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약 조건에 '불법 조항'..일 떠넘긴 방사청

조기호 기자 2020. 9. 22.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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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금 보시는 이 작은 로봇은 폭발물을 찾아내고 그걸 제거하는 역할을 합니다. 위험한 일을 대신해 주는 이 로봇을 우리 군이 추가로 도입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무기 구매 총괄하는 방위사업청이 한 민간 납품 업체와 계약을 맺었는데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그 업체에 불법으로 떠넘긴 사실이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 내용은 조기호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붕 위 폭발물을 집어 올리고, 사람을 대신해 폭탄을 해체하는 폭발물 탐지 로봇입니다.

방위사업청은 이 폭발물 탐지 로봇을 군에 추가 공급하기 위해 2018년 12월 A 업체와 계약했습니다.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모두 11대, 예산 56억 원이 드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계약을 맺고 1년이 지난 올해 1월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로봇에 탑재하는 방사선 발생 장비에서입니다.

숨겨진 폭발물을 찾으려면 이 장비로 방사선을 발사해야 하는 만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누가 받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원자력안전법에는 장비를 쓰는 사용 주체 즉, 각 군이 직접 사용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군 훈령에도 이 법을 준용해 각 군 부대장이 원안위에 허가 신청을 직접 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방사청은 로봇 납품 계약에 앞서 작성한 구매 요구서를 근거로 업체에 대신 사용 허가를 받도록 요구했습니다.

업체는 대행 절차를 진행하다가 이게 불법이라는 걸 파악하고 방사청에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방사청은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A 업체/방사청 관계자 전화 녹음(지난 2월) : (이것(대행)이 원자력안전법에 안 맞다고 그러더라고요.) 저희는 법으로 하는 게 아니고, 법에 근거해서 계약을 했는데 '구매 요구서에 그렇게 돼 있다'고 각 군이 주장을 하시는 거예요.]

원자력안전위원회에 확인해봤습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 : (군에 (방사선 장비) 납품 업체가 대신 사용 허가를 받아도 되나요?) 그것을 실제로 사용하는 주체가 허가를 받거나 신고를 하도록 돼 있습니다.]

방사청이 계약 조건에 아예 불법 조항을 넣어놓은 겁니다.

군 훈령과 법을 어긴 건데 최근 구매요구서 2건 모두 업체에 대행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백준영/로봇 납품 업체 대표 : 방사선 관련된 것만이라도 허가 좀 받아주십시오, 군에 문의하면 이 절차가 필요 없다고 주장을 하시고. 저희 업체 입장에서는 납품이 계속 늦어지게 되는 겁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방사청은 뒤늦게 구매 계약서에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또 문제의 조항이 원자력 안전법에 위배됐다는 점도 인정했습니다.

문제를 제기한 업체는 앞서 탐지 로봇이 쓸 무선주파수 문제를 놓고도 방사청과 갈등을 빚었는데 납기일을 석 달 넘겼다는 이유로 방사청으로부터 계약 해제를 통보받자 납기 지연의 책임은 방사청에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희, VJ : 김준호, 화면출처: PIAP사 로봇 유튜브 영상)   

조기호 기자cjk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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