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대 편의점 자주 들러"..'라면 중화상' 형제의 비극

김상연 2020. 9. 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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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편의점에 자주 들렀어요.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다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주택가 인근 편의점 점주는 며칠 전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로 중태에 빠진 아이들을 우애 좋은 형제로 기억했다.

한편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A군 형제의 어머니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해놓는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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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들 "두 아이 또래보다 왜소", "주로 단둘이 다녔다"
화재 현장 인근에서 발견된 컵라면 용기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가 물웅덩이에 잠겨있다. 2020.9.17 goodluck@yna.co.kr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아이들이 편의점에 자주 들렀어요. 아동급식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품목을 다 알고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17일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한 주택가 인근 편의점 점주는 며칠 전 발생한 안타까운 화재로 중태에 빠진 아이들을 우애 좋은 형제로 기억했다.

◇ "급식카드로 구입 가능한 품목 구분할 정도"

이 점주는 "주로 저녁 시간대에 형과 동생이 단둘이 왔는데 항상 1만원 이상씩 먹을거리를 사서 갔다"며 "형이 빨리 고르라고 하면 동생이 군소리 없이 잘 따랐다"고 기억했다.

이어 "사용 품목이 제한된 아동급식카드로 초코우유나 과자류를 구매했다"며 "워낙 자주 오다 보니 살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라면을 끓여 먹으려던 어린 형제가 갑작스러운 불길에 휩싸였다.

A(10)군과 동생 B(8)군은 집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119에 화재 신고를 했지만, 워낙 다급한 상황이어서 집 주소를 말하고는 "살려주세요"만 계속 외쳤다.

이 불로 A군 형제는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서울 모 병원으로 이송됐고,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어린 형제를 덮친 화마가 지나간 현장에서는 이날 물청소 작업이 한창이었다.

형제가 살던 이층집에서 하염없이 떨어지는 물줄기 사이로는 같이 물과 함께 휩쓸려 떠내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과 즉석밥 용기들이 물웅덩이에 잠겨있었다.

새까맣게 그을린 붉은 건물 외벽은 다급했던 화재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17일 오전 정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0.9.17 goodluck@yna.co.kr

◇ '불길 번지자 형이 동생 감싸 안아'

A군 형제를 담당하는 아동통합사례관리사는 이날 현장에 몰린 취재진을 향해 "불길이 번지자 큰아이는 곧바로 동생을 감싸 안았고 상반신에 큰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둘째는 형 덕분에 상반신은 크게 다치지 않았으나, 다리 부위에 1도 화상을 입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불이 난 이층집 바로 아래층에 사는 70대 집주인은 "A군 형제가 사는 집이 이웃 간 교류는 많지 않은 편이었다"며 "아이 엄마와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형제가 심부름하러 검은 봉지를 들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종종 봤다"고 설명했다.

인근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업주는 "A군 형제가 참치 주먹밥을 2개씩 사서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며 "홀에서 밥을 먹고 가면 좀 더 관심을 가졌을 텐데 늘 포장만 해가서 그러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사고 당일 A군 형제는 평소 같으면 학교에서 급식을 기다려야 할 시간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교가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면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마가 지나간 빌라 (인천=연합뉴스) 김상연 기자 =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 외벽이 17일 오전 검게 그을려있다. 2020.9.17 goodluck@yna.co.kr

◇ 기초생활수급 가정…보호자의 자녀 학대 의혹도

어머니와 함께 사는 A군 형제는 기초생활 수급 가정으로 경제적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매달 수급비, 자활 근로비, 주거 지원비 등 160만원가량을 지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 마트 주인은 "가끔 엄마와 함께 온 형제들이 물건을 사려다가도 엄마가 내려놓으라고 다그치면 바로 제자리에 뒀을 정도로 군기가 든 모습이었다"며 "장을 본 비닐봉지도 아이들이 들길래 엄격한 집안인 줄 정도로만 알았다"고 설명했다.

주변 이웃들은 입을 모아 A군 형제가 또래보다 왜소한 체격이었고 한눈에 봐도 마른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찰과 인천시 등에 따르면 2018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A군 형제의 어머니 C씨가 아이들을 방치해놓는다"는 내용의 이웃 신고가 3건 접수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수사 결과 C씨가 A군 형제를 방임 학대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C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goodluc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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