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연인들의 생명선' 된 크로아티아

김소연 2020. 9. 10.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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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관광 강국 크로아티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이별한 전 세계 연인들의 재회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6월 11일부터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있으면 유럽 입국이 제한된 미국을 포함해 모든 외국인이 격리를 거치지 않고 입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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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확인서만으로  입국 가능.. '국제 커플' 몰려
이탈리아·벨기에 등 10여개 국가도 예외 조치
크로아티아의 유명 관광지 스플리트 전경. 크로아티아는 6월부터 코로나19 음성확인서를 지참할 경우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스플리트=EPA 연합뉴스

유럽의 관광 강국 크로아티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생이별한 전 세계 연인들의 재회 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48시간 이내 발급된 음성확인서만 있으면 최대 발병국 미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도 연인들을 위한 예외 규정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9일(현지시간) "크로아티아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떨어져 지내는 국제 커플에게 만남의 장을 제공하는 '연인들의 생명선'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크로아티아 수도 자그레브에서 6개월만에 재회한 이스라엘인 다나 지그돈과 포르투갈인 페드로 보가드 커플의 사연을 소개했다. 크로아티아는 6월 11일부터 48시간 이내에 발급된 코로나19 음성확인서가 있으면 유럽 입국이 제한된 미국을 포함해 모든 외국인이 격리를 거치지 않고 입국할 수 있다.

WP에 따르면 페이스북에 개설된 '사랑은 관광이 아니다'라는 그룹 페이지에 현재 3만명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로 코로나판 '로미오와 줄리엣'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이 '해시태그'를 활용한 온라인 캠페인을 활발히 벌이면서 유럽에선 부부가 아닌 미혼 커플을 위해 입국 제한 예외 조치를 마련한 나라가 10개국을 넘었다.

가장 최근에는 이탈리아가 8일부터 배우자가 아닌 외국인 연인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탈리아는 이전에도 이탈리아인의 배우자나 자녀인 경우 여행금지 면제 조항이 적용돼 미국인도 입국할 수 있었다. 하지만 결혼하지 않은 연인은 이 조항의 혜택을 볼 수 없었다. 다만 이번 조치 후에도 '오랜 연인'임을 어떻게 입증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앞서 벨기에도 지난 1일부터 결혼하지 않은 연인의 만남을 허용했다. 소피 윌메스 총리는 "사랑에는 어떤 경계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연인들의 만남을 '필수적인 여행'으로 규정해 제한 조치를 푼 국가들도 관료주의적 행정에선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벨기에의 규제 완화는 2년 이상 사귀었거나 1년 이상 동거, 또는 아이가 있는 커플로 대상을 한정했다. 노르웨이에선 9개월 이상 교제하고 반드시 대면 데이트 경험이 있는 경우에만 예외 규정이 적용된다. 네덜란드는 3개월 이상 교제한 커플도 규제 완화 대상이지만 반드시 정기적으로 서로를 방문한 적이 있어야 한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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