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 달 있으면 출하하는데"..애써 키운 우렁이 40t 유실

천경환 입력 2020. 8. 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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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은 거대한 태풍이라도 훑고 지난 듯 엉망진창으로 변해 있었다.

왕씨는 "한 달 뒤면 출하할 우렁이를 절반가량 잃었다"며 "지금 다시 새끼를 들인다 해도 9월 이후에는 성장이 느려져 식용으로 납품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루에도 몇번씩 우렁이 농장을 오가며 아들이 일군 양식장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는데, 자랑스럽던 아들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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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우렁이 양식장 들이닥친 흙탕물 비닐하우스 30채 휩쓸어
엄지손톱 크기의 우렁이 40% 쓸려나가..기계설비도 못쓰게 돼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4일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은 거대한 태풍이라도 훑고 지난 듯 엉망진창으로 변해 있었다.

물 폭탄 맞은 우렁이 양식장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3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 앞에 우렁이가 널브러져 있다. 2020.8.4 kw@yna.co.kr

수조 안에 있어야 할 우렁이는 땅바닥에 나뒹굴고, 비닐하우스도 곳곳이 볼썽사납게 파손됐다.

복구에 나선 직원들은 땅바닥에 기어 다니는 우렁이를 밟을까 봐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이 농장은 이틀 전 중부지방을 강타한 집중호우에 물 폭탄을 맞았다.

당시 양식장을 뒤덮었던 흙탕물은 거의 빠졌지만, 수마가 남긴 생채기는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

30채의 비닐하우스 안 수조에 있던 100t가량의 우렁이 중 40%가량이 급류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양식장 이곳저곳도 진흙을 뒤집어썼거나 부서져 손 볼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물 폭탄 맞은 우렁이 양식장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3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이 집중호우로 망가져 있다. 2020.8.4 kw@yna.co.kr

농장주 왕모(50)씨는 "이틀 전 새벽 마을 옆 개울물이 눈에 보이게 불어나더니 삽시간에 양식장을 덮쳤다"며 "새벽 5시에 달려 나와 차단기를 내리고 배수로까지 정비했지만 소용없었다"고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양식장이 1만평 가까이 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라고 참담해했다.

그의 농장은 식용 우렁이를 양식하는 곳이다.

40여일 전 좁쌀만하던 새끼우렁이는 그새 무럭무럭 자라 지금은 어른 손톱만큼 성장했다.

그 사이 사룟값, 인건비 등으로 쓴 돈만 9천여만원에 이른다.

여기에다가 물에 잠긴 양수기와 온도 유지용 실외기 수리비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가 족히 수 억 원에 이른다는 게 왕씨의 설명이다.

물 폭탄 맞은 우렁이 양식장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3일 오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이 집중호우로 망가져 있다. 2020.8.4 kw@yna.co.kr

그의 농장에서는 6월부터 석 달가량 우렁이를 키워서 출하한다.

이 시기 우렁이는 식욕이 왕성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성장한다.

왕씨는 "한 달 뒤면 출하할 우렁이를 절반가량 잃었다"며 "지금 다시 새끼를 들인다 해도 9월 이후에는 성장이 느려져 식용으로 납품하는 게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출하를 포기하더라도 살아남은 우렁이를 번식시켜야 내년 농사를 준비할 수 있다"며 분주히 손을 놀렸다.

그러면서도 잠시 허리를 펴면서 수심 가득한 얼굴로 부모 걱정을 했다.

그의 연로한 부모는 두 달 전 정든 고향을 떠나 그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하루에도 몇번씩 우렁이 농장을 오가며 아들이 일군 양식장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는데, 자랑스럽던 아들의 일터가 하루아침에 쑥대밭으로 변한 것이다.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 바라보는 농민 (충주=연합뉴스) 2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에서 한 농민이 집중호우에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바라보고 있다. 2020.8.4 [독자제공. DB및 재판매 금지]

왕씨는 "부모님께서 양식장 걱정에 이틀째 식사를 못 하신다"며 "젊은 사람이야 다시 일어서면 되지만, 부모님이 충격에서 헤어나지 못해 건강을 잃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번 집중호우는 그의 양식장을 비롯해 충주지역 축산시설에도 큰 피해를 냈다.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앙성면 본평리에서 양봉 150군이 침수됐고 산척면에서는 병아리 4만4천여마리가 폐사했다.

충주시는 피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 관계자는 "현장조사를 거쳐 복구비 등 지원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비가 그치면 동물 사체 처리와 축사 방역 소독 등도 병행하겠다"고 전했다.

빗물에 잠긴 우렁이 양식장 (충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2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산척면 영덕리의 한 우렁이 양식장에 빗물이 가득 차 있다. 2020.8.4 [독자제공. DB및 재판매 금지]

k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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