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부 다잡기 나선 윤석열.. '檢 개혁' 강조한 추미애

이도형 입력 2020. 8. 4.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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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총장 작심 발언 파장
'검언유착' 사건 후 추미애와 충돌
공식석상에서 범여권 우회적 비판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제공.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달여 만의 ‘침묵’을 깨고 권력형 비리에 굴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발산했다. 검찰 조직 내부와 외부 모두에 파괴력 있는 영향을 미칠 만한 언급이다. 대내적으로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흔들리는 조직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치권의 흔들기에 전혀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명이기도 하다. 대외적으로는 자신을 압박해온 범여권 등을 향한 우회적 경고를 날린 것으로 해석된다. 정확히 1년 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수사를 시작하면서 여권과 대립각을 세운 윤 총장이 다시 권력에 정면으로 대응하는 모양새다.

◆‘소통’ 강조한 尹… 檢 내부 다잡기 나섰나

윤 총장의 3일 발언은 최근 검찰을 둘러싼 우려 속에서 나왔다. 윤 총장은 ‘검언유착 의혹’ 사건에서 자신의 최측근인 한동훈(47·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했다. ‘검언유착’이냐, ‘권언유착’이냐를 놓고 논란이 일었으나 서울중앙지검은 검언유착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진행했다.

추 장관은 헌정사상 법무부 장관의 두번째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면서 윤 총장의 힘을 뺐다. 뒤이어 법무부·검찰 개혁위원회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고검장에게 분산해야 한다는 등의 권고를 내놓아 검찰총장을 사실상 ‘식물 총장’으로 전락시켰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윤 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검찰 내에서 윤 총장의 영은 서지 않았다. 조국 전 장관의 법무부에서 검찰국장을 지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윤 총장의 지휘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 한 검사장 등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하지 말 것을 권고했는데도 서울중앙지검은 마이웨이를 걷다가 정진웅 형사1부장과 한 검사장이 몸싸움을 벌이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윤 총장의 이날 언급은 검찰 조직을 향한 사실상의 질책성 메시지로 볼 만하다. ‘소통’과 ‘설득’을 강조하는 모습에서 드러난다. “검사가 하는 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설득”이라면서 동료·상급자, 법원, 수사대상자·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 간 충돌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검장이 윤 총장을 패싱한다는 얘기가 검찰 안팎에 파다한 상황이다. 사실상의 우회적 질책인 셈이다. 검찰 조직 장악력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신임검사 신고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윤 총장은 "부정부패와 권력형 비리를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 제공
◆‘권력형 비리 맞서야’… 정치권 압박 맞서겠다는 의도

더 중요한 지점은 ‘권력형 비리’에 대한 물러서지 않는 수사 의지를 보여준 대목이다. 윤 총장은 ‘권력형 비리’를 법의 지배를 통해 실현되는 자유민주주의를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인 점을 부각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권력형 비리에 대해 형사법이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으면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볼 수 없다는 윤 총장의 시각이 묻어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이날 “설득의 과정에 대한 언급과 진짜 민주주의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게 들어온 대목이었다”고 평했다.

윤 총장은 이번 언급을 통해 검찰 내부를 향해 ‘권력형 비리’를 강도 높게 수사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권 압박은 자신이 ‘방패’가 되어 막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여러 차례 검찰총장의 역할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적이 있다. 당장 여권의 공세에 대해 지금까지처럼 침묵으로 일관하지 않고 곧바로 맞받아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있을 고위 간부진에 대한 인사나, 법무부·검찰개혁위가 권고한 검찰총장 개혁안에서 어떤 자세를 취하느냐가 관건이다. 이 과정에서 여권과 윤 총장 간 대립이 더욱 심화할 수 있다.

정치권은 야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의 발언에 공감을 표하는 동시에 검찰개혁에 대한 반성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래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 칼잡이 윤석열의 귀환을 환영한다”며 “민주주의의 당연한 원칙과 상식이 반갑게 들린 시대의 어둠을 우리(통합당)도 함께 걷어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윤 총장의 의지가 진심이 되려면 조국, 송철호, 윤미향, 라임, 옵티머스 등 살아있는 권력에 숨죽였던 수사를 다시 깨우고 되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김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옵티머스 펀드 사태 등 의혹이 제기될 때 권력에 대한 감시는 검찰이 당연히 놓지 말아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별다른 공식 논평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3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 추미애 “수사·기소권 함께 행사 땐 권한남용·인권침해 발생”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신임 검사들에게 검찰의 수사와 기소기능 분리가 필요하다며 ‘검찰 권한 분산’을 강조했다. 연일 목소리를 높였던 ‘검언유착’ 의혹 사건과 관련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추 장관은 3일 정부과천청사 지하 대강당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검찰이 외부로부터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함께 행사하면 필연적으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특히 “검찰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하기 위해 탄생한 기관이고 검사는 인권 옹호의 최고 보루”라며 “검찰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인권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 절제되고 균형 잡힌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수사의 적법성을 통제하는 기본역할에 먼저 충실해 달라”는 당부도 곁들였다.

추 장관은 지난 2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궁극적인 검찰개혁 방안으로 검찰이 가진 기소와 수사의 권한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 장관은 전국의 검사장들과 만찬을 함께하며 이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정이 취소됐다.

추 장관은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에 대해 ‘개혁’이라고 언급한 뒤 ‘민주적 사법제도로 가기 위한 초석’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1월부터 수사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 집중된 과도한 권한이 분산된다고 검찰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여전히 부패 등 주요 범죄를 수사하고 경찰의 수사를 통제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3일 경기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신임 검사 임관식에서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장관은 또 “대인춘풍이란 말처럼 스스로 엄격하되 상대방에게는 봄바람처럼 따스한 마음을 가져주길 바란다”며 “원칙만을 앞세워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검사가 아니라 소외된 약자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면서 혜안을 쌓아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추 장관은 “특히 여성과 아동, 청소년 등 사회약자의 권익이 침해받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범죄로부터 선량한 시민과 공동체를 보호하는 일에 정의감과 사명감을 갖고,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검사로 성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추 장관은 ‘검언유착’ 의혹 수사와 관련, 한동훈 검사장의 휴대전화 압수수색과정에서 벌어진 검사 간 몸싸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추 장관은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는 등 검찰총장과 대립해왔다.

신임 검사들은 추 장관의 발언을 듣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도형·곽은산·정필재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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