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목사 '꿈 연설' 57주년, 워싱턴에 울려퍼진 "투표하자"
수천명 모여 "꿈을 죽일 순 없어"
곳곳에 '흑인 생명은 소중' 깃발
11월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 촉각
[경향신문]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투표하라.” “꿈꾸는 사람을 죽일 수 있지만 꿈을 죽일 수는 없다.” “정의가 없으면 평화도 없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도심의 링컨기념관 주변에 흑인과 백인이 뒤섞인 수천명의 인파가 몰려들었다. 1963년 8월28일 같은 장소에서 25만명의 군중을 앞에 두고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라며 인종차별 철폐를 호소했던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을 기념하는 집회와 행진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참석자들은 57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 상태인 킹 목사의 ‘꿈’ 실현을 외쳤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세 자녀 앞에서 경찰이 쏜 총탄을 맞고 쓰러진 제이컵 블레이크 사건 등으로 부각된 인종차별 이슈가 오는 11월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사들은 킹 목사가 섰던 링컨기념관 아래 계단의 똑같은 자리에 설치된 연설대에 섰다. 킹 목사의 손녀인 욜란다 르네가 “무엇이 민주주의냐”고 외치자, 수천명의 군중은 “이것이 민주주의”라고 답했다. 킹 목사 장남 마틴 루서 킹 3세는 “생명과 생계, 그리고 자유가 걸린 것처럼 (오는 11월 대선에서) 투표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블레이크의 아버지는 “미국에는 두 가지 사법제도가 있다. 백인의 제도와 흑인의 제도”라고 했으며, 플로이드의 동생 필로니스는 “변화가 어느 때보다 분명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동영상을 보내 “조상의 이름으로, 자식과 손자의 이름으로 행군하자”고 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시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밤 대선후보 수락연설을 한 다음날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미국적 삶의 방식’을 파괴하는 데 매몰된 ‘선동가들’이라는 비난을 가한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아 수천명의 국민이 백악관에서 1마일도 안 떨어진 링컨기념관으로 쏟아져 나왔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 대답을 보내기 위해서였다고 했다.
링컨기념관과 워싱턴기념비 사이에 있는 인공연못 ‘반사의 연못’과 인근 잔디밭에는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온 참석자들이 모여들었다. 흑인에 비해 적었지만 백인 참석자들도 호응하고 박수를 쳤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등이 적힌 깃발이 나부꼈다. 참석자들은 코로나19에 대비해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행사장 입구에선 발열체크를 하고 손 세정제를 나눠줬다.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서 온 대학생 키어 위더스툰(21)은 “어른들이 외쳤지만 완전히 이루지 못한 것들은 이제 우리 젊은 사람들의 몫이 됐다”고 했다. 행사는 포토맥 강변의 킹 목사 기념비까지 행진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일부는 백악관 북쪽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 광장까지 진출해 시위를 이어갔다.
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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