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 자존심 꺾고 '대실'..여행사는 무급휴직·자회사 청산까지

2020. 9. 5. 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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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생존 위협받는 두 업계
호텔 라운지 노키즈존 불문율 파괴
여행업체 상반기만 663개 줄폐업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는 지난 달까지 주중에 숙박 없이 객실과 수영장 등을 사용할 수 있는 ‘하프 데이 스페셜’을 선보였다. 오전 8시부터 최대 12시간 동안 객실에 머무르며 피트니스클럽 등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었다. 밀레니얼 힐튼의 ‘데이유즈’ 프로모션도 비슷한 개념이다. 숙박 대신 8시간 동안 객실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피트니스·수영장·사우나도 무료로 이용 가능했다.

과거 그랜드하얏트 서울 등 일부 특급호텔에서 비즈니스 고객을 대상으로 데이유즈 상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다만 요즘처럼 일반 고객으로 대상을 확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외에서도 낮 시간 동안에만 숙박시설의 객실을 빌리는 데이유즈 상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른바 ‘대실’ 하면 모텔을 먼저 떠올리는 고정관념 때문에 특급호텔에서는 도입을 극도로 꺼리던 상품이었다.

내국인 투숙객 잡기 위해 문턱 낮춘 주요 호텔
늘어나는 재택근무 수요를 잡기 위해 ‘오피스’를 자처한 호텔도 있다. 머큐어 서울 앰배서더 강남 쏘도베 호텔은 6월부터 두 달간 ‘호텔에서 오피스’ 패키지를 운영했다. 객실 1박을 포함해 출퇴근 시간에 맞춰 오전 8시 얼리 체크인해 다음날 오후 7시 레이트 체크아웃할 수 있도록 했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황금연휴나 휴가철에도 서울시내 5성급 호텔의 평균객실가동률이 30%에 못 미쳐 빈 객실을 활용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 라운지 문턱도 낮아졌다. 롯데호텔 서울 이그제큐티브 타워는 최근 전용 라운지 ‘르 살롱’의 연령 제한을 한시적으로 없앴다. 서울시내 특급호텔은 통상 투숙객 전용 라운지에 12세 미만 어린이 입장을 제한해왔다. 호텔 관계자는 “업계 불문율과도 같았던 금기를 깨면서까지 연령 제한을 없앤 것은 그만큼 국내 호텔 업계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호텔 업계는 그나마 국내 여행객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여행업종은 고사 위기다. 하나투어는 6월부터 창사 이래 처음으로 3개월간 무급휴직을 실시 중이다. 또 출판·인쇄물사업을 하는 하나티앤미디어를 청산하고, 전자상거래사업 담당인 하나샵도 정리하며 몸집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 이르던 하나투어 매출(연결기준)은 올 2분기 96억원으로 급감했다. 영업손실도 518억원을 기록했다. 이대로 가다간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어 위기감이 크다.

실적 악화된 국내 상장 여행사.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모두투어 역시 8월부터 무급휴직을 실시하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모두투어는 올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30억원, 영업손실 9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95.8% 줄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숨은 국내 여행지를 개발하는 등 대체 수익원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관광개발과 참좋은여행은 지난해 2분기 매출이 각각 230억원과 165억원이었지만 올해 2분기에는 둘 다 6억원에 그쳤다. 상장 여행사 7곳 가운데서는 렌터카 사업으로 선방한 레드캡투어만 영업이익 흑자(37억원)을 냈다. 롯데관광은 최근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육아휴직·희망퇴직을 알리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상장사가 아닌 곳은 더 어렵다. 한국관광업협회중앙회의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등록 여행사는 2만1620개로 1분기보다 495개 줄었다. 1분기에도 168개 업체가 문을 닫았다. 휴업에 들어간 여행사도 8월 중순까지 126개에 이른다.

여행 업계는 그동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아 유급휴직 등으로 버텨왔다. 고용노동부는 9월 말 종료 예정이던 여행업의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6개월 더 연장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도 240일로 60일 늘린다고 밝혔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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