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당' 이수근의 역설, 나 홀로라지만 혼자는 아니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0. 8. 8.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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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역설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강원도 산골에 자리한 '이식당'을 이수근이 홀로 감당해내는 게 tvN <나홀로 이식당> 의 콘셉트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지만, <나홀로 이식당> 은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세상에 혼자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걸 생각하게 만든다.

<나홀로 이식당> 은 이수근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식당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웃음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그를 알게 모르게 돕는 손길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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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이식당', 이수근 멘붕 속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
'나홀로 이식당', 세상 혼자서 되는 일이 어디 있으랴

[엔터미디어=정덕현] 참으로 역설적인 예능 프로그램이다. 강원도 산골에 자리한 '이식당'을 이수근이 홀로 감당해내는 게 tvN <나홀로 이식당>의 콘셉트다. 그래서 혼자 가마솥에 옥수수밥과 감자밥을 하고 갖가지 밑반찬들과 메인 요리로 내놓을 돼지고기 두루치기와 감자 짜글이의 재료들을 손질하며 장사를 준비하는 데만도 하루가 훌쩍 가버린다.

그런데 그건 장사를 시작하기 전의 그나마 한가한(?) 시간들이고 막상 장사 첫 날이 되자 더 큰 멘붕 상황들이 쏟아진다. 그나마 요리가 손에 익어 전날 시범적으로 했을 때보다는 훨씬 손이 빨라진데다 요리도 맛있게 나오는 건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렇게 대충 준비를 마쳤을 때 한두 팀 연달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도저히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을 이수근은 마주하게 됐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에 4인분의 요리를 하는 것도 정신없는데 상차림도 일일이 해야 하고 1인당 한 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다 만들어 내놓은 요리를 손님이 있는 평상까지 가져가는 것도 일이다. 게다가 솥에서 밥을 퍼주는 것까지 해야 하고, 물론 손님이 처음 오면 메뉴와 물을 가져다주며 담소도 나눠야 한다.

이런 상황이니 이수근은 몸이 열 개라도 남아나질 않는다. 그래서 이수근은 슬슬 손님을 시켜먹기 시작한다. 밥을 직접 퍼가라는 이야기를 '밥 푸는 체험'이라고 얼렁뚱땅 말하며 시키고 상도 들고 가게 만든다. 나중에는 다 먹은 상을 직접 손님들이 알아서 가져오기도 한다. 혼자 그 많은 일을 한다는 걸 아는 손님이라면 누구나 도와주고픈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31수근'이라고 불릴 정도로 일에 이력이 나있고 또 스스로도 인정하듯 하면 또 "참 잘한다"는 일꾼 중의 일꾼 이수근이지만 이런 상황은 도저히 안된다는 걸 나영석 PD도 고스란히 느꼈던 모양이었다. 그 먼 곳까지 찾아와준 손님들이 정작 일하느라 바쁜 이수근의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 나영석 PD가 돕겠다 나선다. 자신이 도와줄 테니 손님들한테 가서 노래도 불러주고 웃음도 주라는 것.

결국 나영석 PD는 또 후배 PD인 양정우 PD를 불러 일을 시킨다. 그래서 애초 <나홀로 이식당>으로 시작했지만 이수근이 운영하는 식당에 나영석, 양정우가 보조처럼 도움의 손길을 얹고 나아가 손님들조차 일손을 돕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있지만, <나홀로 이식당>은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세상에 혼자되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는 걸 생각하게 만든다. 생각해보면 요리도 백종원이 나섰기 때문에 레시피를 쉽게 얻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산골 감자밭 옆에 자리한 식당과 평상 같은 것들도 사실 알고 보면 제작진의 애정 어린 손길이 닿은 것일 테다. 무엇보다 이 방송이 가능하게 되는 건 기꺼이 그 먼 곳까지 찾아와준 손님들의 도움(?)이 더해져서다.

우리는 문득 문득 너무 힘들고 그래서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는 이 없이 혼자라고 느끼기도 하지만, 사실 잘 들여다보면 우리 주변에는 보이지 않는 참 많은 이들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를 해냈을 때도 잘 생각해보면 그것이 가능해진 많은 숨겨진 도움들이 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홀로 이식당>은 이수근이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식당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웃음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그를 알게 모르게 돕는 손길들을 발견하게 해준다. 그것이 아마도 정신없는 이수근의 멘붕이 만들어내는 웃음 속에서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훈훈함의 정체가 아닐까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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