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FA로이드' 허경민, 김선빈-오지환 넘을까?
KBO리그에는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이 있다. 방망이에 공을 잘 갖다 맞히는 정확한 타자, 일단 맞혔다 하면 장타를 뿜어내는 파워 있는 타자, 공을 잘 지켜보며 출루에 능한 선구안 좋은 타자, 베이스에서 투수를 현혹시키는 발 빠른 타자 등.
이 다양한 종류의 타자들은 자신의 ‘Tool’을 활용하여 팀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팬들은 이들의 Tool에 열광한다.
‘월간 타자 Tool별 TOP 5’에서는 매월 Tool별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한 선수들을 만나고 있다. Tool은 컨택, 선구안, 파워, 스피드 등 네 가지이고, 표본은 지난 7월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다.
컨택 TOP5: 허경민(두산)
올시즌 2연패를 노리는 두산 베어스 내야의 핵심, 허경민이 공수주 모두에서 리그 최상급 활약을 펼치며 7월 MVP 후보로 선정됐다. 개인 첫 FA 자격을 앞두고 있는 그의 가치는 올시즌을 앞두고 FA 40억 계약을 체결한 오지환-김선빈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경민의 올 시즌 시작은 불운했다. 개막전 코뼈 골절로 스프링캠프에 합류하지 못했다. 또한 6월 초에는 손가락 미세 골절로 약 3주 가량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전화위복이 된 것일까? 부상에서 돌아온 허경민의 활약은 폭발적이었다.
7월 한 달간 83타수 41안타 11득점 12타점 6도루 타율 0.494 OPS 1.093을 기록했다. 월간 타율 1위, 출루율 1위, 안타 1위, 도루 공 동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출루율은 무려 0.539에 달했는데 높은 출루와 동시에 도루도 6개나 기록하며 지난 한 달간 리그에서 투수들에게 가장 무서운 타자였다.
허경민은 안정적이면서도 물샐 틈 없는 수비력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건실한 플레이를 자랑하는 팀 플레이어형 선수다. 파워 포지션인 3루수임에도 장타력과 폭발력이 부족하다는 아쉬웠지만 그가 보여주는 수비에서의 안정감과 만만찮은 클러치 능력은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그러던 허경민이 올 시즌에는 폭발력까지 갖춘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다. 7월 마지막 날을 기준으로 규정 타석에도 도달하며 현재 KBO의 타자 시상 기록 대부분을 휩쓸고 있는 로하스를 넘어 리그 타율 1위에 올랐다.
또한 홈런도 작년에 때려낸 4개를 벌써 다 채웠다. 현재 페이스가 이어진다면 2018시즌에 기록한 개인 최다 홈런인 10개도 충분히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활약이 더욱 놀라운 이유는 유격수 겸업이라는 강행군을 하는 와중에 일궈낸 성적이라는 것이다.
허경민은 고교시절 초고교급 유격수로 인정받으면서 프로에 입단했지만, 프로에서는 손시헌-김재호로 이어지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수비력을 가진 선수들이 유격수 자리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자연스레 팀의 약점 포지션이었던 3루수에서 자리를 잡은데 성공한 그가 프로 무대에서 유격수로 뛴 경험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베테랑 김재호의 몸 상태가 온전치 못했고, 유격수 백업 류지혁이 트레이드로 팀을 옮기면서 김태형 감독은 허경민의 유격수 기용을 대안으로 삼았다.
사실 허경민의 수비 능력이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유격수 겸업이었지만, 그 스스로는 부담을 많이 느끼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유격수로 총 106이닝을 소화했는데 실책은 단 1개에 불과했고 수비율도 0.982로 매우 뛰어나다. 말 그대로 고육지책에 가까운 멀티포지션 소화였음에도 허경민은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포지션 변경이나 겸업은 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부담이 따르는 시도다. 그러나 허경민은 수비에서 완벽한 모습은 물론 타격에서도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두산의 공격을 이끌고 있다.
1번부터 5번, 6번 타자로도 나서며 두산 타선 배치의 핵심 카드가 된 허경민. 그가 이 기세를 이어나가 올시즌 FA 최대어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제 이 정도는 기본. 수비요정에서 타격요정까지 섭렵한 허경민
선구안 TOP5: 김상수(삼성)
삼성 라이온즈의 프랜차이즈 스타 김상수가 타격에도 눈을 떴다. 자신의 커리어하이 공격력을 뽐내며 리그 최고의 1번 타자로 거듭났다.
김상수는 올시즌 데뷔 첫 3할 타율을 향해 가고 있다. 이번 시즌 총 240타수 79안타 46득점 24타점 8도루 타율 0.329 OPS 0.872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케이비리포트 기준) 2.9를 기록하며 삼성 타선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다.
그의 시즌 출루율은 0.430으로 리그 내 4위. 1위 로하스(0.443)와도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타이틀 홀더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올시즌 1번 타자로 나서는 만큼 그의 출루는 팀 공격에 매우 중요한 득점 기회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는 기록이다.
올시즌 다수 타격 지표에서 상위권에 올라있는 김상수지만, 가장 눈여겨볼 점은 그의 BB/K 지수(볼넷/삼진 비율)이다.
김상수는 현재 1.15의 BB/K 지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데뷔 이후 1이 넘었던 적은 처음이다. 선구안이 약점으로도 꼽혔던 선수이기에 더욱 극적인 변화로도 볼 수 있다.
심지어 7월 한 달간 그의 BB/K 지수는 더욱 뛰어나다. 한 달간 15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단 4개의 삼진만 당하며 3.75를 기록하고 있다. 타석에서 많은 공을 골라내며 완벽한 1번 타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컨택률도 97.3%로 월간 1위에 오르며 투수들을 적극적으로 괴롭히고 있다.
선두 타자로서 가장 중요한 지표라고 볼 수 있는 출루율과 BB/K 지수가 이 정도로 향상됐기에 삼성의 1번 타자 자리만큼은 고정되어 자주 바뀌는 타선에 안정감을 심어주고 있다. 실제로 그는 5월 14일부터 선발 출전하는 모든 경기에서 리드오프로 경기에 나섰다.
리그 내 모든 리드오프 중에서도 최상급 활약을 펼쳐주는 것은 물론 2루수 자리에서도 그보다 좋은 WAR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없다.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그의 2루수 변신은 대성공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7월 들어 더 물오른 타격감을 선보이며 팀의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간 타율 0.385와 출루율 0.484를 기록하며 둘 다 리그 내 4위에 올랐다.
이러한 활약대로라면 데뷔 첫 3할 타율은 물론, 타이틀홀더 그리고 골든글러브 수상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점점 더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커리어하이를 향해 가는 그가 삼성의 가을야구 진출과 함께 개인 수상까지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 403일 만에 대포를 쏘아올린 김상수
파워 TOP5: 최정(SK)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말을 스스로 입증한 타자가 있다. 바로 SK 와이번스 타선의 심장 최정이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으로 에이징커브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마자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5월 한 달간 그의 타율은 0.205에 불과했다. 규정 타석을 채운 74명의 선수 중 그보다 타율이 낮았던 선수는 KT 김민혁밖에 없었다. 홈런도 단 2개에 그치며 어려운 팀 성적과 맞물려 최정도 이제 하락세라는 의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실제로 2018년에 최정은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을 거뒀고, 2019년 초반에도 부진을 거듭했다. 지난해에는 다행히 시즌이 지날수록 타격감이 올라오며 막판까지 홈런왕 경쟁을 펼쳤으나, 올해 초반에는 타격 포인트 자체를 잡지 못하며 2018년이 되풀이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가득했다.
하지만 기우에 그쳤다. 6월에 점점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모습으로 사그러들더니, 7월에는 완벽히 자신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데 성공했다. 5~6월에 연패를 거듭하며 최하위로 추락하기도 했던 SK는 최정의 반등과 함께 최근 10일 동안 4승 1무 5패를 거두며 점점 팀 성적도 회복되는 기미를 보인다.
그는 7월 한 달 동안 72타수 26안타 22타점 16득점 타율 0.361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시즌 타율을 어느덧 3할 언저리까지 끌어올렸다.
사실 그의 타율보다도 더 고무적인 것은 증가한 홈런 개수. 5월과 6월에 각각 2개, 6개에 그쳤던 홈런은 7월 들어 9개로 급증했다. 시즌 홈런 순위에서도 총 17개로 공동 5위에 오르며 여전히 홈런왕 경쟁의 가시권에 들어가 있다.
최정의 7월 장타력 지표를 좀 더 살펴보면 그의 부활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타석당 홈런 비율(HR%)은 10.11%로 5월과 6월에 각각 리그를 폭격했던 라모스(10.99%)와 로하스(10.09%)의 홈런 페이스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의 7월 절대 장타율(IsoP)의 경우는 5월의 라모스(0.438)와 6월의 로하스(0.396)보다 더 좋은 0.458이다. 절대 장타율이 높다고 무조건 더 뛰어난 거포라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맞으면 장타라는 점에서 상대 투수에게 주는 압박감이 상당했으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아직 시즌이 절반 이상 지나지 않았기에 wRC+(조정득점생산력)이 논하기 이를 수는 있으나, 시즌 초반 최악의 부진을 겪었던 최정이 시즌 wRC+ 4위(157.4)에 올라있는 것은 분명히 의미가 있다.
자신의 클래스에 대한 입증이 이제는 팀에게도 이어져야 한다. 지난 시즌 우승 경쟁을 펼쳤던 SK는 현재 9위까지 추락한 상태다. SK의 절대적 중심인 최정의 반등이 현재 5연패인 팀의 하락세를 멈추고 4할 승률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8/2일 기준 SK 승률 0.329)
# 통산 350홈런 달성! SK의 레전드 최정
스피드 TOP5 : 배정대(KT)
7월 스피드왕에는 KT 위즈 배정대가 선정됐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잠재력을 터뜨리며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떠오른 그가 주루에서도 자신의 재능을 입증하고 있다.
KT 위즈 배정대는 신인 시절부터 굉장히 가능성 높은 유망주로 손꼽혔던 선수다. 다만 느린 성장 속도로 데뷔 초 여러번 기회를 받았음에도 주전으로 도약하지 못했다.
하지만 뛰어난 수비력에 주목한 KT 이강철 감독은 올시즌 주전 중견수로 배정대를 낙점했음을 개막 전에 미리 밝혔다. 타석에서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여도 배정대의 중견수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는 안타 한, 두 개를 상쇄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이런 기대는 좋은 방향으로 빗나갔다. 수비에서의 활약은 물론 타석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하고 있다. 5월 한 달간 타율 0.373을 기록하며 9번 타순에서 시즌을 시작했던 그는 어느덧 테이블 세터를 맡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러나 6월에는 월간 타율 0.284로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이며 잠깐 반짝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올 찰나, 7월에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7월 월간 타율 0.346을 기록하며 시즌 타율을 3할 초중반(0.331)까지 끌어올렸고, 6번 타자로 자주 나오며 KT의 강력한 클린업 트리오를 보좌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자신의 시즌 초 활약이 우연이 아니였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꺾였던 상승세를 다시 끌어올리면서 한층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준 그다. 배정대의 뜨거운 방망이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그의 주루 능력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시즌 총 13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며 서건창(16개)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라있다. 그 중에서도 7월에만 8개를 성공시켜 점점 도루왕 경쟁을 가열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그의 도루는 팀의 승리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가치 있다.
7월에 성공시킨 8개의 도루 중 무려 4번을 득점까지 연결했다. 심지어 이 상황들은 모두 근소한 점수 차의 박빙 상황이었다. 물론 도루 성공률이 76.5%(13개 성공 4개 실패)로 다소 아쉽지만, 접전 상황에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가져가며 상대 베터리를 흔들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팀 공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7월에 가장 많은 승리를 거둔 KT는 5할 승률+4를 기록하며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상승세의 바탕에는 KT의 강력한 타선이 있고, 배정대는 뛰어난 타격은 물론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KT 타선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다.
공수주에서 KT의 중심으로 성장한 배정대는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특히 한 점 승부 때 수비와 주루에서 엄청난 진가를 발휘하는 그가 시즌 후 리그 최고 중견수로 우뚝 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도루왕에 도전하는 배정대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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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이승호 칼럼니스트/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