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닮은 사람
[경향신문]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소도 얼룩소 엄마 닮았네. 송아지 송아지 얼룩송아지 엄마귀도 얼룩 귀 엄마 닮았네.” 박목월 시인이 중학교 다닐 때 썼다는 시. 박목월은 학교 동무랑 찾아간 뒷산 목장의 얼룩빼기 젖소를 보고 쓴 시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전통 얼룩빛깔 칡소를 보고 쓴 시는 아닌가 보다. 시인은 당시 하숙생활을 했는데, 고향에 계신 엄마가 많이 그리웠다고 한다. “부모와 고향 산천을 몹시 그리워한 심정 때문에 나는 학교 뒷산에서 본 엄마소와 송아지에게서 우리 엄마와 나를 느꼈다. 엄마소 뒤만 졸졸 따라다니는 송아지 모습에서 나 자신을 보았다. 엄마를 닮은 희고 검은 얼룩 귀 그것은 이슬을 머금은 이른 아침 콩잎처럼 귀여웠다. 내가 엄마를 닮은 것의 그 자랑스러움 그 은혜로움을 나는 송아지 귀에서 발견했다.”
부모 자식은 발이 닮고 손이 닮고 귀가 닮고 코가 닮는다. 닮는다는 것은 무얼까. 수해에 떠내려간 소가 무인도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개울물을 건너고 너른 강을 건너기도 했을 야생소의 인자가 숨어 있었던 걸까. 보드라운 빛깔 누렁소, 강인한 우리 소들을 좁은 우리에 가두고 사육하는 이 축산시스템이 안타깝다. 저 닮은 송아지를 낳고도 배불리 젖 한번 먹여보지 못하고 생이별. 송아지를 잃고 어미가 우는 소리, 또 송아지가 엄마를 찾아 우는 소리를 나도 어릴 적 고향 동네에서 많이 들었다. 애타게 울부짖는 그 소리가 너무 가여웠다. 어딘가 빼닮은 이, 사랑하는 사이들은 오래 헤어지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닮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듯 팔짝팔짝 뛴다. 달라서 부딪치고 다투는 거다. 닮은 점이 많아야 오래 평안하고 숨통이 트인다. 닮은 점이 별로 없는데 호기심 반, 그리고 빈구석을 채울 작정으로 마음을 줬다간 속앓이를 꼭 하게 돼 있다. 마음이 닮으면 금세 표정까지 닮아간다. 사이좋은 친구들을 보면 왠지 닮았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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