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유행' 이후 벌써 5천 명 이상 확진..빠른 확산세 잡힐까

유영규 기자 2020. 9. 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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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유행의 속도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확진자는 3주가 채 안 되는 기간에 1천 명을 훌쩍 넘어섰고 광복절 도심집회 감염 규모도 400명 선에 다가섰습니다.

또 종교시설이나 직장, 사무실 등 일상 곳곳에서도 연일 감염 전파 고리가 이어지는 양상입니다.

더욱이 최근 신규 확진자 가운데 5명중 1명은 언제, 어디서 감염됐는지 명확하지 않은 이른바 '감염경로 불명' 사례로, '누구든 감염될 수 있다'는 방역당국의 경고는 점점 현실화하는 분위기입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방대본) 따르면 어제(31일) 0시 기준으로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만9천947명으로 집계된 가운데 오늘도 세 자릿수 증가를 이어갈 것으로 보여 2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 1월 20일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7개월만, 정확히는 225일 만입니다.

무엇보다 수도권 집단감염이 최근의 확진자 증가를 급격히 끌어올린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 등을 비롯해 수도권 곳곳에서 집단감염이 본격화한 지난달 14일부터 어제까지 18일 연속 신규 확진자는 세 자릿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 집단감염 여파로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했던 '1차 대유행' 기간의 22일 연속(2.22∼3.14) 세 자릿수 증가 기록 이후 처음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8일간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만 무려 5천177명에 달합니다.

지난 7개월여간 국내에서 발생한 누적 확진자의 26% 즉, 국내 확진자의 4분의 1이 최근 수도권 유행으로 발생했다는 뜻입니다.

방역당국은 앞서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한 1차 대유행 때와 달리 이번 확산세를 잡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도권은 인구 2천500만 명이 밀집해 있는 데다 인구 이동량도 많아 크든 작든 한 번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주변으로 급속히 퍼지면서 조기에 전파 고리를 차단하는 게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또 20∼30대 젊은 확진자가 많았던 신천지 집단감염 때와 달리 60대 이상 고령 확진자가 많은 점도 방역 대응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8월 16일부터 29일까지 2주간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자 가운데 60대 이상 비중은 33.3%를 기록해 직전 2주(8.2∼15)의 23.9%에 비해 9.4%포인트나 높아졌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여러 국가의 방역당국은 65세 이상을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감염될 경우 상태가 악화해 위중 또는 중증 환자로 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치명률도 높기 때문입니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18일만 해도 9명에 불과했던 중증·위중환자 수는 이후 일별로 12명→12명→18명→24명→29명→31명→37명→42명→46명→58명→64명→70명→79명을 기록하며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리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들 중환자를 치료할 병상은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총 517개지만, 이 가운데 당장 사용 가능한 병상은 39개(7.54%)뿐입니다.

심지어 광주·대전·강원·전북·전남에는 이용할 수 있는 병상이 아예 하나도 없습니다.

방역당국은 이번 한 주가 수도권의 확산세를 꺾고 전국적 유행을 막을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어제 정례 브리핑에서 "방역당국이 목표로 했던 것보다는 (확진자 증가세가) 빠르게 진행된 면이 있다"면서 "방역이나 의료적 대응 역량이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유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많은 분의 고통, 불편을 수반하는 지금의 강력한 조치가 '유행 억제'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강화된 거리두기를 '굵고 짧게' 잘 마쳐야 한다"며 "이번 한 주가 향후 유행 통제에 매우 중요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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