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유리는 고체일까, 액체일까
양쪽 성질 다 지녀 구별 어려워
최근 AI로 입자 운동성 예측해
물리학 난제 해결 새 길 열어

물리학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에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이 올해 출판한 논문이 바로 이 문제를 다뤘다. 논문의 저자들은 먼저, 유리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 잘 알려진 이론 모형을 이용해 모두 4096개 입자에 대한 표준적인 분자 동역학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온도와 압력을 바꿔가며 여러 번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입자들의 위치 정보를 여러 스냅사진으로 저장하고, 이와 함께 각 입자의 시간에 따른 운동성도 측정했다. 액체 상태에서 어느 정도 활발히 움직이던 입자는 온도가 낮아져 유리 상태에 들어서면 운동성이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이용하고자 했다. 입자들의 위치 정보를 그래프 형태로 바꾸어 입력 정보로 넣어주는 그래프신경망(Graph Neural Network)을 이용했는데, 입자들의 운동성이 신경망에서 옳게 출력되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뤄지게 된다. 학습을 마친 다음에는,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위치정보 스냅사진을 신경망에 입력하고, 신경망이 출력해내는 입자들의 운동성을 살펴보면, 학습시킨 인공지능 신경망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논문의 결과는 무척 놀라웠다. 우리 눈으로는 거의 달라 보이지 않는 액체 상태와 유리 상태에서의 입자들의 위치정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입자들의 운동성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다. 즉, 스냅사진만으로도 액체인지 유리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적인 정보만으로도 동역학적 특성을 추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습시킨 인공신경망이 온도에 따른 상관거리의 변화를 중요한 특성으로 추출했다는 내용도 논문에 담겼다.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유리상전이의 주된 특성이라는 이야기다. 이 논문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학의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가 최근 늘고 있다. 과학의 정해진 방법을 배우고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딱딱한 과학자가 아니라, 어느 문제에나 적응해 변모할 수 있는, 흐르는 물 같은 과학자가 미래에 더 필요하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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