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알송달송한 권리금 분쟁..법원 판단도 오락가락

오제일 2020. 9.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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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임대차법,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무 규정
임대인에게 신규임차인 정보 제공 의무도 포함
임대인의 명백한 거절 의사 표시 여부 등 쟁점

[서울=뉴시스] 오제일 기자 = 상가권리금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나면서 이에 대한 법원의 엇갈린 판단이 이어지고 있다.

관련법은 임차인이 상가건물에 투자한 비용이나 영업활동으로 형성한 지명도, 신용 등 경제적 이익이 임대인에 의해 부당하게 침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는데 임차인의 의무 역시 다루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법정에서 부딪힌다.

재판에서는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는지 등이 주요하게 다뤄진다. 각자가 처한 상황별로 법원은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주장을 뒷받침할 문건의 존재가 판단의 중요 근거가 되고 있다.

1998년부터 B씨 건물에서 장사를 해 온 A씨는 2017년 1월 보증금 1억1000만원, 월차임 400만원에 12개월로 임대차 재계약을 맺었다. A씨는 장사를 그만둘 생각이었고, 재계약서에는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면 계약이 즉시 해지된다는 특약도 포함됐다.

같은해 8월 A씨는 자신과 같은 조건으로 들어올 사람이 있다고 B씨에게 알렸고, 9월30일까지 이 사건 건물을 명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보증금 2억, 월세 700만원이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세웠다. 결국 다툼이 일었고, 사건은 법원으로 넘어왔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B씨가 권리금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했고, 무리한 계약조건을 제시해 권리금 1억5000만원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신규 임차인을 주선했다고 막연히 주장할 뿐 신규임차인의 신상 정보나, 신규 임차인이 무슨 업종으로 계약을 체결할 것인지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맞섰다. 10년 가까이 월차임을 동결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월세 700만원이 무리한 것도 아니라고 반박했다.

현재 재판부는 B씨 손을 들어준 상태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할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지만, 같은법이 규정하고 있는 신규임차인에 대한 정보 제공 의무를 A씨가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A씨는 임대조건 상향 전 수차례 신규임차인과의 주선을 제안했지만 B씨가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고 주장하며 상고장을 제출한 상태다.

특히 A씨는 임대조건 상향 전 B씨가 직접 해당 건물을 사용하겠다는 내용 증명을 보내왔던 만큼 신규임차인 주선 의무가 사라진다고 보고 있다. B씨가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뒤 손해배상 책임 부담을 염려해 임대조건을 무리하게 상향했고, 이 역시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 방해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대법원은 양측의 주장과 원심 판결을 토대로 B씨의 행위가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 계약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것에 해당하는지, 이에 따라 A씨의 신규임차인 주선, 정보 제공 등 의무가 사라지는지 등에 대해 판단할 예정이다.

반면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신규임차인 주선을 거절하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한 상황에서 진행된 재판에서는 신규임차인에 대한 정보 제공 여부와 무관하게 임대인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최근 한모씨가 건물주 박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한씨는 2008년부터 커피전문점을 운영했다. 박씨는 2016년 10월 가게를 직접 운영하겠다며 나섰고, 한씨는 "박씨 방해로 신규임차인을 찾지 못했다"면서 3700만원 상당 권리금을 손해배상 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건물주의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인정받으려면 계약 만료 3개월 전부터 임차인이 신규임차인을 주선해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데, 한씨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임대인이 새 임차인과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시한 경우까지 신규임차인 주선을 요구하는 건 부당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을 할 의사가 없음을 확정적으로 표시했는지 여부는 계약 종료 무렵 신규임차인 주선 관련 임대인과 임차인이 보인 언행과 태도, 구체적인 주변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의 경우 가게를 직접 운영하겠다는 박씨의 말에 더해, 해당 의사를 명확하게 밝혀달라는 취지의 내용 증명과 답변서가 오갔는데, 이를 토대로 대법원은 "실제 신규임차인을 주선하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의무 위반을 이유로 박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해당 판결은 파기환송심 등을 거쳐 지난 7월 확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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