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배우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아름다운 언어"

이상서 입력 2020. 8. 7. 09: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주최 UCC 경진대회 수상자 3명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한국어, 정말 어렵습니다. 정확히 발음하기도 어렵고 상황에 걸맞은 높임말 사용을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언젠가 모국과 한국간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해서라도 꼭 능숙하게 구사하고 싶습니다."

7일 서울대 언어교육원은 한국어교육센터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제4회 사용자제작콘텐츠(UCC) 경진대회' 수상자 3명을 발표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취소된 말하기 대회를 겸해 '나의 한국 생활'을 주제로 열린 이번 대회에는 중국, 미국, 우즈베키스탄 등 총 13팀이 참여했다.

수상자인 페르디난 렌차우(21·말레이시아) 씨와 볼코바 아나스타샤(27·러시아) 씨, 오타케이코(太田景子·29·일본) 씨는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모전에 출품할 영상을 만들면서 한국에 애정도 커졌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UCC 경진대회 최우수상. 페르디난 렌차우(21·말레이시아) 씨 [유튜브 캡처]

최우수상을 받은 렌차우 씨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 정부의 장학금을 받고 한국을 처음 찾았다. 2∼3년 전부터 모국에서는 K팝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국어 배우기 열풍이 불었다고 한다.

그는 "한국어를 배울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은 '적재적소'에 조사를 쓰는 법이었다"며 "높임말도 한가지가 아니라 상대방에 따라 쓰임새가 다양해서 너무 헷갈렸다"고 말했다.

가령 '먹다'에서 파생된 높임말이 '드시다', '잡수신다', '식사하시다' 등으로 다양할 뿐만 아니라 각각 알맞게 써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게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모국어에는 없는 부분이라 익히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며 "사실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웃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꿈이라고 밝힌 그는 "말레이시아는 말레이어, 영어 등 공식 모국어 말고도 중국어와 타밀어 등 여러 언어를 쓰는 사람도 많아 통일된 한국어 교재가 부족하다"며 "5년 동안 여기서 열심히 공부한 뒤 우리나라로 돌아가 누구나 쉽게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책을 펴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UCC 경진대회 우수상 볼코바 아나스타샤(27·러시아) 씨. [유튜브 캡처]

우수상을 받은 볼코바 아나스타샤 씨는 3년 전 여행으로 찾은 한국이 맘에 쏙 들었다. 고향인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돌아가서 한국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 '꽃보다 남자' 등 인기작을 섭렵했다.

지난해 유학생 신분으로 서울대 언어교육원에 입학하며 다시 한국을 찾은 그는 "서울은 TV 화면에서 접했을 때보다 훨씬 더 예쁜 도시였다"고 말했다.

그는 "유튜브에 올린 공모 영상에 평소 아름답다고 느꼈던 등하굣길 모습과 서울대 캠퍼스의 여러 장소를 담으려고 노력했다"며 "이것이 많은 조회 수와 '좋아요'를 받은 비결이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는 다국적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는 "서울의 모든 풍경이 한눈에 보이는 남산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라며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잠잠해져 러시아에 있는 가족 모두를 이곳에 초대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서울대 언어교육원 UCC 경진대회 인기상 오타케이코(太田景子·29·일본) 씨. [유튜브 캡처]

오타케이코 씨의 고향인 오사카(大阪)시는 일본에서 재일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덕분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 재일교포 친구도 많이 사귀었다.

그는 "이런 배경 덕에 한국 문화와 역사, 노래 등을 자연스럽게 배웠다"며 "그때부터 한국과 연이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어는 모국어와 비슷한 단어도 많고 문법 체계도 비슷해 처음 접근하기에는 쉬웠다"면서도 "고급 단계로 들어갈수록 어려워지고 배워야 하는 부분이 많아지는 게 한국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어에서는 한두 개 정도에 불과한 받침이 한국어에서는 표기법과 발음, 의미도 다양해 습득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일본 유학을 목표로 하는 한국 학생들을 돕는 유학원에서 일하는 게 목표라고 밝힌 그는 "일본에 알려진 한국 문화는 K팝과 영화가 대부분이지만 진정한 매력은 광화문과 인사동 곳곳에 숨겨진 옛날 찻집과 고궁, 한옥 등 과거의 흔적이라고 본다"며 "출품 영상에도 이런 고풍스러운 모습을 최대한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을 소중히 여기고 이어가려는 한국인의 마음가짐을 모국에도 알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shlamazel@yna.co.kr

☞ 계속 출몰하는 '신림동 그놈'들…오늘도 뒤돌아본다
☞ 구명조끼·우비가 만든 기적…의암댐 실종자 극적 구조
☞ '광고비 받고도 안 받은 척' 유튜버 처벌가능?
☞ "아이가 떠내려가요"…경찰관은 물에 뛰어들었다
☞ 샘 오취리, 고교생들의 '가나 댄스팀' 패러디에 보인 반응은
☞ "야하게 보이려고 그렇게 입었나?" 교사 발언에 '응징'
☞ 북한의 '이색 여름 휴가'…경비행기 타고 평양 여행
☞ 이름 검색하니 '도둑'…구글에 소송 건 전직 대통령
☞ '잔해 속에서 피아노 연주'…레바논 여성 동영상이 준 감동
☞ "소가 뀌는 방귀 줄일게요"…버거킹 광고 논란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