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EU, 사상 최악 '마이너스 성장률'..글로벌 경기 회복에 드리운 '먹구름'
2차 유행 땐..3분기에도 암울
IT공룡, 언택트에 '깜짝 실적'
[경향신문]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경제적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2분기(4~6월)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이 일제히 역대 최악을 기록했다. 나라별로 천문학적인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성적표인 데다 코로나19는 갈수록 확산되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전망도 어두운 실정이다.
30~31일(현지시간) 2분기 성장률을 발표한 주요국은 대부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악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1분기(1~3월)에도 코로나19의 여파가 컸지만, 팬데믹의 타격이 경제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2분기는 그만큼 피해가 더 컸다.
미국은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32.9%(연율 환산·전 분기 대비)로 1947년 상무부가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이후 73년 만에 분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종전 기록인 1958년 2분기(-10%)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4분기(-8.4%)의 3~4배에 이르는 GDP 감소폭이었다.
‘유럽 경제의 엔진’으로 불리는 독일도 전 분기 대비 -10.1% 성장률을 기록했다. 프랑스 -13.8%, 스페인 -18.5% 등 코로나19가 휩쓸고 간 경제대국 모두 사정이 비슷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 회원국) 전체로는 전 분기 대비 GDP가 -12.5%를 나타냈다. 이 또한 유럽연합(EU) 통계국인 유로스타트가 집계를 시작한 199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이는 지난 3월부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시작한 강도 높은 봉쇄조치에 따른 것으로 대체로 시장 전망치와 엇비슷한 수준이었다. 문제는 3분기는 물론 그 이후까지 경제가 살아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점이다.
‘사상 최악을 기록한 2분기보다 더 나빠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지만, 돌파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6월부터 미국과 브라질 등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자 코로나19가 다시 폭증했고, 이로 인해 일부 지역에서 다시 봉쇄령을 내리는 등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쉽지 않다.
악화된 ‘고용 지표’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3월 말 이후 줄어들던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7월 셋째주부터 2주 연속 증가하고 있다. 일터에 속속 복귀했던 사람들이 다시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아마존·애플·페이스북 등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은 예상을 뛰어넘는 ‘2분기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상생활 대부분을 온라인에 의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마존은 전년 대비 매출액이 40% 급증했고, 페이스북과 애플도 각각 11% 매출이 증가했다. CNN방송은 “최악의 경제 상황에서 IT 공룡들의 실적 호조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의 ‘극과 극’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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