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 본 것도 반품, 묻고 따지지 않고 바꿔줍니다
'신선식품 무료반품' 도입 잇따라
신선도 떨어져도 맛없어도 교환
옷 색상·사이즈별 주문뒤 고를수도
"고객에게 상품에 대한 신뢰 주고
직원에게는 고생 덜어주려 도입"
소비자도 가격보다 반품 편의성 중시


‘신선도에 불만이 있으면 100% 무료반품’, ‘맛없어도 당연히 100% 무료반품’
최근 전자상거래 업계의 열쇳말 중 하나는 ‘신선식품 무료반품’이다. 구매한 식품 품질에 소비자가 불만을 느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무료 반품해주겠다는 것이다. 티몬과 위메프는 각각 지난 6월과 8월 초 일부 신선식품에 대해 일부 섭취한 흔적이 있어도 환불해주는 정책을 내놨다. 위메프는 “맛, 품질의 기준은 고객마다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 별도 반품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 상품에 만족하지 못한 고객이 환불을 요청하면 사유를 묻지 않고 환불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당시 밝혔다.
유통업계의 반품·환불 정책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품은 흠결이 있는 상품, 사용하지 않은 상품에 대해서만 가능했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원하면’ 추가 비용 없이 환불해주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소매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유통업계는 “반품이 중요한 고객 서비스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구매 못지않게 중요한 정책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 먹어본 상품도 환불 OK, 사이즈별로 사고 반품하는 것도 OK ‘식품 100% 환불’, ‘맛 보장’ 반품 제도는 일부 소비자의 ‘워드로빙’(wardrobing) 행위를 감수하면서 도입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워드로빙은 처음부터 사용 후 반품할 목적으로 구매한 뒤 실제로 사용한 물건을 환불받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먹어본 식품도 무조건 반품이 된다는 점을 악용해 제품 상당수를 섭취한 뒤 반품하는 게 여기에 해당한다.
2018년부터 업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신선식품에 대해 이유 불문 교환·환불해주고 있는 홈플러스는 “일부 블랙컨슈머가 있긴 하지만, 그분들까지 포함해 100% 반품해주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선식품 반품 제도는 소비자에게 상품을 믿고 구매해도 좋다는 신뢰를 주고 직원에게는 (강성 고객에 따른)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블랙컨슈머까지도 끌어안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지난 4월부터 자체 가정 간편식 브랜드인 ‘피코크’ 전 제품에 대해 불만족 시 100% 환불해주기로 한 이마트 쪽도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한 정책이다. 그런 (블랙컨슈머) 문제도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더 좋은 서비스를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사이즈 문제 등으로 반품이 잦은 패션업계에서는 ‘브래키팅’(bracketing)을 아예 고객 서비스로 도입한 곳도 있다. 브래키팅은 색상별·사이즈별로 여러 상품을 주문한 후 하나만 남기고 도로 반품하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18년부터 브이아이피(VIP) 고객을 대상으로 홈 피팅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고객은 사이즈·색상이 다른 상품을 최대 3개까지 받아본 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품에 대해선 회사에 무료 회수를 요청할 수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할 때는 오프라인과 비교해 색상이나 사이즈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고객의 불안감이 있다. 이런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고객 서비스의 하나”라며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홈 피팅 서비스 이용 횟수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했다.
‘소매왕국’ 미국의 유통업체들은 일찌감치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반품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창고형 마트 코스트코는 전자제품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언제 구매했는지와 관계없이 환불을 해주고 있다. 목욕용품 등을 판매하는 배스앤바디웍스는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 사용한 물건이라도 전액 환불해주고 있고, 인테리어 용품 판매 업체 홈디포는 키우던 식물까지도 구매 1년 안이면 이유 불문 반품, 교환을 해주고 있다.
■ 반품 정책이 구매 결정 요인으로 부상…후발업체 적극적인 반품 정책 추진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유통업계가 반품에 이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반품 제도가 고객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보고 있다. 반품은 상품 구매 뒤 이뤄지는 애프터서비스가 아니라, 처음부터 고객의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 구매가 늘면서 반품 자체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일단 구매는 하지만 환불할 가능성이 큰 상품이라고 생각될수록 고객이 반품 정책을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컨슈머인사이트·한양대학교 유통연구센터가 2018년 한 해 동안 2만6천명을 대상으로 상품 구입 행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35.1%는 온라인 쇼핑 배송 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소로 ‘교환·반품·환불 편리성’을 꼽았다. 비용(13%)이나 물품 상태(12.8%)보다도 높다. 컨슈머인사이트는 “배송상품을 받기까지보다 받고 난 후의 문제처리가 중요함을 보여준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지지 않는다’는 서비스 또는 믿음이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임을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상위 업체들로부터 고객을 끌어와야 하는 업계 후발주자들도 ‘편리한 반품이 고객을 유인한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 4위인 이마트24는 지난해부터 삼각김밥, 도시락 등 20여개 편의점 식품에 대한 맛 보장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고객이 제품 맛에 만족하지 않을 경우,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도 앱에 영수증만 첨부해 상품 가격의 두 배를 환불받을 수 있는 제도다. 이마트24는 “맛이 없다는 이유만으로도 고객은 부담 없이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며 “‘일단 한번 드셔 보시라’는 취지로,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온라인 신선식품 판매 후발주자인 티몬도 “온라인에서 파는 신선식품은 믿기 어렵다는 인식이 없지 않다. 무료반품제도를 통해 믿고 구매할만한 제품이라는 점을 알리고 있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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