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데뷔까지 10년..허찬미 "음악 포기할 수 없었어요"
남녀공학-파이브돌스로 활동하다 '프로듀스 101' 출연해 얼굴 알려
연습생 기간까지 합치면 15년 만에 솔로 데뷔 싱글 '하이라이트' 발매
댄서들과 함께하는 퍼포먼스 돋보이는 타이틀곡 '라이츠' 외에도 자작곡 '아임 파인 땡스' 실어
하고 싶은 건.. R&B와 발라드 도전, 샘김·크러쉬와 음악 작업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을 일으킨 엠넷 '프로듀스 101'(2016)은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연습생 기간만 10년 4개월에 이르고 이미 남녀공학, 파이브돌스로 데뷔한 경험도 있었기에 프로그램 시작 전부터 주목받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3차 투표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또 다른 서바이벌 프로그램 JTBC '믹스나인'(2017)에서는 최종 20위로 탈락했다.
사람들의 시야에서는 멀어졌지만 노래하고 춤추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데뷔 10년 만에 이름 석 자를 새긴 솔로 싱글을 냈다. 중1 때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후로는 15년 만이었다. 데뷔 싱글을 냈던 날 그가 인스타그램에 쓴 "나 행복해주겅"이라는 소감은 과장이 아니었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솔로 데뷔 싱글 '하이라이트'(Highlight)를 낸 허찬미를 만났다. 지금 소속사에서 솔로 앨범을 준비해 보자는 말을 했을 때 믿을 수 없었다는 그는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열심히 준비해 지금의 결과물을 내놨다. 수록곡 '아임 파인 땡스'(I'm fine thanks)라는 자작곡도 실었다.
◇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 솔로 무대
솔로 데뷔 소감을 물으니 "너무너무 기분이 좋고 아직까지 믿기지 않는다"라고 답했다. '하이라이트'는 '지금 이 순간이 허찬미 인생의 하이라이트'라는 이야기를 담은 싱글이다.
타이틀곡 '라이츠'(Lights)는 오랫동안 힘든 시간을 견디며 헤매면서도 내면의 빛을 찾았다는 의미의 곡이다. 청량하고 화려한 멜로디라인과 중독성 있는 후렴구가 돋보이는 댄스곡이다.
허찬미는 지난달 23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에서 솔로 첫 무대에 올랐다. 이후 KBS2 '뮤직뱅크', 아리랑 '심플리 케이팝', MBC '쇼! 음악중심'에 출연했다. 원래 긴장을 안 하는 편인 허찬미도, 처음으로 '혼자' 하는 무대에서는 떨렸다고 고백했다.
"관중이 있었으면 더 떨렸을 것 같기도 해요. 뭔가 관객이 없어서 조금 덜 떨렸어요. 일단 현장을 오랜만에 가 봤어요.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대기실에 허찬미라는 제 이름이 붙어있는 것도 신기했어요. 처음으로 저 혼자 보이는 무대라서 긴장을 많이 했어요. 설레고 떨리긴 했는데 막상 무대에 올라가니까 좋더라고요. (웃음) 평소에는 정말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혼자 처음 하니까 떨렸어요. 무대 하나하나 다 완벽하게 보여주고 싶단 마음이 있어요."
아이돌 팀에서는 메인보컬을 맡았으나, 한 곡을 온전히 다 녹음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코러스, 화음까지 직접 했다. 서너 시간 이상 한 자리에서 노래 부르는 건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허찬미는 "같은 자세로 노래를 부르니까 허리가 엄청 아팠는데, 그것도 기분 좋더라. 제가 솔로 앨범을 녹음하고 있다는 거니까"라고 전했다.
그는 '라이츠' 중간에 나오는 랩 송 부분을 언급하며 "제가 한 번도 안 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메인보컬을 하며 고음이나 후렴구만 부르고 벌스를 불러본 적이 없었다. 중저음을 더 잘 낼 수 있게 연습을 많이 했다. 랩 할 땐 어색하고 오그라들었는데 '하면 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라고 웃었다.
허찬미는 '라이츠' 무대에서 댄서 6명과 함께 무대를 꾸민다. 허찬미는 "퍼포먼스를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가 있고 그걸 잘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허찬미는 "제가 라이브 걱정을 많이 했다. 노래 부르면서 춤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다행히 라이브를 잘한다는 반응이 많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앞으로도 라이브에 신경 쓰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이라고 밝혔다.
이번 솔로 앨범에는 허찬미의 자작곡 '아임 파인 땡스'도 수록됐다. 허찬미가 가사를 썼고 작곡에도 참여했다. 그동안 만들어서 갖고 있던 곡을 회사에서 듣고 앨범에 넣으면 좋겠다고 제안해 실리게 됐다. 허찬미는 "1년 전쯤, 음악을 다시 하려고 생각했을 때 그간의 힘들었던 과정을 잘 이겨내고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로 썼다"라고 설명했다.
"제목을 '아임 파인 땡스'라고 한 것 자체가… 그동안에 많은 일과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이제는 괜찮아, 이런 느낌이거든요. 모든 가사가 다 와닿지만 '먹구름 같은 에브리데이 혹시 들킬까 스마일 어게인'이라는 가사가 있어요. 힘들었던 마음을 표현한 건데, 그 가사 쓸 때 약간 울컥해서 글썽글썽했어요. 내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는 게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먹구름 같았지만 괜찮은 척하면서 웃고 다녔던 게 머릿속을 스쳐 지나면서 많은 생각을 했죠."
꼭 솔로 가수를 꿈꾼 건 아니었다. 그룹이든 유닛이든 상관없었다. 기약 없어 보이는 내일을 위해 달려온 시간이 생각보다 길어졌다. "멘탈이 무너지는" 시기도 자주 거쳤지만, 음악은 여전히 좋았다. 무대가 그리웠다. 그만둘까 하는 생각만큼이나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전해 볼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노래랑 춤이 좋아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어요. '어떻게 했을 때 희열을 느낄까?' 했는데 처음엔 무대밖에 없었어요. 노래하고 춤출 수 있다는 것에 희열을 느꼈죠. 나중에는 팬분들이 저를 보고 어떤 일을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행복하더라고요. 제가 누군가에게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게요."
물론 든든하게 곁을 지켜준 가족이 없었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허찬미는 "가족의 힘, 음악을 포기할 수 없는 내적으로 치밀어오르는 욕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 같다"라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가족이) 가장 믿고 기다려줬는데, 제가 무너지면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꼭 보여줘야지, 보답해야지 하는 마음이 있었다"라며 "부모님은 저를 가장 오랫동안 기다려 준 1호 팬이다. 저만 바라보고 응원해 주시는 팬! (데뷔를) 너무 좋아하셨다"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제 갓 솔로로 첫발을 뗀 허찬미는 다음 앨범 작업에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실용음악과를 다니며 곡 쓰는 걸 배우게 됐는데 재미있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허찬미는 "아직 제가 모든 비트를 다 작업할 줄은 모르지만, 어쨌든 탑 라인을 만들고 가사를 써서 (한 곡을) 만드는 게 재미있더라"라며 "일단 차근차근 보여드리고, 제 곡으로 정규앨범을 채우는 게 목표다. 노력해서 가능하다면"이라고 밝혔다. 다시 공연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되면, 작은 공연장에서라도 팬들과 같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만들고 싶기도 하다.
앞으로 해 보고 싶은 장르는 발라드와 R&B다. 허찬미는 "빠른 템포 곡을 많이 했는데 잔잔하고 듣기 좋은 곡도 해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정작 그가 평소에 가장 자주 듣는 장르는 힙합이라고. '스웨그 있는' 걸 좋아한단다. 엠넷 '쇼미더머니'도 전 시리즈를 다 봤다. 그럼 함께해 보고 싶은 아티스트는 없을까. 허찬미는 "(그런 생각) 너무 많이 한다. '그분들이 나랑 해 줄까?' 할 뿐"이라면서도 기회가 되면 샘김, 크러쉬와 작업해 보고 싶다고 전했다.
최근 유튜브에서 가수 말고 도전하고 싶은 것으로 뮤지컬을 들었던 허찬미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렌트'다. '렌트'는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을 현대화한 록 뮤지컬로 오프-브로드웨이 초연 하루 전 요절한 천재 극본·작사·작곡가 조나단 라슨의 자전적 이야기를 그렸다. 허찬미는 "제가 연습생을 오래 해서 학교에서 올리는 공연에 하나도 참여를 못 했다. 그 갈증이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 같다"라며 '렌트'의 미미 역할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저를 '센 언니'로 알고 계셨던 분들에게, 꼭 그런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고 다른 모습도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센 언니' 말고 '편한 언니' 하고 싶어요. (웃음) 제 롤모델이 이효리 선배님인데 모든 걸 섭렵하시는 게 멋져요. 편한 언니 같은데 카리스마도 있고 무대에서도 굉장히 멋지시잖아요. 제게도 다가가기 어렵지 않고, 털털한 면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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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수정 기자] eyesonyo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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