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전과 2범, 사망사고 냈는데.."반성, 징역 4년"

박재현 기자 2020. 9. 21.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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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2년 전 이맘때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던 윤창호 씨가 만취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한 달 반 만에 숨을 거뒀습니다. 국민적 공분이 일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이 같은 해 12월부터 시행됐는데 음주 운전을 하다 사망사고를 내면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내용이죠. 그럼 이 취지에 맞게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고 있을까요.

지난 4월에 서울 금천구에서 벌어진 음주운전 사망 사고의 경우는 어땠는지, 박재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4월 29일 저녁, 서울 금천구의 한 도로.

한 남성이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로 향합니다.

승합차가 쏜살같이 달려오더니 횡단보도를 건너는 남성을 그대로 치고 지나갑니다.

퇴근하던 이 남성은 집으로 가기 위해 이 길을 건너가야 했습니다.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발생했고 그 충격으로 이 남성은 5m 가까운 곳까지 밀려 나갔습니다.

주춤주춤 차에서 내린 운전자 A 씨가 쓰러진 남성을 잡고 흔들기 시작합니다.

피해자 상체를 들어 올렸다가 떨어뜨려 머리가 땅에 부딪힙니다.


보다 못한 목격자가 차에서 내려 119에 신고하고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습니다.

수사 결과 운전자 A 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43%의 만취 상태로 4km 가까이 달리다 사고를 낸 거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 아내 : 제가 아침에 신랑이 출근하면서 일찍 온다고 그러고 나갔어요. 일찍 올게 하고 손녀, 손녀들이 너무 좋아가지고.]

가해 차량 안에서는 소주병이 나왔습니다.

가해자는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유족의 고통은 이어졌습니다.

먼저 재판 일정이 유족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 아들 : (알게 된 게 재판) 일주일 정도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때 이제 알아서 아 이게 열리는데 왜 연락을 안 했을까. 그런데 하루 종일 (검사실에서 연락을) 안 받아요.]

부랴부랴 가해자를 엄벌해달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더니 이번에는 법원 전산망에 가해 운전자가 낸 참고 자료로 잘못 등재됐습니다.

가해자는 재판에서 직업을 경비원으로 속이기도 했습니다.

[피해자 아들 : (재판에서) 경비원입니다 이러는 거예요. 경비원이라고 하길래 너무 다르잖아요. 이 사람 직업이 어떻게 바뀌었냐고. 강북 아파트 경비원 너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신 분이 이슈가 한창 될 때였거든요.]

가해자가 일했던 곳을 찾아가 봤습니다.

[가해 운전자 지인 : 가끔가다 (업체에) 얼굴 비치고, 그냥 막말로 얼굴 비치고 가버려. 얘기도 못 하고 대화도 못 하고….]

[가해 운전자 이웃 : 아니야 경비원은. 여기 경비라는 건 없거든요.]

더 기가 막힌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가해 운전자가 2002년과 2007년 음주운전을 해 집행유예까지 받은 전력이 있던 것입니다.

가해자가 책임보험에만 가입했고 합의도 이뤄지지 않는 등 불리한 정황이 여럿 있었지만 법원은 가해자가 "반성하고, 고령이며 척추 5등급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구형량의 3분의 1 수준인 징역 4년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아들 : 검사가 12년 구형을 했고 그래서 믿고 기다렸고 판결문 재판이 됐는데 4년이라는 거예요. 반성을 많이 했다 하는데 아니 반성을 판사한테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윤창호법 시행 후 형량이 대폭 강화됐다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올해 7월부터 대법원판결 검색에 올라온 음주 사망사고 판결문 6건 중 징역형은 단 1건, 나머지는 "반성했고, 합의했다" 같은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됐습니다.

[정경일/교통전문 변호사 : (새 대법원 양형 기준의) 중간 지점이 아닌, 가장 밑에 4년 형을 선고했다는 것은 좀 납득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직까지도 위험운전치사, 윤창호법에 대해서 국민들의 법 감정과 피해자에게 많이 못 미치는 형이 선고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나흘 뒤면 윤창호 씨가 사고를 당한 지 2년, 무고한 목숨을 앗아가는 음주 운전자, 엄하게 처벌하자는 윤창호법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진훈, VJ : 이준영)  

박재현 기자repla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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