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장외에 전량 매도"..LG화학 주주들 '들끓는 분노'

강민수 기자 2020. 9. 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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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여수 NCC 공장 전경/사진제공=LG화학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소식에 개인 투자자들이 뿔났다. '괜찮다' '기업가치 제고' 등 전문가들의 분석에도 이들이 분노한 이유는 '배신감' 때문이다.

2차전지 수혜주라서 투자했는데 그 사업만 떼서 분사한다면 신설법인 지분을 못 받는 주주들만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17일 오후 1시 현재 LG화학은 전날 대비 5만4000원(7.86%) 떨어진 63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5.37% 빠진 데 이어 이틀 연속 약세다.

이날 LG화학은 이사회를 개최해 배터리 사업의 물적분할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오는 10월 30일 개최되는 임시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후 12월 1일부터 배터리 사업을 전담하는 신설법인 'LG에너지솔루션(가칭)'을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은 LG화학이 분할되는 배터리 신설법인의 발행주식총수를 소유하는 물적분할 방식으로 LG화학이 비상장 신설법인 지분 100%를 가지게 된다.

애널리스트 "중장기 긍정적"…개미들 "안심 못 한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에서는 (LG화학의 전지사업부 분할이) 악재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전지사업의 가치가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소액 주주들의 반응은 다르다. 현 사업에 대한 주주의 지분율 유지가 가능한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소액주주를 포함한 기존 LG화학 주주들은 신설회사 주식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신설회사가 IPO 과정에서 신주를 대거 발행하면 기존 주주들의 주식 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

소액주주의 반응을 종합해보면 '2차전지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했는데, 이를 분사하면 주가 하락 말고 뭐가 남느냐'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LG화학 소액주주인 직장인 임모씨(29)는 "긍정적이라는 근거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서 애널리스트 말만 믿고 안심할 수는 없다"며 "LG화학 주식을 산 이유가 배터리 때문이었는데, 물적분할을 한다니까 불안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임씨는 "주식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번 사태로 극단적인 선택까지 내몰리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며 "배터리 분야가 빠진다면 LG화학 말고도 살 주식은 많으니까 투자 가치를 못 느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인 개인투자자 김모씨(23)는 "분할 소식을 들었을 때 주주 입장에서 썩 기분이 좋은 뉴스는 아니었다"며 "주변의 주주 중에서도 좋은 소리 하는 사람은 못 봤다. 어제 장외에서 다 팔아버린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한 익명의 투자자는 2차전지주 관련 오픈 채팅방에서 "여태 적자였던 LG화학이 흑자전환되니 바로 키워준 엘화(LG화학) 버리고 IPO 해버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청와대 청원까지 등장…PB센터에도 문의 빗발쳐
PB(프라이빗뱅커)센터 등에도 투자자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김동선 유진투자증권 챔피언스라운지 금융센터 차장은 "어제와 오늘 주가가 빠지면서 '팔아야 되냐 말아야 되냐'는 묻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며 "IPO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신설법인의 지분이 줄어들어서 배터리 부문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멀리 내다봐서 LG화학과 신설법인의 기업가치가 증가할지는 몰라도 지금 당장 LG화학 주주 입장에서는 '일단 팔고 보자'는 입장이 많을 것"이라며 "고객들에게도 일단 불확실성이 나타났기 때문에 주식 일부를 처분하고 관망하라고 조언했다"고 덧붙였다.

김현식 메리츠증권 강남프리미엄WM센터 영업이사 상무는 "LG화학의 기존 개인주주는 물적분할되는 배터리 회사 지분을 간접 투자하게 될 텐데 이 경우 지분은 상장 과정에서 축소가 불가피하고 시간도 소요되므로 불확실성이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호들갑 떨지 말자'는 반응도…"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있는 LG화학 유럽공장. /사진=LG화학

LG화학이 대표적으로 개인투자자의 사랑을 받아온 종목이라는 점에서 여파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주가가 30% 넘게 뛴 지난 8월 개인투자자는 한 달간 LG화학 주식 무려 6278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이는 코스피 시총 1, 2위인 삼성전자(1조8834억원), SK하이닉스(1조129억원)에 이어 세번째로 많다.

일부는 이번 물적분할을 저가 매수 기회로 노리기도 한다. 직장인 소액주주 박모씨(26)는 "LG화학이라는 기업에 대한 신뢰 자체가 높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개미들이 호들갑 떨어서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문제"라며 "추매(추가매수)를 했으면 더 했지, 매도 의향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천모씨(26)는 "주식은 본인 선택으로 투자한 것인데 청원 글까지 올릴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유튜브나 다른 매체 등에서 올라오는 콘텐츠가 개인투자자의 마음을 흔들지 않는가 싶다"고 전했다.

한 대형증권사 PB는 "분할 문제가 하루 이틀 거론된 것도 아니고 주가가 이렇게 빠질 일인가 싶다"며 "오히려 하락하면 추가 매수에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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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수 기자 fullwater7@mt.co.kr, 김태현 기자 thkim1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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