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촌놈',로컬 예능의 참신한 진화

아이즈 ize 글 최영균(칼럼니스트) 2020. 8. 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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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글 최영균(칼럼니스트)


tvN 일요 예능 '서울촌놈'은 매회 지방을 방문한다.


16일 6회를 마친 현재 MC인 서울 토박이 차태현 이승기가 방문지 출신 연예인 게스트와 함께 부산 광주 청주를 찾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해외가 막히자 국내를 파고드는 여행 예능이 최근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서울촌놈'도 이 흐름에 편승한 프로그램 중 하나처럼 보였다.


KBS에서 '1박2일'로 이름을 알린 유호진 PD가 tvN 이적 후 야외로, 지방으로 나간 첫 프로그램이라 방송 시작 전부터 여행 예능이라 추정하는 것도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공개 후 회차가 거듭될수록 '서울촌놈'은 흔한 여행 예능과는 다른 점을 확인시키고 있다. 그리고 여행 예능의 관습을 넘어서려는 새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과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서울촌놈'은 기획 의도가 ‘서울만 아는 서울 촌놈들이 동네 전설들의 고향에서 그들의 추억을 공유하며 펼치는 하드코어 로컬 버라이어티’라고 돼 있다. 이것만 보면 최근 여행 트렌드가 여행객들이 타지인인 자신들에게 잘 알려진 핫플레이스에서, 현지인들만 아는 휴식처와 맛집을 알아내 찾는 쪽으로 바뀌는 분위기인데 이를 반영한 여행 예능 같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서울촌놈'에는 2회 광주 오리고기집이나 시장 통닭처럼 현지인들 유명 식당도 등장하지만 게스트에게만 한정된 고향집 앞 개인 맛집도 소개된다는 점이 남다르다. 그러니까 초대된 게스트의 추억이 기준이고 이에 의미 있는 음식점이면 현지인의 맛집이든 현지인도 잘 모르는 곳이든 상관없다.


'서울촌놈'은 타지인들 관점에서 어떤 지역 방문기를 다루는 일반 여행 예능과 좀 다르다. 현지인의 관점에서 타지인들인 MC들에게, 그리고 시청자들에게 그 지역에서의 일상과 그에 얽힌 공간들을 공유해보게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래서 여행 예능적인 성격도 있지만 추억 예능, 로컬의 일상에 대한 휴먼 다큐의 느낌이 강하다. 고향이 세상의 중심이고 전부이던 어린 시절, 그 추억의 일상을 토대로 프로그램이 전개되다 보니 기존의 여행 예능과는 상당히 다른 관점과 톤앤매너를 지닌다.


그간의 여행 예능은 타지인, 특히 수도권 거주민 중심 관점에서 주로 만들어졌다. 여행지는 나의 일상이 있는 ‘이곳’과는 분리된 판타지의 ‘저곳’이고 수도권에서 멀수록 가치가 왠지 상승했으며 풍광과 맛집을 통해 내 일과 생활에서 쌓인 부정적인 찌꺼기들을 비우고 오는 곳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그러다 보니 분명 어떤 지역을 다루고 있는데도 그곳에서 정주하는 현지인들의 삶과 관점은 거의 배제됐다. 하지만 '서울촌놈'은 방문지를 바라보는 주체를 여행자에서 현지인으로 전환하고자 한다.


1, 2회 방송 엔딩에 부산 로컬 밴드인 플랫폼스테레오와 세이수미의 뮤직비디오를 소개한 것도 이런 특징을 잘 요약해 보여주는 이색적인 시도였다. 대중음악계는 수도권 집중 현상이 특히 심해 지금까지 예능 엔딩에서는 서울 활동의 전국구 가수들 뮤비밖에 볼 수 없었다.


'서울촌놈'을 채우는 현지 공간들은 유명 관광지도 일부 있지만 게스트들의 사적 공간인 어린 시절 거주지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2회 부산의 장혁 이시언이나 5, 6회 청주 이범수 한효주처럼 과거가 남아 있기도 하고 변하기도 한 옛집과 동네는 게스트들 개인의 공간이자 동시에 전국적인 개발로 비슷한 처지가 많을 시청자들과 공감을 나누는 공간이 된다.


1회 쌈디가 중학생 시절 가수의 꿈을 키우던 클럽 자리를 찾거나 4회 유노윤호가 어린 시절 친구들과 춤을 추던 광주의 공원에서 다시 친구들을 모아 옛 춤을 춰보는 시간들도 옛집 방문과 마찬가지로 일반 여행 예능에서는 만나기 힘든 에피소드들이다.



결국 '서울촌놈'은 공간이 아니라 시간을 여행하는 예능이며 여행지에 대한 소개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휴먼 예능이다. 로컬도 수도권과 마찬가지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세상의 중심이라는 관점 전환을 깔고 있는 예능이다. 그래서 예능인데도 기본적인 재미에 더해 공감과 감동이 있다.


'서울촌놈' 경쟁시간 대에는 '미운우리새끼'(SBS) '구해줘 홈즈'(MBC) '1호가 될 순 없어'(JTBC) 등 주요 방송사들의 대표 예능들이 모두 상당한 시청률로 포진하고 있다. '서울촌놈'은 이들과의 경쟁 속에 3%대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 중이다.


지역 균형적 관점과 이를 구현한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서울촌놈'이 의미와 재미를 모두 잡고 성공한 예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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