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Q&A] '리얼미터 대항마', 정치 여론조사 돌풍 될까?

정혜진 기자 입력 2020. 8.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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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운영하는 유튜브 '리얼미터TV' 화면 캡쳐

지난주 언론의 주목을 받은 몇 가지 여론조사 결과입니다. 정부·여당 입장에선 부담이 안 될 수 없는 내용입니다. 정례조사 결과의 '흐름'과 '추세'가 일관되게 대통령·민주당 '하락세'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 정당 지지율
"민주당 33%, 미래통합당 27%…국정농단 사태 이후 최소 격차" [한국갤럽, 8월 14일 발표]
"민주 33.4% vs 통합 36.5%…통합, 탄핵국면 이후 첫 역전" [리얼미터, 8월 13일 발표]
"더불어민주당 34% (3%p↓), 미래통합당 27% (3%p↑)" [전국지표조사, 8월 10일 발표]


◆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잘하고 있다 39% vs 잘못하고 있다 53%…취임 후 긍정 최저-부정 최고" [한국갤럽]
"긍정평가 43.3% (0.6%p↓) 2주 연속 하락…부정평가 52.5% (0.1%p↑)" [리얼미터]
"긍정적 평가 48% (3%p↓), 부정적 평가 46% (2%p↑)" [전국지표조사]

(※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특히 미래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역전했다는 리얼미터 발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탄핵국면 이후 첫 역전'이라는 정치지형 변화를 보여줬다는 의미도 있습니다만, 그간 친정부·친여권에 치우친 조사결과를 내놓는다는 비판을 꽤 받아온 리얼미터 조사라는 점도 한몫 했습니다.

하나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대통령·정당 지지율 정례조사 시장을 양분해온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외에 'NBS 전국지표조사'라는 새로운 정례조사가 등장했습니다.


'리얼미터 타도'까지는 과한 표현이겠지만, "리얼미터를 반성한다"는 토종 여론조사기관 4곳이 뭉친 겁니다. 정확히는 리얼미터의 '조사방법'에 대한 반성이라고 하는데요.

[Pick Q&A]에서는 리얼미터의 조사방법론에 대한 반성을 넘어 대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새로운 여론조사를 분석해보고, 리얼미터 얘기도 들어보겠습니다.

Q. 새로운 조사가 나왔다고? 못 봤는데?

A. 대통령·정당 지지율은 아무래도 발표하는 조사기관이 많다 보니 비슷한 내용을 조사한 1차, 2차 조사결과가 언론에 크게 다뤄지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표한 3차 조사 내용 중에서 검찰개혁 추진 방향에 관련한 결과가 주목을 받았는데요.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짐 52%,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 32%"이라는 내용입니다.

정부 여당과 추미애 법무장관으로 대변되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해 국민의 '쓴소리'가 반영됐다는 취지로 많이 인용됐습니다.


Q. 갤럽이나 리얼미터는 들어봤어도 '전국지표조사'는 잘 모르겠는데?

A. 엠브레인퍼블릭, 케이스탯리서치, 코리아리서치, 한국리서치 등 4개 토종 조사기관이 'NBS 전국지표조사'라는 이름으로 지난 7월 11일 첫 정례조사를 내놨습니다. 2주에 한 번씩, 격주 월요일 발표됩니다.

'전국지표조사'는 갤럽이나 리얼미터처럼 조사기관 이름이 아니라, 조사기관 4곳이 공동 수행하는 조사 이름입니다. (이하 기사에서는 4곳 연합을 'NBS'라고 하겠습니다.)

Q. 전국지표조사, 왜 등장했나?

A. NBS 소속 핵심 관계자는 "좀 더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조사를 해보자고 마음이 통한 4개 회사가 모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NBS는 전국지표조사 소개글에서 "정부·정치권·언론 등 공적 영역에서 비과학적인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무분별한 비평과 오판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론조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여론조사 생태계를 복원하는데 일조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는데요.

NBS의 이러한 문제의식이 리얼미터를 향하고 있다는 건 조사업계의 공통된 해석입니다.

NBS 소속이 아닌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그간 리얼미터의 'ARS(전화자동응답) 조사'에 비판적인 입장을 가져왔던 조사업체 의사결정권자들이 제대로된 조사를 해보자며 뭉친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Q. 전국지표조사, 리얼미터 대항마 될까?

A. NBS 소속 회사 4곳은 리얼미터보다 규모가 작지 않은 회사들입니다. NBS 핵심 관계자는 "밖에서 어떻게 볼지 몰라도 우리들은 리얼미터를 그 정도(경쟁자)로 보지 않는다"는 속내를 솔직히 말하기도 했는데요.

비용을 부담하는 스폰서 언론사 없이도, ARS 조사보다 단가가 3배 이상 비싼 전화면접을 자체조사로 진행해도 감당할 수 있는 회사들이 모인 만큼 당분간 조사는 안정적으로 계속될 전망입니다.

여론조사업계 관계자도 "요즘처럼 정치이슈가 많을 때 주목도 높은 설문 문항 등을 선보인다면 인용하는 언론사도 늘면서 지속가능한 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NBS 측은 "일단 내후년 대통령 선거까지는 전국지표조사를 계속 진행하기로 4개 회사가 합의했다"고 전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대한민국 대표 지표조사를 꿈꾼다는 포부도 덧붙였습니다.

Q. 리얼미터와 NBS 조사방법론, 뭐가 다른가?

A. 리얼미터는 'ARS(전화자동응답)' 방식을 기본으로 합니다. 사전 녹음된 기계 음성을 듣고 직접 전화기 다이얼을 눌러 답하게 되는 게 ARS 방식입니다.

매주 월·목 2차례 발표되는 리얼미터 정례조사는 '무선 전화면접(10%), 무선(70%)·유선(20%) 자동응답 혼용', 즉 전화면접 10%, ARS 90%로 진행됩니다.

[리얼미터 8월 2주 차 주중 동향] 조사개요


NBS 전국지표조사와 한국갤럽은 100% '면접조사'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사전 준비된 설문지를 상담원이 직접 읽고 응답자의 대답을 듣는 방식으로 생각하면 쉬운데요.

NBS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 면접조사 100%, 한국갤럽은 휴대전화 면접 85%에 집전화면접 15%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전국지표조사 제3호 2020년 8월 1주 보고서


방법론에 더불이 '비용'도 차이가 있습니다.

리얼미터는 YTN 의뢰로 매주 월요일, TBS교통방송(김어준의 뉴스공장) 의뢰로 매주 목요일 등 일주일에 2차례 정례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언론사 의뢰인만큼 설문 구성이나 질문 내용 등에 언론사 요청이 반영됩니다.

한국갤럽이나 NBS는 자체조사입니다. 스폰서 언론사 없이 자체적으로 비용을 부담합니다.

Q. ARS와 전화면접, 차이는?

A. ARS는 기계음성으로 진행되다보니, 응답자 입장에선 정치적 성향을 노출하는데 따른 부담이 적어서 좀 더 솔직하게 답변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사학계에서는 ARS 방식이 응답률이 낮고 통화 거절 비율이 높다, 특정 정치성향이 크게 반영된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기계음성이기 때문에 응답자가 전화를 끊어버리기가 쉽습니다. 결국 정치에 아주 관심이 많은 사람이 끝까지 대답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보수든 진보든 정치 고관여층이 답하기 때문에 특정 정치성향의 응답이 몰릴 수 있습니다.

전화면접의 경우 상담원이 물으면 정치에 관심이 없는 응답자들도 폭넓게 대답을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ARS에 비해 중도성향의 여론이 좀 더 잘 잡힌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한국갤럽이나 NBS 소속회사들이 속해있는 한국조사협회는 지난해 "앞으로 ARS 조사는 하지 않겠다"고 결의했습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을 예측하는데 실패했던 여론조사에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CNN방송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ARS 조사 결과는 인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Q. 리얼미터는 왜 이렇게 '안티'가 많은가?

A. 앞서 말씀드린 ARS 방식의 문제에 더해 '낮은 응답률'도 리얼미터가 공격받는 지점입니다.

13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례조사의 응답률은 5.3%입니다. 2만8천여명에게 전화해 1천507명이 응답했고,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전화를 안 받은 응답자에겐 2번 더 전화(2회 콜백)했다고 합니다.

10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의 응답률은 31.1%로, 총 3천230명과 통화해 1천5명이 응답했으며 응답률을 높이기 위한 콜백을 5번 실시했다고 합니다.

보통 4~5% 정도인 리얼미터 응답률에 비해 30%대 응답률은 굉장히 놀라운 수치라는 게 조사업계의 평가인데요. 주목할 점은 조사목표 1천여명을 채우기 위해 접촉한 인원이 리얼미터는 2만8천여명, 전국지표조사는 3천여명이라는 겁니다. 그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업계 관계자는 "조사 품질 유지를 위해 표본 리스트를 일정 수준 제한하고 그 안에서 재컨택(콜백)해서 응답률을 높여야 되는데, 리얼미터 ARS는 응답자가 전화 안 받으면 재컨택을 하는 게 아니라 리스트를 추가하고 추가해서 전화를 돌리다보니 늘 전화 받는 사람만 전화를 받는 경향이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유튜브 리얼미터TV '구라미터 제거기' 코너


Q. 리얼미터도 억울한 측면이 있을 거 같은데?

A. 리얼미터는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의 학술대회에 발표된 '제19대 대선 여론조사 분석'에서 리얼미터가 국내 29개 여론조사기관 중에서 가장 정치적인 편향성이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항변합니다.

ARS 방식이 응답률은 낮지만 응답자의 솔직한 답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숨은 보수'나 '숨은 진보'의 여론도 잘 잡아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리얼미터는 자체 유튜브 방송을 통해 '구라미터'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적극적인 홍보활동에 나서고 있기도 합니다.

결국 뉴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화면접으로 진행된 여론조사는 중도층의 여론, ARS 방식 조사는 정치 적극 참여층의 여론이 좀 더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되겠습니다. 다양한 여론조사를 뉴스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되는 겁니다.

'뉴스 픽'입니다.

※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결과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갤럽]
지난 11~13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13%.

[리얼미터]
TBS 의뢰로 지난 10∼12일 전국 성인 1천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중 조사 결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 응답률 5.3%

[NBS 전국지표조사]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전문기관이 공동으로 지난 6~8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격주 정례조사 결과,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 31.1%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혜진 기자hji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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