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명 오던 손님이 오늘은 고작 5명"

박순찬 기자 2020. 8. 21.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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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에 소상공인들 비명

전국에 폭염경보가 내려진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은 한산했다. 상인들이 내놓은 좌판만 덩그러니 놓였고, 손님들 대신 딱딱한 얼굴의 상인들만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8년째 백반 식당을 운영해 온 이모(54)씨는 "어제(19일) 코로나 확산 뉴스가 나온 다음부터 거짓말처럼 손님이 뚝 끊겼다"면서 "원래 손님이 하루에 200명 정도는 왔는데 어제는 20~30명 정도밖에 안 왔다"고 했다. 기자가 "임시 공휴일과 정부의 외식 할인 쿠폰이 도움이 되지 않았느냐"고 묻자, 이씨는 "그런 건 알지도 못하겠고 그냥 코로나 때문에 망하게 생겼다"고 했다. 식당에는 마스크 벗은 손님 6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방역 당국은 19일 "음식 섭취할 때를 제외하고는 식당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지침을 내렸지만, 실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주인 이씨는 "정부에서 방역 지침을 받은 것도 없고, 어렵게 온 손님은 받아야 하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정부 외출 독려에 코로나만 퍼져"

코로나 사태에 사상 최장의 장마까지 '2연타'를 맞은 소상공인들이 다시 코로나 재확산으로 폐업의 기로에 서있다. 전통 시장뿐만 아니라 영업 정지 처분을 받은 PC방·노래방, 식당 등 곳곳에서 자영업자의 신음이 나오고 있다. 사상 최악의 폐업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 류필선 부장은 "전국 630만 소상공인의 48%가 이번 코로나 재확산 중심지인 수도권에 몰려 있다"며 "소상공인 대표 업종들이 줄줄이 영업 정지를 당하는 등 코로나 1차 확산 때보다 소상공인들의 심리적 위축이 훨씬 심각하다"고 했다. 아현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하는 김모(75)씨도 "40년 넘게 장사하면서 올해처럼 힘든 때가 없었다. 이제는 버티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로 격상된 가운데 2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은 한산한 모습이다. 긴 장마에 이어 코로나 재확산으로 손님이 뚝 끊기자 상인들은 “여태 이렇게까지 손님이 없기는 처음이다”고 호소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정부가 외식·여행 할인 쿠폰을 뿌리며 외출을 독려해, 국민들에게 마치 코로나가 끝난 것 같은 잘못된 신호를 준 것이 결과적으로 독(毒)이 됐다는 비판도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40년째 식당을 하고 있다는 김모(65)씨는 "임시 공휴일 지정해봤자 매출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됐는데, 괜히 사람들 놀러 가게 바람 넣어서 코로나만 퍼진 것 아니냐"면서 "200명 넘게 오던 손님이 오늘은 5명뿐"이라고 했다. 그러자 옆 가게 상인이 "괜히 코로나 때문에 손님 없다는 얘기하면 겁먹어서 손님이 더 떨어진다. 아무 소리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

◇"본전치기 장사… 폐업할 판"

코로나 여파는 업종 불문, 전방위적으로 퍼지고 있다. 본지가 20일 전국 소상공인 사업장 66만곳에 매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국신용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셋째 주(8.10~16) 웨딩업은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 41% 급감했다. 목욕업(-36%), 노래방·PC방 등 여가업(-32%), 숙박업(-21%), 식당·카페 등 요식업(-11%)도 타격을 입었다.

소상공인이 도산(倒産)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은 20일 작년 월평균 165만원이던 전국 외식 업체의 영업이익이 올 5월에는 '0원'으로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손에 쥔 돈이 사실상 없다는 뜻이다.

5월 음식점 매출액도 779만원으로 작년(1453만원) 대비 46.3% 줄며 거의 반 토막 났다.

정부가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를 시행하며 고위험 시설로 분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노래방·PC방 등은 대표적인 소상공인 업종이다. 서울 종로구에서 PC방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안 그래도 코로나에 장마까지 겹쳐 매출이 60% 넘게 줄어든 판인데 이번에 정부가 완전히 사형 선고를 내렸다”고 했다. PC방 업계를 대표하는 인터넷콘텐츠서비스협동조합의 최윤식 이사장은 “PC방도 음식점이나 카페처럼 마스크를 쓰고 거리 두면서 운영할 수 있는데 왜 PC방만 이런 불이익을 주느냐”며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사전 대책 준비와 논의 없이 생업이 달린 소상공인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었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 차남수 연구위원은 “지난 2월 코로나 1차 확산 당시 대출로 근근이 버텨온 소상공인들이 이제는 폐업으로 넘어가는 심각한 고비”라며 “소상공인이 무너지면 이들로부터 이익을 내 온 온라인 플랫폼 기업, 대기업들도 줄줄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전기료 즉시 감면, 플랫폼 기업과의 상생 협의 등 종합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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