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약효 논란→허가→취소..수상한 '췌장암 신약'
<앵커>
췌장암은 치료가 어려운 암으로 분류되는데요, 2014년에 국내 한 제약사가 이 췌장암 치료 신약을 개발했다며 식약처 시판 허가를 받았습니다. 환자와 가족들의 기대가 컸지만 이 약은 지난달 허가가 취소됐는데요, 저희가 취재를 해보니 애초에 신약 허가 과정이 석연치 않았고 그 뒤에도 꾸준한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무시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파문을 일으켰던 인보사 사태와도 닮은 점이 많습니다.
정명원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신개념 항암제라며 식약처가 지난 2014년 조건부 시판 허가와 임상 3상 시험을 승인한 췌장암 치료 신약, 리아백스주입니다.
혈액 속 면역 물질인 이오탁신 수치가 높은 췌장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라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6년간 리아백스주를 처방한 한 종합병원에서는 90% 이상을 췌장암이 아닌 다른 암 환자들에게 면역보조제 성격으로 투여했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
[최종권 교수/건양대병원 혈액종양내과 : 이건 항암제가 아니에요. 들어가서 암세포하고 아무 관계가 없어요. 저 고깃덩어리가 이제 암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압니까? 그것도 피부에 맞는데….]
지난해 중간분석 결과 약효가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중앙약사심의위도 열렸습니다.
일부 위원들은 "더 좋은 치료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의사가 많이 쓰지 않은 췌장암 치료제와 병행 투여하는 이 약을 써야 하느냐"는 지적을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식약처는 신규 환자 투여만 중지하고 임상 3상과 허가는 유지시켰습니다.
[이동근/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사무국장 : 이 리아백스주를 사용하기 위해선 더 조금 부족한 치료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거든요. 그러면서 췌장암 환자들의 적절한 치료 기회를 빼앗는 그런 경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리아백스주는 국내 허가 1년 전인 2013년에 이미 영국에서 1천 6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에서 실패로 결론 난 약입니다.
임상 실패 후 환자 79명의 추가 동의를 구해서 혈액을 분석한 결과 생존 기간이 더 긴 16명에게 면역 물질인 이오탁신 수치가 높게 나오자 리아백스주가 이들에게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며 국내에 허가를 신청한 것입니다.
임상 실패 후 후향적 분석으로 발견한 결과를 식약처는 마치 새로운 임상 2상 결과로 보고 조건부 시판 허가까지 내줬습니다.
[박인근 교수/가천대 길병원 혈액종양내과 : 3상 연구의 후향적 자료를 분석해서 (새 임상) 2상이라고 하는 것은 사실 말도 안 되는 얘기죠. 2상 연구는 사실은 3상하고 목표가 다르거든요.]
식약처 1차 허가심사보고서에서도 이오탁신 검사의 유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영국 연구진의 포스터에서도 췌장암과 이오탁신의 인과 관계를 모르니 추가 임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리아백스주를 맞아 이오탁신 수치가 올라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혈액 속 면역 물질인 이오탁신 검사는 진단 검사로 허가도 안 돼 지난해 식약처 내부에서 문제 제기도 나왔습니다.
[강윤희/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 이 검사 결과에 기초해서 그 허가가 난 거예요. 그러면 환자들은 허가가 나지 않은 검사 결과에 기초해서 약을 투여받아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젬백스는 생산시설이 없어서 허가 넉 달 전 삼성제약을 인수했고, 식약처는 우선 허가를 해 준 뒤 사후에 생산시설을 인증했습니다.
국산 신약 중 유일한 경우입니다.
[이수정/식약처 의약품 품질과장 : 그 당시에 이 약을 허가할 때는 그런 모든 상황을 다 검토했을 때 저희가 허가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이었습니다.]
젬백스는 조건부 허가를 받은 지 두 달 만에 혁신형 제약기업에도 선정됐습니다.
연구비 1천억 원과 세제 혜택 등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된 것입니다.
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지만 식약처는 최종 허가심사보고서조차 갖고 있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젬백스 측은 허가취소가 됐지만 만약 국내 임상 3상 결과가 성공적으로 나오면 다시 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
정명원 기자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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