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법' '집회금지법' 봇물..입법 경쟁에 '날림 법안' 우려
코로나 재확산 우려에 집회 금지 법안들 잇따라
졸속 입법·인기 경쟁, 위헌·헌법불합치 판정 우려
"법률로 몽땅 정하겠다? 입법 역할 범위 고민 부족"
"개별 사건만을 위해 법을 제정하는 건 매우 위험"
"특정 사건·인물 겨냥 아니라 법은 일반성 가져야"
[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조두순 접근금지법' '조두순 격리법' '조두순 감시법'….
8세 여야를 성폭행해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조두순이 오는 12월 출소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야가 조두순 관련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소한 성범죄자의 피해 아동 접근 금지 반경을 최대 1km로 넓히는 내용의 '조두순 접근금지법(아동·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전자발찌를 착용해 활동반경을 주거지 200m 밖으로는 아예 못 나가게 하는 '조두순 감시법(전자장치부착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됐다.
재범 우려가 큰 성범죄자를 최장 10년까지 보호수용시설에 가둘 수 있도록 하는 '조두순 격리법(보호수용법 제정안)'도 등장했다.
조두순이 출소를 석 달 앞둔 이제야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관련 법안을 우르르 발의하는 데 대해 따가운 시선도 있다. 조두순이 감옥에 들어간 지 이미 12년이나 지났는데 '지난 12년 간은 뭘 했느냐'는 지적이다. 심지어 조두순 접근금지법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발의된 법안들 내용을 뜯어보면 다른 법안과 충돌하거나 이동 제한 등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도 있다. 일부 법안은 '소급 적용'까지 가능하게 했는데 이는 위헌 소지가 크다. 여론에 떠밀려 충분한 검토 없이 무더기 발의됐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유창선 평론가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서 무리한 내용이 법안에 담기는 경우가 많다"며 "여론을 의식하다보니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고 형량을 높이는 것 위주의 법안 발의가 많다. 근본적인 진단이나 대책보다 대증요법 위주의 입법이 많아지고 있다. 의원들 사이 인기 경쟁 탓"이라고 꼬집었다.
광복절 집회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의 도화선이 된 이후 일부 보수단체에서 개천절 집회를 예고하자 여권에서 잇따라 개천절 집회 금지법을 내놓는 것 역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잇따라 집회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고 있다.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지역에서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개정안), 재난 위험이 있는 지역이나 시설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을 어길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재난 안전 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등장했다.
문제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에서 보장한 기본권이라는 데 있다. 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이 헌법상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헌법학자는 "법적 기준에 따라서 너무 위험하니까 안 된다는 건 현장이 판단할 문제다. 집회의 경우 경찰이 판단할 문제인데 국회에서 법률로 몽땅 정하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입법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법안이 우후죽순으로 쏟아져 졸속입법 문제도 생긴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헌법재판소에 가서 헌법불합치나 위헌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분한 논의 없이 법안 통과가 된 부작용이다.
법학자들 역시 이를 지적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별 사건만을 위해서 법을 제정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 법이라는 건 일반성을 가져야 하는데 특정 사건이나 특정 인물을 겨냥한 법은 일반적으로 통용되기 어렵다"고 짚었다.
실적만을 위해 '질보다 양' 위주의 법률이 우후죽순 쏟아져 나오는 것 역시 문제다.
장 교수는 "법안을 발의만 해놓고 실제로 검토도 되지 않은 채 서랍 속에서 죽어가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시간과 노력의 낭비다. 의원들이 그때 그때 이슈에 맞춰서 혹은 법 발의 실적을 위해 충분한 고려 없이 한다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종훈 평론가는 "현안이 터지면 밥 숟가락을 얹는 의원들이 생긴다. 이슈에 맞춰 본인을 홍보하려는 욕구 때문"이라며 "뉴스에 한 줄 나오는 데 치중해 내용에 대한 심각한 검토 없이 법안부터 내고 보는 식의 날림입법은 우려해야 할 지점"이라고 강조했다.
무리한 졸속 입법을 막기 위해 '입법영향평가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독일이나 스위스,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는 법안 통과 전에 법률이 국가와 사회 또는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예측, 분석·평가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19대 국회부터 이를 논의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20대 국회 후반기 문희상 국회의장 역시 이를 법제화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실패했다.
법안 발의 건수 위주로 의원을 평가하는 현행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주로 시민단체 등에서 의원의 발의 건수로 의정활동을 평가해 이 같은 날림입법이 횡행한다는 것이다. '양보다는 질' 위주의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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