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1989년 출범부터 대법원 선고까지 '굴곡의 31년'
판결 과정서 '재판거래' 드러났지만 현 정부서도 '적법' 주장
[경향신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1989년 “참교육 실현”을 외치며 공식 출범했다. 그러나 노태우 정부가 교원노조 결성을 인정하지 않아 10년간 합법노조로 활동하지 못했다. 1999년 김대중 정부 때가 되어서야 교원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전교조가 노동부에 설립신고서를 제출해 조합원 6만여명을 둔 합법노조가 됐다.
법외노조 갈등이 시작된 것은 이명박 정부 때다. 2010년 9월 노동부가 첫 시정명령을 내렸다. 해직 교사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이 조합원 자격을 현직 교원으로 제한하는 교원노조법 2조에 위배된다는 이유였다. 이때 전교조가 시정명령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노동부 승소 판단을 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9월 고용노동부가 또다시 같은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전교조는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고, 노동부는 그해 10월 전교조에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내렸다. 법외노조가 되면 단체협약 체결권을 상실하고 노조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는 등 노동 3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정부에 해직자와 실직자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법을 폐지하라고 권고해왔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하고도 이를 규정한 핵심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전교조는 법원에 통보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과 이 통보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은 재판부마다 엇갈렸다. 1심 재판부인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2014년 6월 전교조 패소 판결을 내렸다.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정당하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3개월 뒤인 2014년 9월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민중기)는 노동부의 처분 근거인 교원노조법 2조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하고 통보의 효력을 정지했다. 당분간 전교조가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하게 된 것이다. 노동부는 대법원에 다시 판단해달라며 재항고 신청을 했다.
교원노조법 2조가 합헌이라는 헌재 결정이 나왔고 닷새 뒤인 2015년 6월 대법원은 효력 정지 재항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하지만 이번엔 같은 해 11월 서울고등법원 행정10부(재판장 김명수)가 파기환송심에서 또 효력을 정지했다. 정작 2016년 1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황병하)는 본안 사건 항소심에서 전교조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이 이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법원행정처가 청와대 입장에 맞게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한 정황이 사법농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2014년 법원행정처에서 작성된 문건에는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의 효력 정지 결정 후 청와대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크게 불만을 표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노동부가 신청한) 재항고 인용 결정→양측(청와대와 대법원)에 윈윈의 결과가 될 것임”이라는 문구가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은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법원행정처 심의관에게 대통령의 국정운영 기조에 부합하는 재판 처리 등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내용을 검토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재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대로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을 직권취소할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노동부는 취소 결정을 하지 않았고 대법원 상고심 심리 과정에서도 법외노조 통보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ILO 핵심협약은 비준하겠다면서 노동부는 지난 6월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 범위를 교원뿐만 아니라 ‘교원으로 임용돼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노조 규약으로 정하는 사람’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교원노조법 개정안을 국회에 냈다. 결국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법외노조 통보처분이 위법하다고 3일 판결하면서 정부와 전교조 간의 갈등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 일단락됐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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