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1회→3회' 학교 가는 날 늘어도..엄마들은 피곤하다

박진우 기자 2020. 8. 4.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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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부터 공부, 숙제까지 모두 담당…"엄마 개학 아니라 엄마 지옥"
학교 현장도 불만 커…"차라리 모두 학교에 왔으면"

2학기부터 수도권과 광주광역시 유·초·중학생의 등교날이 늘어나지만, 가정 내 부담은 그대로일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이 집에 머무는 원격수업일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엄마들 사이에서는 2주 뒤 2학기가 개학하면 ‘2차 엄마 개학’이 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이들이 자주 학교에 간다고 해도 원격수업 때는 결국 엄마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수도권과 광주광역시 유·초·중학교 등교인원을 재학생 3분의 1 이하로 제한한 ‘강화된 학교 밀집도 최소화 조치’가 2학기부터 완화된다. 다른 지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등교 인원이 ‘재학생 3분의 2 이하’로 늘어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교를 일주일에 한 번만 갔다면 2학기에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로 등교일수가 조정될 전망이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원격수업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일주일에 한 번 등교하나 세 번 등교하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아이들이 등교해 있다면 수업 중 여러 문제 해결을 선생님과 의논할 수 있지만, 원격수업 도중에는그럴 수 없어 결국 집에 함께 있는 엄마에 대한 의존이 커진다는 것이다.

1학기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유행이 전국적인 현상이어서 대부분 학교가 원격수업 형태로 개학했다. 그 탓에 출석부터 공부와 숙제, 수업 태도 등 학교에서 선생님이 해야할 일을 가정 내에서 엄마가 대신 하게 됐다. 아이들은 개학했지만, 학교에 가지 않았고, 일일히 엄마가 모든 것을 챙겨야해 ‘엄마 개학’이라는 말이 생겼다. 이는 등교수업이 시작된 5월 이후에 다소 완화됐지만, 3분의 1 등교가 이뤄진 수도권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는 저학년일수록 엄마 의존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마저 맞벌이 가정의 학생들은 가정 도움을 전혀 받을 수가 없어 보살핌과 교육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초등학교 4·1학년생 자녀를 둔 경기 거주 강모(여·41)씨는 "엄마 개학이 아니라 엄마 지옥"이라며 "2학기 학교 가는 날이 조금 늘어난다고 하는데, 큰 차이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1학기 원격수업 때 일일히 엄마가 확인하지 않으면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고, 수업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선생님에게 질문 등을 할 수 없었다"며 "2학기 학교 가는 날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엄마를 찾는 건 여전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3·1학년생 자녀가 있는 서울 거주 최모(남·40)씨는 "그동안 엄마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니었다"며 "원격수업 중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을 엄마가 모조리 해결해 왔다"고 했다. 이어 최씨는 "학교 가는 날이 늘어도, 원격수업이 아예 없어진 것도 아니어서 엄마가 받는 스트레스는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며 "엄마는 늘 저녁에 퇴근하는 아빠에게 스트레스를 풀려고 해 2학기에도 골치가 아플 듯 하다"고 했다.

맞벌이 가정인 인천 거주 이모(남·44)씨는 자녀가 셋으로, 초등학교 1학년생 1명, 유치원 2명이다. 이씨는 "외벌이 집은 그나마 누가 살펴볼 사람이 있어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보육에 대한 부담은 하루 학교를 더 간다고 줄지 않는다"고 했다.

교육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없애기 위해 교사와 학생들이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쌍방향 수업’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소통하며 함께 공부하고, 문제도 함께 해결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불만은 적지 않다.

경기도 한 중학교 교사는 "교사와 학생이 소통하는 쌍방향 수업을 해도, 집중하지 않는 애들은 집중하지 않는다"며 "또 시스템 문제로 수업을 제대로 듣지 못할 경우에 교사가 이를 다 챙기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학교내 방역은 성공했다는 평가가 있는 만큼 아이들이 모두 학교에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일선 학교에서는 원격수업에서의 과제나 학업 평가 등이 어려운 점을 두고, 등교일수를 늘린다고 해결되지 않는다는 반응도 나온다. 결국 등교한 날에 평가를 몰아서 하는 건 등교일수가 적거나 많은 것과는 관계 없이 계속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원격수업을 통한 학습과정과 결과를 교사가 직접 관찰하기 어려워 결국 등교한 날에 확인할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탄생했다"며 "등교수업일 증가로 어느 정도 문제가 해결될 수는 있겠지만, 원격수업 평가를 안할 수도 없어 상황은 엇비슷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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