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찐 왼손잡이'는 어디로 갔을까
프로 진입에도 유리한 '공·수 맞춤형' 우투좌타 선수 급증
[경향신문]

이승엽, 양준혁, 장성호의 공통점은 ‘좌투좌타’. 그런데 KBO리그에서 ‘좌투좌타’가 멸종위기종이 됐다. 어쩌면 19세기 중반 산업혁명기 영국 맨체스터지방 얼룩나방처럼 사라질지도 모른다.
202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2차 포함해 모두 110명이 지명됐다. 야수 46명 중 좌투좌타는 겨우 3명밖에 되지 않는다. 키움 1차 지명 외야수 박주홍, KT 2차 5라운드 내야수 김성균, LG 2차 7라운드 외야수 함창건이 전부다. 좌투좌타 비율은 겨우 7%다. 우투우타가 24명(52%), 우투좌타가 18명(39%), 우투양타가 1명(키움 문찬종)이었다.

KBO리그에서 좌투좌타 숫자는 꾸준히 줄었다. 2010년 1군에서 한 타석이라도 들어선 타자 중 좌투좌타는 전체 253명 중 45명(18%)였지만, 2020년 좌투좌타는 전체 336명 중 29명(9%)으로 줄었다. 2020년 신인 중 1군에 오를 확률을 계산하면 앞으로도 ‘좌투좌타’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진화론으로 치자면 선택압에 따른 적자생존의 결과다. 야구는 수비는 오른손잡이가, 공격은 왼손잡이가 유리한 독특한 종목이다.
2루수, 3루수, 유격수는 공을 잡아 자신의 왼쪽에 있는 1루로 던져야 하기 때문에 오른손잡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왼손잡이는 몸을 한 번 틀어 던져야 한다. 포수도 왼손잡이는 2루 주자의 3루 도루 저지가 매우 불리하다. ‘우투’는 설 수 있는 수비 포지션이 상대적으로 많다.
타석에서는 좌타자가 유리하다. 1루가 가까울 뿐만 아니라 스윙을 한 뒤 몸이 저절로 1루 방향을 향하기 때문에 내야 안타의 가능성이 높다. 1루까지 달리는 데 두세 걸음의 차이는 상당하다.
당연히 야구 생태계에서는 ‘우투좌타’가 생존에 유리하다. 여기에 더해 운동능력이 뛰어난 좌투 야구선수는 투수가 최우선 고려대상이다.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 2021년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한 심정수의 아들 심종원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오른손으로 쳤는데 코치님이 발이 빠르니 왼손으로 쳐보자고 해서 그때부터 왼손타자가 됐다”고 말했다. 김기태 전 KIA 감독의 아들 김건형도 “원래 왼손잡이인데 어릴 때는 몸이 왜소해서 빈자리가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서 뛰기 위해 던지는 것은 우투로 바꿨다”고 말했다. 둘 모두 아버지가 각각 우투우타, 좌투좌타였던 것과 달리 우투좌타다.
우투좌타의 급증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하더라도 리그 생태계의 다양성이 축소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 구단의 한 코치는 “고교야구에서 나무배트를 쓰면서 우투좌타들이 더 늘었다”고 말했다.
장타가 나오지 않다보니 단타를 위한 좌타자의 인센티브가 커졌기 때문이다.
우투좌타의 증가는 ‘순수 파워타자’의 감소로 이어진다. 한 코치는 “우투좌타는 테니스로 치자면 백핸드로 치는 셈이다. 백핸드로 서브를 넣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KBO리그 통산 홈런왕 중 우투좌타는 2011년 최형우(삼성·30개), 2018년 김재환(두산·44개) 둘뿐이다.
좌투좌타 1루수도 사라졌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1루수는 ‘좌투’에게 유리하다. 두산 조성환 수비코치에 따르면 좌투 1루수는 오른손에 글러브를 끼기 때문에 1·2간 타구 처리가 조금 더 쉽다. 선행주자를 잡기 위한 2루 송구도 유리하다. 내야수의 송구를 받을 때 타자의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어서 송구가 휘어져 들어오더라도 잡아서 태그하기 쉽다. 1루 주자를 묶어두는 데도 왼손잡이 1루수가 더 유리하다.
리그 좌타자가 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좌투 1루수는 가치가 높지만 10개구단 주전 1루수 중 좌투좌타 1루수는 두산 오재일 1명밖에 없다. 비주전 중에서도 롯데 이병규, SK 채태인 등이 전부다.
한국야구에서 좌투좌타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스크루볼이 사라진 것처럼, 좌투좌타 야수가 아주 사라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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