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지만 존재하는 세상..팬데믹을 은유하다
그가 섬세하고 집요한 동양화기법 붓질로 채운 대형 회화 '사각 死角(b)'는 팬데믹 시대를 은유한다. 핏물이 채워진 수영장에 수액을 짜는 나무들이 서 있고, 그 위 빨랫줄에 흰 광목천들이 널려 있다. 마스크를 끼고 앉은 소년, 흰 천을 뒤집어쓴 사람들이 고통스러워 보인다.
작가는 "한 치 앞을 제대로 내다볼 수 없는 코로나 시대가 지속되고 있다. 주제 사라마구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은 후 최악에 처한 인간 상황을 이불을 뒤집어 쓴 답답한 상황으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사각 死角(a)'는 인간이 파괴하고 있는 환경 문제를 돌아보게 한다. 남미 열대 식물 화분들이 놓여 있고 일부는 뿌리째 뽑혀져 있다. 작가는 "국내에서 유행처럼 가꾸는 열대 식물들이 서식지를 떠나 지구 반대편에 와서 증식되는 상황을 보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렸다"고 말했다.
방석에 누워 있는 부처 두상, 바닥에 놓인 십자가는 팬데믹 시대 종교의 역할을 묻는다. 자연분만을 결정했지만 그 과정이 너무 인위적이어서 느낀 충격, 아들이 좋아하는 풍뎅이 등 삶의 단편들도 담았다. 긴 그림 곳곳에 놓인 흰색 가림막에 대해서는 "인생의 마디를 의미한다. 내 나름 대로 삶의 순환 시작과 끝을 담았다"며 "작품에 숨어있는 오브제를 통해 관람객의 생각과 경험을 발견하길 바란다"고 했다.
이 두 작품 사이에 아이를 목말 태운 여인 그림이 A자형 구조를 완성한다. 그 주변에는 가위를 숨긴 여성이 대나무를 쥔 여자와 마주한 그림 '(불)가능한 장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허망한 수사들' 등이 설치돼 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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