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랑제일교회 "밤길 조심해라" 조합원에 문자·전화 협박

이세중 2020. 8. 3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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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폐쇄된 지 오늘(31일)로 18일째인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도 문제지만 이 지역 주민들, 특히 장위10구역 조합원들에게 사랑제일교회는 또 다른 골칫거리입니다. 재개발이 확정돼 대부분 조합원이 이주했지만 사랑제일교회만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법원의 판결에도 요지부동입니다. 두 차례 명도집행 시도도 물리력을 앞세운 교인들의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조합원들은 교회가 비어있는 지금이 명도집행의 적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이 조합원들을 상대로 일일이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협박을 쏟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매일 모르는 번호로 전화와 문자가 와 온갖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조합원들의 고통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명도집행을 하지 말라는 내용을 넘어선 협박의 실태를 공개합니다.

■ "교회 괴롭히다가 저 세상 사람 된다"..."남편 직장도 온전한가 한번 보자"

조합원 A 씨에게는 매일 교인들이 보내온 여러 건의 문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교회 명도집행을 하지 말라는 내용뿐 아니라 '밤길 조심해라', '하루아침에 저 세상 사람 된다', '지금이라도 철회해야 그나마 살 수 있다'는 등 위협과 협박도 서슴지 않습니다.

“남의 눈에 눈물 나게 하면 네 눈에 피눈물 나는 날이 온다. 교회 탄압을 중단하라. 밤길 조심해라”
“돈에 눈이 어두움에 갇히면 결국 좋은 결과를 보지 못한다. 선동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사랑제일교회를 용역과 경찰 동원해 괴롭히다가 하루아침에 저 세상 사람 된다는 걸 기억해라”
“교회를 짓뭉개려는 악랄한 일…. 그런 사람들이 어찌 되는지 당신이 시범적으로 보게 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용서를 구함이 그나마 살 수 있는 길임을 정중히 알려드린다”


A 씨에게 문자와 전화를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습니다. 각기 다른 번호로 계속해서 문자와 전화를 걸어 온갖 협박을 쏟아냈습니다.

심지어 이들은 A 씨의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뿐 아니라 가족에 대한 정보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을 거론하면서 위협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네 자식이 잘되고 온전하길 원하느냐. 집안 단속 잘해라"라는 문자가 오는가 하면,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명도집행으로 교회 강제 철거를 하면 두고 보자면서 "당신 남편 직장도 밀어붙일까 싶네. 당신 남편 직장도 한번 온전한가 봐. 가볼 테니까"라고 말하는 등 협박 수위는 날로 심해졌습니다.

A 씨는 "상대방을 위협하고, 저주하는 게 교인이 맞나 싶은 생각이 든다"며 "어떻게 교회라는 곳에서 가족까지 들먹이면서 위협하는지 지나친 것 아니냐"고 토로했습니다.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위협을 받자 A 씨는 이들을 상대로 경찰에 고소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이미 지난 19일 교회는 조합원 전체에 "죽음으로 교회를 지킬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연관기사] “순교 각오로 지킬 것”…사랑제일교회 수개월째 철거 반대(2020.08.19. KBS1TV 뉴스9)

사랑제일교회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의 교인들이 교회를 지키고 있다는 취지의 이 문자 메시지가 보도되자 '이 상황에서도 전국에 있는 교인을 모으는 것이냐', '사랑제일교회는 법 위에 있다는 것이냐'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더욱 수위를 높여 조합원들을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

■ 재개발조합 "명도집행 해달라" 재차 요구...언제 이뤄질지는 '미지수'

이런 협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조합은 명도 집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교회 안에 비었을 지금만큼 더 좋은 기회가 없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조합은 이번 달 세 차례에 걸쳐 법원에 '집행 속행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조합장 직무대행은 "법원에서 집행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안일한 행태를 취할 경우 법원 앞에서 삭발을 강행하고 강력한 시위를 하는 등의 행동을 하겠다"는 문자를 조합원에게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일부 조합원들은 신속한 명도 집행을 바란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모아 법원에 추가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명도집행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직도 미지수입니다. 교회 안은 비어있지만, 교회로 향하는 골목마다 교인들이 여전히 지키고 있고, 코로나19 감염병 위험으로 폐쇄된 건물에 대한 명도집행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도 명확한 지침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당분간 교회에 대한 폐쇄 조치는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교회 측은 자체적으로 8월 27일까지 통제한다고 공지했지만, 성북구는 '별도 명령이 있을 때까지'로 기한을 특정하지 않았습니다. 감염병 추이를 보고, 결정한다는 취지입니다.


성북구 관계자는 "폐쇄명령은 보통은 2주 정도인데 현재 확산이 잠잠해지는 상황이 아니"라며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지금 상황에서 당분간 교회에 대한 폐쇄명령이 풀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원도 지금이 명도집행을 할 수 있는 적기라는 점과 혹시 모를 감염병에 대한 위험성을 고려하며 명도집행시기를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회가 폐쇄된 보름 동안 조합원들은 피 마르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폐쇄 명령이 해제되는 순간 다시 교인들이 교회 내부에서 무기한 버틸 것이라는 걱정에 명도 집행을 추진하면서도 교인들의 온갖 협박을 온몸으로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조합원들의 걱정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사랑제일교회와 관련한 코로나19 확진자는 어제(30일) 정오 기준 1,035명입니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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