 전언.

최후의 승자는 조현우였지만, 강현무 역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만약, 결과가 뒤바뀌었다면 주인공은 조현우가 아닌 강현무의 몫이었다. 울산의 세 번째 키커였던 김인성의 슈팅을 두 차례나 막았다. 첫 시도에서 강현무가 먼저 움직였다는 주심의 시그널이 떨어졌다. 이어 김인성의 두 번째 킥을 또 방어하며 격한 세리머니를 했다. 정승현의 슈팅도 막았다. 그야말로 엎치락뒤치락, 진짜 뜨거웠다. 기세가 오른 강현무가 포항의 여섯 번째 키커로 출격했다. 예상 밖이었다. 넣었다면 결승행이었다. 그러나 조현우를 못 넘었다. 결국, 울산이 웃었다. 두 수문장은 뜨거운 명승부를 펼쳤다. 차분했던 조현우, 쇼맨십과 함성으로 중무장했던 강현무. 스타일은 확연했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서로를 격려하는 훈훈한 모습도 포착됐다.

현장에서 취재진과 마주한 조현우는 “힘든 경기였다. 악조건 속에 동료들이 킥을 잘 찼다. 우리가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승부차기에 관해서도 입을 열었다. 그는 “부담이 있었던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긴장한 티를 내면 상대가 편하게 찰 것 같았다. 침착히 대응했다. 마지막 순간에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심리전을 했다. 상대가 부담을 느꼈다”는 선방 비결을 들면서, “강현무가 즐기는 모습을 봤다. 멋있었다. 그 친구에게 많이 배웠다. 한편으로 ‘골키퍼는 끝까지 차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승리 후 라커룸 분위기를 묻자 “분위기는 좋았다. 결승에 진출했기 때문에 오늘 실점(전반 자책골)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경기가 끝나고 동료들이 많이 환영해줬다”며, 강현무가 키커로 나선 것에 관해 “솔직히 예상 못했다. 찬다고 했을 때 ‘쟤 건 막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착히 기다리면서 막았다. 좋은 경기였다. 잊지 못할 것 같다”고 웃었다.

마지막으로 조현우는 리그에서 2패를 안긴 전북에 복수를 다짐했다. 울산은 전북과 FA컵 결승 1, 2차전(11월 4일 울산, 7일 전주)을 가진다. 리그에서는 승점 2점 앞선 1위로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조현우는 “결과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우리는 늘 하던 대로 준비할 것이다. 전북이 다른 팀보다 더 신경 쓰이는 건 분명하나 이겨야 하는 상대다. 우리 경기를 하겠다. 다음에 만났을 때 이전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 잘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사진=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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