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의 '신데렐라 혹은 사기꾼' 니콜라 스캔들 일파만파
'제2의 테슬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미국의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 스캔들이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발단은 지난 10일 미국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 리서치'의 보고서에서 비롯됐습니다. 힌덴버그는 이 보고서에서 "니콜라는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트레버 밀턴의 수십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라고 폭로했습니다.
힌덴버그는 니콜라가 도로 위를 빠르게 달리는 트럭 영상을 찍기 위해 트럭을 언덕 위로 견인했다가 굴러 내려가는 모습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밀턴이 경쟁사들에 비해 수소 비용을 81%까지 감축했다고 말하지만 니콜라는 수소를 생산한 적도 없는 회사라고 주장했습니다.
힌덴버그는 밀턴이 많은 거짓말로 대형 자동차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증거가 있다며 "상장 기업에서 이 정도 수준의 속임수를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니콜라는 수소 전기 트럭 개발 신생업체로, 지난 6월 인수합병 방식으로 미국 나스닥 시장에 상장됐습니다. 최근 미국 자동차회사 GM이 니콜라 지분 11%를 취득하고 니콜라의 '배저' 트럭을 생산하기로 제휴를 맺었습니다.
니콜라는 힌덴버그 보고서에 대해 "공매도 세력의 시세 조종 행위"라며 즉각 반발했습니다. 최고경영자 밀턴은 "보고서는 일방적인 거짓 주장"이라며 이를 반박할 보고서를 곧 내놓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니콜라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도로를 달리는 수소 전기 트럭 영상을 찍기 위해 트럭을 언덕 위로 견인했다가 굴렸다는 의혹에 대해 "3년 전 영상으로 우리를 비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니콜라는 트럭이 움직이는 동영상에 '자체추진 중'이라든지 '동력전달장치 작동 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수소 전기 트럭을 연구 개발 중이지만 3년 전 동영상 속 트럭은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시제품이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명은 제기된 의혹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역풍을 불러왔습니다.
미국의 주식시장 감독기구인 증권거래위원회는 현지시간 14일 힌덴버그가 제기한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수사당국도 칼을 빼들었습니다. 뉴욕 맨해튼의 미 연방 검찰청 소속 검사들이 니콜라의 사기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기 의혹이 제기된 뒤 니콜라 주가가 40% 가량 폭락하면서 니톨라는 투자자로부터의 소송에도 직면했습니다. 한 미국 투자자는 회사와 경영진을 상대로 사업에 대한 거짓 설명을 한 혐의로 현지시간 16일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니콜라가 상장된 이후 최근까지 주식을 매수한 모든 투자자를 대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궁지에 몰린 니콜라 창업자 밀턴은 결국 손을 들었습니다. 현지시간 20일 밀턴이 니콜라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밀턴은 "니콜라는 내 핏속에 있고 영원히 그럴 것이지만 초점은 회사이지 내가 아니다"라며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힌덴버그 보고서가 나온 지 불과 열흘 만에 니콜라 경영에서 전격적으로 손을 떼겠다며 백기투항한 것입니다. 공석이 된 이사회 의장은 니콜라 이사인 스티븐 거스키 전 GM 부회장이 대신 맡기로 했습니다.
창업자의 사임 소식이 나오자 현지시간 21일 니콜라 주가는 또다시 20% 가까이 폭락했습니다. 니콜라와 적극적으로 사업 제휴를 맺었던 GM의 주가도 이날 5% 가량 급락하며 불똥이 떨어졌습니다.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습니다. 니콜라가 지난 6월 나스닥에 상장된 이후 '제2의 테슬라'로 각광 받으며 국내 투자자들의 니콜라 주식 매수도 이어졌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의 니콜라 투자 규모는 1억5천여만 달러(약 1천7백여억 원)로 집계됩니다. 21일 하루 동안만 국내 투자자들의 손실 규모는 34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완성차를 한 대도 만들지 않고도 천문학적인 자금을 끌어모으며 자동차업계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니콜라 스캔들은 미국 금융·수사당국의 조사를 통해 조만간 그 실체가 가려지게 됐습니다.
이호을 기자 (hel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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