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코로나 불황, '악' 소리도 못 내고 쓰러지는 사람들

제희원 기자 2020. 8. 3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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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터널 같은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이 시기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몇 달 취재 현장에서 코로나 이후 감염보다 생계가 더 걱정이라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경제적 울타리가 취약한 사람들은 더 '차별적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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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드러낸 불평등의 민낯


긴 터널 같은 코로나19의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가 힘들지만, 특히 이 시기가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코로나19로 경제적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입니다.

코로나 불황이 누군가를 더 짓누르고 있다는 건 통계에서도 드러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은 322만 원으로 5.3%(18만 원)나 줄었습니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최대 감소폭입니다. 근로소득뿐만 아니라 사업소득과 재산소득도 모두 줄었습니다.

● 상위 20%는 근로소득 4% 감소, 하위 20%는 18% 감소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저소득층의 현실은 더 참혹합니다. 일용직과 임시직 같은 저소득층일수록 '일해서 버는' 근로소득 감소폭이 더 컸습니다. 소득 하위 20%의 근로소득은 1년 전보다 18% 감소해 2분기 기준으로 가장 많이 줄었습니다. 반면 소득 상위 20%는 4% 줄어 상대적으로 덜 줄었습니다. 그나마 일자리가 끊기고 수입이 사라진 저소득층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긴급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정부 지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위 20% 가구의 경우 재난지원금 등이 포함된 공적 이전 소득, 즉 정부 지원금이 83만 3천 원으로 월평균 소득의 거의 절반에 달했습니다.

지난 몇 달 취재 현장에서 코로나 이후 감염보다 생계가 더 걱정이라는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전화로 최근의 안부를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대답은 고통진행형이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2월부터 매출이 0이에요. 긴급고용안정지원금에 기댔는데 그것도 석 달이면 끝나니까. 당장 임대료를 못 내서 사무실부터 없앴어요. 우리 같은 사람은 신용 대출도 어려워서 그야말로 돈 나올 구멍이 없어요. 급하니까 지인들 가족들한테 손 내미는 거죠. 근데 이것도 언제까지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니까." - 최근 7개월 소득이 '0'원 수준인 영세자영업자 A씨


코로나19를 '만능 치트키' 삼아 무급휴직이나 자진 퇴사에 내몰리는 것도 주로 저소득층이었습니다.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고 직원들을 내쫓는 일도 여전히 비일비재합니다. 이를 강요받는 사람 대부분은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거나 고용보험 밖 노동자들이었습니다.

"무급휴직자들은 더 힘든 상황인 거예요. 휴직 중이긴 하지만 회사의 사원으로 남아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 사람들이 글쎄 어디 가서... 그리고 나이 육십 먹고 일자리 구하는 것도 힘들고 그냥 답답한 거죠."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소속 무급 휴직 중인 기내 청소 노동자 B씨

원래도 일자리 상황이 불안했던 프리랜서 역시 몇 달째 수입이 끊겼습니다. 두 달 전 취재를 위해 만났던 한 연극 배우는 버티다 못해 요즘엔 건설 일용직이라도 알아보려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연하는 사람들은 안 힘들었던 적이 없기 때문에 좀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달 두 달 버티는 것도 한계가 있더라고요. 기획된 공연들이 기약도 없이 연기되고 있고 수입은 마이너스 아니면 제로예요.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해요. 애들 먹는 거 같은 기본적인 고정 지출이 있는데." - 2월부터 모든 공연이 중단된 20년 차 연극배우 C씨

● 재난의 무게가 다 똑같지 않다는 '진실'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지만, 경제적 울타리가 취약한 사람들은 더 '차별적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감염보다 생계의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 더 두려운 사람들을 우리가 눈을 돌려 바라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길어지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우리 이웃 중 누군가는 소리조차 못 내고 쓰러지고 있습니다.      

제희원 기자jes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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