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통 밀어낸 쿠팡이츠..공정위 "배민 M&A 심사에 반영"

김상윤 입력 2020. 8. 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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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간 굳어진 배달앱 3강 구도 균열 조짐
경기도-NHN페이코 등 공공앱 등장도 변수
공정위 "급변하는 시장 주시..심사 간접 반영"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배달앱 시장에서 쿠팡이츠가 약진하자 배달앱 시장의 양대산맥인 DH와 우아한 형제간 기업결합 심사를 맡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쿠팡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될수록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H와 배달의 민족 앱을 개발한 우아한 형제의 독과점 우려는 줄어든다. 다만 아직까지 확연하게 시장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어서 쿠팡이츠 약진으로 독과점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공정위는 시장 상황을 계속 모니터링해 기업결합 심사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장 넓히는 쿠팡이츠..공정위 “시장 변동 주시”

17일 배달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10여년 가까이 공고하게 다져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3강 구도가 깨지고 쿠팡이츠가 새로운 경쟁자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NHN페이코와 경기도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도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될 정도로 배달 플랫폼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집계 기준으로 지난 6월 배달앱 사용자(안드로이드 OS)는 배달의 민족(970만여명), 요기요(492만여명), 쿠팡이츠(39만여명), 배달통(27만여명) 순이다.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던 쿠팡이츠가 배달통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 나간 것이다.

공정위도 이같은 배달앱 시장의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공정위는 새로운 경쟁자가 배달앱 시장에 언제든지 진입할 가능성이 있고, 진입한 이후에도 충분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해 DH-우아한형제 결합사의 독과점 남용 문제를 견제할 수 있다면 이번 M&A를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 변화가 독과점 의혹을 일소할 수준은 아니란 판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새로운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는 있지만, 아직 데이터로 입증할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최근의 시장 변동 상황을 주시하고 있고, M&A 심사에 간접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신규 사업자의 진입장벽이 낮으려면 적시성(timeliness), 가능성(likeness), 충분성(sufficiency) 등 3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새로운 배달 플랫폼 사업자들이 음식 배달앱 시장에 1~2년 내에 진입해야하고, 신규진입 사업자가 M&A 이전 가격으로 이윤을 얻을 가능성이 있어야 하고, 시장 가격이 M&A 전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진입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건이 충족돼야 독과점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하고 음식점주, 배달기사, 소비자들도 피해를 입지 않다는 설명이다.

쿠팡이츠의 시장진입 상황은 이같은 조건에 근접한다. 쿠팡이츠는 지난 6월에는 서울전역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더니 이달 들어 경기권까지 배달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와 부천시에서도 쿠팡이츠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쿠팡이츠는 탄탄한 자본력을 앞세워 고객은 물론 배달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객들에게 할인쿠폰을 나눠주거나 배달원에게는 배달 건수에 따라 1건당 최대 2000원의 수수료를 추가 지급하고 첫 번째 배달을 완료한 쿠리어에겐 2만원을 주는 등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하는 방식이다.

딜리버리 업계 한 관계자는 “배민, 요기요, 배달통이 M&A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수수료 인상 논란까지 일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못하는 상황이 오히려 쿠팡이츠한테는 사업 기회로 볼 수 있다”면서 “배달앱 시장에서도 인터넷쇼핑과 마찬가지로 ‘쩐의 전쟁’이 시작된 만큼 시장 구도가 어느 정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배달의 민족 등이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새로운 시장플레이어 진입을 막았던 정황이 있다면 M&A에 큰 문제가 되겠지만 아직까진 그런 계약조건이나 약관은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공앱 시장 진입도 변수로..시장성 아직 입증 안돼

낮은 진입장벽을 입증할 수 있는 충분성 요건도 경기도가 주도하는 공공 배달앱의 등장 등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NHN페이코 컨소시엄을 사업자로 선정하고 오는 10월 시범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NHN페이코가 이미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한 터라 공공앱에도 불구하고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군산지역 공공배달앱인 ‘배달의 명수’의 성공도 배달앱 시장 진입이 크게 어렵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군산지역의 경우 공공배달앱 ‘배달의 명수’는 점유율 24%를 차지하기도 했다. 오픈마켓의 경우 전국시장을 무대로 사업을 진행하지만, 단시간에 배달을 해야하는 배달앱 시장에는 전국시장 점유율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최근들어 배달의 명수의 거래가 급감하고 있는 점은 변수다. 군산시가 음식점주나 배달기사로부터 수수료를 충분히 받지 못하기 때문에 소비자한테 돌려줄 수 있는 할인혜택이 적었던 탓이다. 공공앱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공앱 등장도 새로운 시장 변화 차원에서 주시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바꿀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상윤 (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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