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자격 탐정 난립 우려, 공인탐정 법제화로 해결"
(시사저널=송응철 기자)
국내에서 처음으로 탐정이 탄생하는 8월5일을 앞두고 유우종 한국민간조사중앙회 회장을 서울 강남의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호주 공인탐정 1호 타이틀을 가진 유 회장은 1983년부터 민간조사원으로 활동하며 국내 민간조사업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다. 독일·호주·일본 등 민간조사업 선진국 연수를 통해 연구를 지속했고, 2000년부터는 국내 최초로 민간조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1999년 16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국내의 공인탐정법(민간조사업법) 발의를 위해 앞장서 온 인물이기도 하다. 다음은 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민간조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1982년 막내삼촌이 사망했다. 서울의 한 호텔에서 추락한 것이다. 수사기관은 단순 사고사로 사건을 마무리했다. 난간에 기대 졸다 실수로 떨어졌다는 것이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였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정황상 타살이 의심됐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의문사나 미해결 사건 등을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지금에 이르렀다."
민간조사원으로서 주로 어떤 활동을 벌이고 있나.
"주로 해외도피사범과 산업스파이 추적, 지식재산권 침해조사, 화재·교통사고 조사, 보험사기 조사 등을 한다. 각 분야별 시장 규모를 놓고 보면 이른바 '짝퉁'과 관련한 지식재산권 침해조사가 가장 파이가 크다. 이는 세계적으로 한 해 약 320조원 규모에 달한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한국은 중국·일본과 더불어 짝퉁시장이 가장 큰 국가다. 보험사기도 규모가 크다. 국내에서 한 해 7조원가량이 보험사기로 누수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흥신소나 심부름센터 등으로 인해 민간조사원에 대해 안 좋은 인식이 있다.
"사실이다. 드라마나 영화 등 미디어에 등장하는 민간조사원들의 활동 3분의 1은 불법이다. 그렇다 보니 민간조사원을 돈만 주면 뭐든 다 해 주는 사람들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최근 한 여성으로부터 황당한 의뢰를 받은 적이 있다. 돈은 얼마가 들어도 좋으니 내연남의 다리를 부러뜨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민간조사원의 업무 영역은.
"민간조사원은 경찰처럼 수사를 하거나 범인을 잡는 일은 하지 않는다. 사생활 침해나 주거침입 등 불법도 저지르지 않는다. 오직 공공장소에서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방법(사진과 비디오)을 이용해 사실 그대로를 조사해 증거를 수집하고 진실을 밝히는 역할을 할 뿐이다. 절대 불법행위를 하거나 경찰·검찰의 수사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민간조사원은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공권력의 공백을 채우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그동안 크고 작은 사건들을 많이 다뤄왔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2016년 10월 경기도 오산의 왕복 6차로에서 승용차 여섯 대가 추돌하는 사고가 났다. A씨가 유턴을 시도하던 중 맞은편에서 오던 차량과 충돌한 것이다. 경찰과 보험사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았다는 이유로 A씨에게 80%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A씨는 나를 찾아왔다. 이후 블랙박스와 충돌 후 차가 밀려나간 거리 등을 분석해 최초 충돌한 차량이 규정 속도인 60km보다 20km 이상 빠른 86km로 달린 사실을 파악했다. 이로 인해 경찰은 기존 판단을 뒤집고 A씨의 과실을 20%로 조정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뀐 것이다."
민간조사원이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정상적인 교육 과정을 밟는 것을 추천한다. 온라인 등을 통해 검색하면 어렵지 않게 교육기관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직까진 비정상적인 교육기관도 적지 않다. 사전조사와 면담 등을 통해 믿을 만한 교육기관인지 확인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교육활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호서대학교 벤처대학원 평교원에서 민간조사 최고전문가 과정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지난 20년간 1500명 정도를 가르쳤다. 수강생은 전·현직 경찰이 많다. 현직 때의 경험을 살려 퇴직 후 민간조사원으로 활동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또 회계사와 변호사, 법률사무소 사무장, 신용정보 업체 직원 등도 많이 수강하는 직군들이다."
이번 신용정보법 개정안 시행으로 탐정사무소가 많이 늘어날 것 같다.
"맞다. 신규 탐정사무소도 많이 생길 것이고, 간판을 탐정사무소로 바꿔 다는 심부름센터나 흥신소도 늘어날 것이다. 민간조사 시장이 커진다는 점에선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불법과 편법을 자행하는 반쪽짜리 민간조사원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경쟁이 심화되면서 불법의 수위는 더욱 높아지게 될 것이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어떤 대책이 마련돼야 할까.
"공인탐정법이 통과돼야 한다. 한국민간조사중앙회를 통해 2000년 16대 국회부터 민간조사법 제정을 위해 노력해 왔다. 20대 국회까지 모두 9번 법안이 발의됐지만, 폐기와 임기만료가 반복됐다. 공인탐정법이 통과돼야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민간조사원들을 관리·감독할 수 있다. 이 경우 불법을 일삼는 이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고, 이는 업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공인탐정법이 통과되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나.
"그렇다. 현재 민간조사 시장 규모는 한 해 약 5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향후 탐정업은 어떤 신직업보다도 왕성하게 발전할 것이고,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본다.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1등 공신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특히 민간조사원은 단순히 탐정사무소에 소속돼 활동하는 것만이 아니다. 민간조사원으로서의 역량을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직업군에서 민간조사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나.
"일단 기업의 리스크 관리 분야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법무와 인사, 준법감시, 감찰, 인수합병(M&A), 보안 등의 업무에서 특히 활용도가 높다. 또 보험범죄 분야에서도 활동 가능하다. 제자 중에 수사기관 사이버수사대에 특채돼 근무 중이거나, 법률사무소 회계부정조사 파트에 채용돼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이들이 바로 그런 경우다."
Copyright ⓒ 시사저널(http://www.sisajournal.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