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시한 '집값 감독기구'.. 차베스式 가격통제와 닮은꼴

최종석 기자 2020. 8. 12.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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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시장 대혼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의 설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무리한 시장 통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 감독기구의 구성과 운영 방식 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세계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정부는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교통부 산하에 차관급 감독 기관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12일 열리는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11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TF(임시 조직) 형태의 '부동산시장 불법행위 대응반'으로는 조사에 한계가 있으니 상설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청와대에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토부·국세청·금융감독원 등에서 파견된 15명 안팎의 조직을 70~80명 규모로 키우고, 차관급 인사가 총괄한다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이나 국민 반발을 고려해 기관 이름에 '감독'이라는 말을 쓰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 안팎에선 "공무원 자리만 잔뜩 늘린 채 업무 효율은 그대로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초기 대기업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겠다며 만든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처럼 '계륵'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출범 당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인원을 대폭 보강한 기업집단국은 규모에 비해 성과가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주로 사인(私人)끼리 거래하는 부동산 시장을 전반적으로 감독하는 정부 기관은 유례가 드물다. 전문가들은 그나마 비슷한 사례로 베네수엘라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공정가격감독원'을 설치해 주택 등 모든 물품의 가격을 감시·감독한 것을 꼽는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상 초유의 부동산 감독 기구 설립에 대해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주택 매매뿐만 아니라 증여·상속 등 부동산 거래 전반을 다 조사할 것 같다" "부동산 거래를 빌미로 국민을 통제하는 권력 기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감독기구가 실제 출범하면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거래가 급감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주택 시장이 안정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갈 곳 없는 돈이 쓰나미처럼 몰리며 부동산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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