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미래 밥줄이 달린 용산[안영배의 도시와 풍수]
미군기지는 서울사람들의 공동묘지 터
용산철도차량기지는 외국 기운 끌어들이는 명당

● 조선 부자 만들어낸 마포의 용산


역사적으로도 용산 서쪽에 위치한 마포는 조선의 밥줄 역할을 했다. 당시 마포나루는 선박을 통해 삼남(三南;충청 전라 경상) 지역의 곡물이 모이는 물류 중심지였다. 조기 새우젓 등 해산물과 강원도 내륙에서 뗏목 등을 통해 옮겨온 목재나 특산물 등도 이곳에서 거래됐다. 각종 물자와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마포나루터는 엄청난 부자들을 만들어냈다. 조선말까지 이곳에서 객주(客主) 색주(色酒) 당주(堂主) 등으로 불리는 상인들이 떼돈을 벌었고 그 위세도 대단했다.


● 신용산의 신흥 부촌 원효로
구용산은 일제 강점기에 운명이 바뀐다. 한국에 주둔한 일본군을 지휘하는 총사령부인 한국주차군사령부(韓國駐箚軍司令部)는 용산 동편에 주둔용 군용지와 철도 부지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강제 수용했다. 이에 따라 둔지산(현재 국립박물관 뒤편)이 있는 둔지방(조선시대 행정구역; 후암동, 이태원동, 서빙고동 일대)의 390만㎡(118만 평)이 헐값에 일본군의 손에 넘어간다.
한말의 애국지사 황현이 ‘매천야록’에서 당시를 이렇게 기록했다. “왜인들이 숭례문에서 한강에 이르는 구역에 멋대로 점(點)을 쳐서 군용지라는 푯말을 세우고 경계를 정하여 우리나라 사람이 침범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때부터 그들이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번번이 군용지라는 명목으로 땅을 빼앗아 갔다.”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마을은 물론 둔지산 자락의 수많은 묘들이 이때 파헤쳐졌다. 당시 한성부(현재의 서울시)는 이 지역에 가옥 1176호, 분묘는 111만7308기가 있다고 보고했다. 군용지로 수용되는 과정에서 조상의 묘가 훼손되자 분노한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지만 국권을 빼앗긴 나라의 백성이 일제를 이길 수는 없었다. 묘 자리를 헤집고 들어선 일제 군기지는 광복 이후 미군기지로 바뀐다.

한편 일제는 병영과 철도시설을 짓고 남은 땅을 일본인들에게 나눠줬다. 현재의 원효로 일대가 그곳인데, 이곳에 정착한 일본인들은 ‘으뜸가는 동네’라는 의미로 ‘모토마치(元町·원정)라고 불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용산의 신흥 부촌이 탄생했다. 땅의 지운이 마포의 구용산에서 신용산 쪽으로 옮겨진 것이다.
● 세계 물류 끌어들이는 땅 기운


외국군이 용산에 주둔한 것은 이 땅이 지닌 군사적, 전략적 가치가 컸기 때문이지만 풍수학적으로 볼 때 땅 자체가 이국(異國)을 끌어들이는 기운도 한몫했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모여드는 용산의 이태원(李泰院)은 ’다른 이(異人)‘들의 태(胎)가 있는 곳이라고 해서 ’이태원(異胎院)‘으로도 불릴 정도다.
용산 앞으로 흐르는 한강 또한 외부의 기운을 끌어들이는 데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원래 수로 교통의 중심인 한강은 강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이다. 한강 상류에서는 세곡(稅穀·나라에 세금으로 바치는 곡식) 등을 실은 강상선(江上船)이 물길을 따라 용산까지 내려왔고, 한강 하류에서는 바다와 강을 오가는 강하선(江下船)이 강화도 앞바다에서 만조 때를 기다렸다가 바닷물을 타고 용산까지 거슬러 올라왔다. 지금은 한강 수중보 등으로 만조가 되더라도 바닷물이 김포까지만 올라온다.
바다 즉 해양은 외부의 기운을 끌어들이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고 본다. 쉽게 말하면 용산은 한양의 내륙 깊숙한 곳에서 외부 세계와 통하는 해양 기운을 끌어들이는 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땅 기운을 잘 활용하면 용산은 세계적 물류와 유통, 금융의 중심지로 우뚝 설 수 있다.


안영배 논설위원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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