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앞둔 아베 '北 위협' 거론하며 적 기지 공격 능력 강조

안상우 기자 2020. 9. 11.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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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임을 앞둔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선제공격 논란이 있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비롯한 새로운 미사일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발표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오늘(11일) 일본의 안보 정책에 관해 발표한 총리 담화에서 안보 환경이 엄혹해지는 가운데 탄도 미사일 등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방어하기 위해 새로운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는 마땅히 있어야 할 방책을 제시해 엄중한 안보 환경에 대응해 가기로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본 정부가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방어 체계인 '이지스 어쇼어' 배치 계획을 올해 6월 취소한 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시한을 제시한 걸로 풀이됩니다.

이날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아베 총리는 그간 논의된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 등을 염두에 두고 메시지를 발표한 것으로 보입니다.

아베 총리는 담화에서 "요격 능력을 향상하는 것만으로 정말로 국민의 목숨과 평화로운 삶을 지켜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그런 문제의식 아래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사일 저지에 관한 안전보장 정책의 새로운 방침을 검토해 왔다"며 수동적인 방어인 요격에서 한 걸음 더 나갈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적 기지 공격 능력은 탄도미사일 발사 시설 등 적국 영역 안에 있는 기지를 폭격기나 순항 크루즈 미사일로 공격해 파괴하는 능력입니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북한 등의 위협을 염두에 두고 논의되기 때문에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안입니다.

아베 총리는 이날 담화에서 "북한은 일본을 사정에 넣는 탄도미사일을 수백발 보유하고 있다. 핵무기의 소형화·탄두화도 실현했고, 이것들을 탄도미사일에 탑재해 우리나라를 공격할 능력을 이미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의 위협을 새로운 대책이 필요한 배경으로 거론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작년에 발사된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미사일 방위망을 돌파하는 것을 기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이런 고도화된 기술이 더 사정이 긴 미사일에 응용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위험성을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적 기지 공격 능력 보유는 일본이 유지해 온 '전수방위' 원칙과 충돌할 수 있다는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운용 방식이나 적에게 공격 의사가 있다고 판단하는 시점에 따라서는 선제공격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하는 것이 선제공격과는 구별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제반 논란을 의식했는지 미사일 저지를 위한 새로운 방침이 일본 헌법의 범위에서 이뤄질 것이며 일본 정부는 국제법도 준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베 총리는 "전수방위의 사고방식은 조금의 변경도 없다. 일본과 미국의 기본적 역할 분담을 바꾸는 것도 없다"고 담화에서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전수방위는 상대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 비로소 방위력을 사용하고 실력 행사 방식도 자위를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치도록 하며 보유하는 방위력도 역시 필요 최소한으로 한다는 일본의 전략입니다.

이는 전력을 보유하지 않으며 무력행사 및 전쟁을 포기한다고 규정한 일본 헌법 9조에 따른 수동적 방위 원칙입니다.

이번 담화는 모든 각료가 합의해 내각의 공식 입장을 확립하는 절차인 '각의 결정'을 거치지 않았습니다.

아베 총리의 사의 표명에 따라 이달 16일 임시 국회에서 차기 총리가 선출될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담화는 차기 내각을 향한 촉구성 메시지로도 볼 수 있습니다.

퇴임을 일주일도 안 남긴 상황에서 정책의 시한까지 정한 담화를 발표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향후 이에 따른 논란도 예상됩니다.

일본 정부의 한 간부는 "이런 사태는 지금까지 없었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교도통신은 전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안상우 기자asw@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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