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가 됐다"..코로나19에 유기동물 보호소는 '만실'
봉사·입양·후원 감소로 3중고 겪는 보호소
"유기동물에게 힘든 한 해, 현재도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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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마리 정도 보호할 수 있는 곳인데 만실 된지 오래됐고요.
올해는 더 늘어서 8월 말 기준으로 들어온 유기동물 수만 1270마리입니다.”
[헤럴드경제=김빛나·박재석 기자] 전국에서 유기동물이 오는 곳으로 유명한 전북 군산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최근 이정호 소장은 고민이 늘었다. 매년 포화상태인 보호소에 올해 더 많은 친구들이 찾아온 것. 이 소장은 "많이 올 때는 자원활동가가 500명까지 왔는데, 요즘은 방역 문제로 5명 정도 온다. 지킬 건 지켜야 하니까"라면서도 “유기견을 보호하고 좋은 곳으로 입양해야 하는데 밀려드는 개체 수로 관리가 힘들다. 보호소가 아니라 수용소가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버려지는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면서 유기동물 보호소 역시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방역 문제로 자원활동가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해외 입양, 국내 입양도 위축되는 등 활동 전반이 제약받고 있다. 활동가들은 재난 상황이 유기동물 문제를 키웠다며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유기동물 수는 최근 3년 평균 수치보다 49% 뛰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등록된 유기동물수는 7만8847마리로, 직전 3년 평균인 5만2835마리보다 2만6000마리 가량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월과 3월에 평균치와 큰 차이를 보였다. 농식품부 조사는 각 지자체에서 신고한 유기동물 수를 종합하는 수치로, 미신고건을 포함하면 실제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분석된다.
표면적 원인은 경기 침체다.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가정이 늘면서 유기행위가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표면을 벗기고 내막을 살피면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해외와 달리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기르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동물을 인수하는 제도가 없다”며 “범죄 행위인 걸 알면서도 사람들이 유기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렇게 버려진 동물들은 떠돌이 개·고양이가 되거나 구조되어 유기동물보호소로 가게 된다.
하지만 최근 유기동물보호소 사정마저 녹록치 않은 실정이다. 가장 큰 문제는 활동의 주축인 자원활동가 감소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격상으로 대부분의 보호소들이 자원활동가를 예년보다 적게 받거나 받지 않고 있다. 강경미 생명공감 대표는 “8월 수도권 재확산 이후 봉사자를 안 받은 지 3주 정도 됐다. 나도 안 오는 게 낫겠다 싶어 공지를 올렸다”면서도 “자체 인력만으로 운영하고 있어 힘들다”고 말했다.
자원활동가 감소는 보호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활동가들이 줄면 그만큼 대외 활동도 위축되고 후원 감소로도 이어진다. 이 소장은 “봉사자들이 봉사하면서 후원도 하거나 사료 등 물품을 보낸다”며 “올해는 봉사 기회 자체가 적으니 후원도 줄었다”고 했다.
여기에 불경기까지 겹쳤다. 송재섭 천사들의 보금자리 대표는 “후원자들이 여유 있을 때 도와주고 아닐 때는 그렇지 못하는데 경기가 안 좋아지니 후원도 자연스레 줄었다”고 전했다.
특히 국내 유기동물보호소는 민간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후원 감소로 인한 타격이 크다. 농식품부에 등록된 유기동물보호소 284곳 중 시·군에서 운영하는 곳은 53곳(18.7%)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보호소는 활동 영역을 줄이는 식으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강 대표는 “구조하고 싶은 아이들이 너무 많지만 재정 출혈이 이어지니 구조를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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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동물한테 굉장히 힘든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힘든 상황이 진행 중입니다.”
보호소 활동 중 하나인 국내외 입양마저 위축됐다. ‘입양의 날’과 같은 행사를 전처럼 진행하지 못해 국내 입양이 줄어든 상황에서 하늘길마저 막혀 해외 입양 진행이 어려워졌다. 반면 해외입양 비용은 오히려 늘었다. 비행기 편 수가 줄면서 시애틀, 라스베가스 등 미국으로 보내는 수화물 가격이 100만원 넘게 뛰었기 때문이다. 정확한 수치를 제시하긴 어렵지만 입양이 줄어 안락사 당하는 동물 수도 늘었다는 게 보호소 운영자들의 설명이다.
반면 해외에서는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 동물복지증진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동물 입양 사례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0% 증가했다. 일정 기간을 정해 가정에서 맡아 키우는 수탁 사례도 197% 급등했다. 미국 동물학대방지협회(ASPCA)도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반려동물 입양·수탁 사례가 작년 대비 200% 늘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입양이 늘어나며 유기 동물 보호소가 텅 비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기·유실동물 수도 지난 3년 평균치를 웃도는데다 국내외 입양마저 크게 줄어든 한국의 상황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국내외 인식 차이를 원인으로 꼽는다. 아직 반려동물을 책임지겠다는 의식이 부족해 유기나 유실이 늘고 자연스레 입양률이 준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반려동물과 생활하는 사람은 많아진 반면 끝까지 책임진다는 인식은 부족하다”며 “제도 개선 뿐 아니라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를 기획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물 복지를 위한 제도가 없거나, 있어도 제대로 시행되지 않는 점 역시 유기·유실동물을 늘리고 입양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 대표는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는 동물의 대규모 생산을 허용하고 있다”며 “대량 생산으로 동물을 많이 팔게 되고 충동구매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중성화 수술을 하지 않은 반려견에게서 태어난 자견들이 많이 유기되기도 한다. 저조한 동물 등록율 등 실효성이 떨어지는 등록제도 역시 현 문제를 악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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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너무나 쉽게 반려동물을 살 수 있어요. 공급자들은 일단 많이 공급하고, 사람들은 생각없이 싼 가격에 동물을 사게 되고 버립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사실 유기동물은 오랫동안 지적된 문제다. 동물단체들은 그동안 늘어나는 유기·유실 동물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동물의 공급 자체를 줄일 필요성을 거듭 강조해왔다. 무분별한 생산과 판매를 막아 유기되는 동물을 줄이자는 것이다.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People for Non-human Rights)의 서국화 변호사는 “과잉 공급이 계속되면서 공급하는 사람들이 동물을 유기한다”고 말했다. PNR에서는 현재 생산판매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하려고 준비 중이다. 다만 그는 업계의 반발을 고려해 생산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의 방법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중성화 수술에 대한 지원 역시 늘어나는 유기동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현재 시 보호소로 들어오는 유기동물 중 상당수는 믹스견(혼종)의 자견들이다. 강 대표는 “유기견 가운데 80~90% 사이가 마당에서 키워지는 중형 믹스견의 자견”이라며 “유기동물 해결의 첫 단추는 이 아이들을 중성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암컷 강아지 한 마리를 중성화하는데 40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어가 중성화수술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강 대표는 지자체와 지역 수의사회가 힘을 모아 중성화수술을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동시에 동물 등록제도의 개편도 필요하다. 현재 동물보호보법 상 3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은 반드시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농식품부는 지난해까지 200만마리 이상의 강아지들이 등록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등록되지 못한 반려견이 많은 게 현실이다. 특히 최종 소유한 사람이 등록하기 때문에, 생산·판매 단계의 강아지들은 얼마나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1일부터 동물등록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훼손될 가능성이 높은 인식표 방식의 등록은 제외했으며 반려동물 관련 영업자의 동물등록 관련 고지 의무를 신설했다. 판매업자가 반려견을 판매할 때 구매자에게 동물등록 방법과 기한 뿐 아니라 변경 신고·미이행 시 과태료 부과 등을 안내하도록 했다.
코로나19는 그동안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을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활동가들은 올해까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아 재정 위기에 처한 보호소들이 생기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하며 가을을 보내고 있다.
김빛나·박재석 기자/ Heav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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