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토양샘플 사겠다" NASA 속내는 '우주자원 소유권' 선례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9일 민간기업이 달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사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달 어디서든 50~500g의 월석이나 레골리스(regolith·표토)를 채취한 것을 입증하면 매입하겠다는 것인데 달 탐사에 민간 참여를 독려하는 것을 넘어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술·과학 전문매체 '버지'(The Verge)와 외신 등에 따르면 NASA가 제시한 금액은 1만5천~2만5천달러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입찰에 참여한 기업에 선수금 조로 20%를 주고 나머지는 토양 샘플을 건넨 뒤에 받을 수 있게 했다.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데 수백만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할 때 터무니없는 조건이다.
그런데도 NASA 제안이 주목받는 것은 민간기업이 달에서 채취한 자원을 거래하는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기업이 달에서 채취한 토양 샘플을 NASA가 매입하면 달에서 채취한 자원에 대한 기업의 소유권을 인정하고 첫 거래를 하는 셈인데, 이를 통해 달을 비롯한 우주 자원에 대한 민간기업의 소유권 인정과 시장화를 공식화하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노림수는 짐 브라이든스타인 NASA 국장이 트윗을 통해 "NASA는 민간 제공업체로부터 달 토양을 매입할 것이며, 우주자원을 개발하고 거래하는 규정에 대한 확실성을 정립할 때가 됐다"고 밝힌 데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토양 샘플 매입 계획 발표 관련 블로그에서 "우리는 인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새로운 탐사와 발견의 시대를 촉진하기 위해 정책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고도 했다.
NASA 국제홍보 담당 책임자인 마이크 골드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달에 첫발을 딛은 닐 암스트롱의 말을 인용해 "이는 우주 자원을 향한 작은 한 걸음이지만 관련 정책과 선례의 거대한 도약"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2015년부터 국내 입법과 대통령 행정명령 등을 통해 민간기업이 우주에서 자원을 채취하면 소유권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지난 1967년에 체결된 '외기권 우주조약'은 달과 천체가 "주권 주장, 이용 또는 점유, 기타 방식으로 국가의 전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민간 기업의 우주 광물 채취와 소유권 등에 관해서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
따라서 이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쉽지는 않아 보인다.
룩셈부르크를 비롯한 몇몇 나라가 우주광물 채취 민간기업의 소유권 인정에 찬성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미국의 우주개발 경쟁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반대하는 상황이다.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화성 탐사선을 발사하는 등 우주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 중인 중국은 반대 입장이 약간 누그러지기는 했으나, 러시아는 드미트리 로고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이 미국의 정책을 '이라크 침공'에 비유할 정도로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다.
NASA는 이번 토양샘플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외국 기업에도 문호를 개방했지만 현실적으로 달에 우주인을 복귀시키는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의 시한인 2024년까지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극히 드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스페이스X'나 '블루오리진' 등 NASA와 달 착륙선 제공 계약을 체결한 몇몇 기업이 시제품을 제작하면서 샘플 채취 장치를 장착해 시도하는 것은 가능할 것으로 지적됐다.
버지는 이와 관련, 이들 민간기업이 "다른 세계에서 채취한 우주 자원을 첫 거래했다"고 내세울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NASA는 이 첫 매입이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채취한 자원 거래의 시작일 뿐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우주법 저널'(Journal of Space Law)의 전 편집장 조앤 가브리노위츠는 로이터 통신과의 회견에서 "NASA는 기업 소유의 월석을 파는 대가로 값을 치르는 것으로, 월석은 회사의 제품"이라면서 "재정적, 기술적 위험을 감수하고 월석 파는 일에 뛰어들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기업 몫"이라고 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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