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시베리아 '지구온난화 탓'
[경향신문]
지난해 여름 시베리아는 대규모 산불에 시달렸다. 같은 해 7월부터 9월까지 한국 넓이의 3분의 1인 약 300만㏊의 산림이 잿더미가 됐다. 유럽에 밀어닥친 폭염이 시베리아에까지 영향을 주며 숲을 마른 장착처럼 만든 것이다. 코로나19로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었지만 올해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2년 연속으로 북극권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소속 과학기구인 ‘코페르니쿠스 대기 모니터링 서비스(CAMS)’에 따르면 올해 7월 초순까지 집계된 산불 규모는 이미 지난해 같은 시기의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산불의 위력은 산림이 탈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증명한다. WMO에 따르면 ‘역대급 규모’로 불렸던 지난해 6월 북극권 산불로 이산화탄소 53Mt(메가톤)이 방출됐는데, 올해 6월에는 이를 뛰어넘은 56Mt이 나왔다. CAMS에서도 같은 측정 결과가 나왔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배출된 탄소량은 CAMS가 지난 18년간 같은 시기에 측정한 자료 가운데 가장 많았다.
산불의 영향은 숲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시베리아 도시인 야쿠츠크, 유고르스크, 소베츠크 등에선 산불로 인한 연기가 시내를 뒤덮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마크 패링턴 CAMS 수석과학자는 “7월과 8월은 산불이 잘 꺼지지 않는 시기”라며 “앞으로 몇 주 동안 북극에서 화재가 더 격렬하게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과학계는 꾸준히 이어지는 지구온난화를 잇따른 산불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전체 기온이 약 1도 오르는 동안 북극 주변은 2도 이상 올랐다”며 “폭염과 산불이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위기 상황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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