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까지 격리".. 해제 시점 0시일까, 24시일까?

김태훈 2020. 9. 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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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여러 유행어가 생겨났지만 그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 바로 '자가격리'다.

상식적으로 5월 1일 자정까지 자가격리를 유지하고 5월 2일 0시부터 '자유의 몸'이 되는 것 아니냐고 여길 수 있겠으나 문화권에 따라, 또 받아들이는 사람의 셈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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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시각까지 명확히 기재 안 했으면 책임 못 물어"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해외 입국자를 위해 마련된 자가격리 시설 내부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여러 유행어가 생겨났지만 그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말이 바로 ‘자가격리’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 뭔가 의심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바깥 외출이나 사회활동을 삼간 채 집에서 혼자 조용히 지내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자가격리 기간이 ‘5월 1일까지’라고 통보받은 이가 있다면 그가 자가격리에서 풀려나는 시간은 정확히 언제일까. 상식적으로 5월 1일 자정까지 자가격리를 유지하고 5월 2일 0시부터 ‘자유의 몸’이 되는 것 아니냐고 여길 수 있겠으나 문화권에 따라, 또 받아들이는 사람의 셈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도 있는 듯하다.

자가격리 해제 시점을 언제로 봐야 하느냐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법원이 흥미로운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끈다.

◆검찰 “5월 1일까지라고 했으면 1일 24시까지”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조금 잠잠해졌던 지난 4월 17일 해외에서 입국한 A씨는 약간의 발열 등 증상이 있어 코로나19 의심자로 분류됐고 당일부터 ‘5월 1일까지’ 자가격리를 하라는 통지를 방역당국으로부터 받았다. A씨가 받아든 격리통지서 상단에는 시각의 기재 없이 그냥 ‘2020.4.17∼2020.5.1’이라고만 쓰여 있었다.

2주일 동안의 ‘고통’ 끝에 마침내 찾아온 5월 1일 A씨는 낮 12시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날 오후 8시까지 쇼핑, 외식 등을 마음껏 즐겼다.

하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이 점차 커지고 방역당국과 수사기관도 자가격리 의무 위반자를 엄중히 처벌키로 방침을 정하면서 A씨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는 신세가 됐다. A씨의 자가격리 기간은 5월 1일 24시까지로, 5월 2일 0시부터 비로소 자가격리 의무에서 벗어나는 것인데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코로나19 사태 초창기 인천공항에서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발열 체크를 하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법원 “정확한 시각 안 적으면 헷갈릴 수 있어”

법정에서 선 A씨는 “격리 기간이 입국일을 포함해 14일인 5월 1일 0시에 종료되는 것으로 잘못 알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A씨한테 발급된 격리통지서 하단 말미에 ‘입국일(4월 17일)은 격리 일수에 포함 안 됨’이라고 명백히 적혀 있다”며 “A씨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면박을 줬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사건 1심을 맡은 수원지법 안양지원 형사2단독 허문희 판사는 최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허 판사는 판결문에서 “A씨에게 발급된 격리통지서에는 시각의 기재 없이 ‘2020.4.17∼2020.5.1’이라고만 쓰여 있어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만료 시각이 0시인지 24시인지 헷갈릴 소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A씨는 입국 전날인 4월 16일부터 5월 1일까지 15박 16일간 호텔을 예약해 가족을 숙박하게 하고 본인은 집에서 격리하는 등 관련 조처를 성실히 이행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지인과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격리 기간이 4월 30일에 끝난다’는 취지의 답을 했다”고 부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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