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위에 러츠가.. 어, GS칼텍스가 흥국생명 잡았네
(충북 제천) 흥국생명은 올 시즌 이재영·다영(24) 쌍둥이 자매에 ‘배구 여제’ 김연경(32)까지 가세해 ‘어우흥(어차피 우승은 흥국생명)’으로 불린다. 제천·KOVO컵 대회에서 4경기 연속 무실 세트로 결승에 오르며 이를 증명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5일 GS칼텍스를 만나 세트스코어 0대3(23-25 26-28 23-25)으로 패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높이 맞불, 서브 공략…빛났던 맞춤형 전략
GS칼텍스의 차상현 감독은 이날 ‘맞춤형’ 전략으로 전력 열세를 극복하며 ‘공은 둥글다’는 것을 증명했다. 차 감독은 흥국생명 간판 공격수인 김연경(192cm)의 공격을 봉쇄하기 위해 국내 리그 최장신 라이트인 메레타 러츠(26·206cm·등록명 러츠)가 그와 맞붙을 수 있게 라인업을 짰다. 1세트 중반까지 끌려가던 GS칼텍스는 16-17에서 러츠의 블로킹으로 김연경의 공격을 막아 동점을 만들면서 경기 흐름을 바꿨다. 김연경의 1세트 득점도 2점으로 묶었다. 차 감독은 또 김연경과 함께 센터 김세영(39·190㎝), 라이트 루시아 프레스코(29·195㎝)에 맞서 센터 문명화(25·189cm)를 이번 대회 처음으로 선발 출전시켜 맞불을 놓았다. 이날 GS칼텍스는 블로킹 득점에서 11대9로 앞섰다.
서브가 좋은 GS칼텍스는 이날 이재영을 집중 공략했다. 이재영은 수비도 좋은 선수지만 팀 전체 리시브 71개 중 39개를 받아내는 과정에서 시간이 갈수록 리시브가 흔들렸다. 수비가 부담이 되자 공격력도 평소보다 떨어졌다. 이동 공격과 속공 등 공격 옵션이 여의치 않자 흥국생명 세터 이다영은 김연경의 공격에 더욱 의존했고, GS칼텍스는 상대의 단순해진 공격 루트를 쉽게 간파했다. 3세트 15-18로 뒤진 상황에서 김연경의 후위 공격 때 GS칼텍스 블로커 3명이 동시에 정확한 타이밍에 떠올라 막아낸 것이 ‘백미’였다. 김연경의 이날 공격 성공률은 28.6%에 그쳤다.
◇‘우상' 김연경 넘은 MVP 강소휘 “미친듯 뛰었다”
평소 김연경의 영상을 보며 연습한다는 GS칼텍스 레프트 강소휘(23)는 ‘우상’을 넘어 2017년에 이어 이 대회 두 번째 MVP로 뽑혔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점프 서브를 넣은 강소휘는 강한 서브가 특기다. 이날도 서브 득점 1개를 포함해 14득점(공격 성공률 48.2%)을 올렸다. 2세트 26-26 동점에서 연속 2득점으로 세트를 가져오고 3세트에서도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득점을 올리며 맹활약했다.
강소휘는 “감독님이 말씀하신 ‘미친개’ 작전이 통했다”며 “상대가 강팀이라 져도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부담 없이 악착같이 경기한 게 잘 된 것 같다”고 했다. 이날 GS칼텍스 선수들은 공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2세트 막판 26-25에서 김연경의 강타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러츠를 제외한 5명이 공을 쫓다 쓰러지기도 했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도 경기 후 “분명 공격이 성공해 점수가 나야 할 상황인데 공이 계속 올라오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우리도 할 수 있다”···정규 리그 기대감 상승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흥국생명은 여전히 정규 시즌 우승 후보 1순위로 꼽힌다. 이번 대회 전체 공격 성공률(38.6%)과 리시브 효율(41.5%)은 6개 팀 중 가장 높았다. 박미희 감독은 “이번 패배가 정규 시즌을 준비하는데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완전히 가다듬어지지 않은 조직력을 가다듬으면 더 무서운 위력을 보여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팀들도 이번 대회를 통해 흥국생명이 난공불락의 팀이 아니라는 점을 지켜봤다. 여자 국가 대표팀 감독을 지낸 이정철 SBS 스포츠 해설위원은 “정규 리그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할 흥국생명과 ‘우리도 한번 잡아보자‘며 자신감을 가진 팀들이 나서면 리그 전체 수준이 한 단계 발전하고, 재미도 배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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