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배수로가 '개구멍'..헤엄쳐 75분 만에 5km 거리 북한으로

유영규 기자 2020. 7. 3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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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페트병의 부력을 이용해 한강을 건너왔던 탈북민 김 모(24) 씨는 북한으로 다시 넘어갈 때도 '헤엄 월북'을 택했습니다.

그러나 김 씨가 18일 월북한 시점부터 26일 북한이 이를 보도하기 전까지 일주일 넘게 월북자 발생 사실 자체를 몰랐던 군은 김 씨를 놓치고 나서야 연미정 배수로 인근에서 김 씨가 버리고 간 백팩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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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페트병의 부력을 이용해 한강을 건너왔던 탈북민 김 모(24) 씨는 북한으로 다시 넘어갈 때도 '헤엄 월북'을 택했습니다.

오늘(31일)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씨는 이달 18일 오전 2시 18분쯤 택시를 타고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에서 내렸습니다.

하차 후 연미정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물론 월북을 위해 배수로로 이동하는 장면도 인근 소초 위병소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습니다.

당시 깊은 밤이었기 때문에 200m 떨어진 민통선 초소에서는 택시 불빛이 육안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초소 근무자는 김 씨에게 다가가 확인하거나 상부 보고 등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도 마을 주민들이 새벽 시간에 종종 택시를 이용하기에 특이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합참의 설명입니다.

합참이 위병소 CCTV 등을 토대로 재분석한 결과, 김 씨가 배수로로 이동해 이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 분 정도입니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배수로와 소홀한 감시망 '덕분'이었습니다.

가로 1.84m, 세로 1.76m, 길이 5.5m인 배수로에는 10여 개의 수직 형태 철근 장애물과 바퀴 형태의 윤형 철조망 등 장애물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습니다.

하지만 김 씨가 163cm, 54kg의 왜소한 체격이어서 탈출이 수월했다는 합참의 당초 설명과 달리 배수로 철근 구조물은 낡고 훼손돼 '보통 체구의 사람'도 통과가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철근 구조물의 일부 간격은 35∼40cm 정도까지 벌어져 있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당시 배수로는 성인 무릎 높이 정도까지 물이 차올랐을 것으로 합참은 추정했습니다.

이 배수로에는 CCTV도 없었고 하루 두 번씩 점검해야 하는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배수로를 통과한 김 씨가 한강에 입수한 시각은 오전 2시 46분쯤입니다.

이후 조류를 타고 헤엄쳐 무인도인 김포 유도 인근을 거쳐 약 75분만인 오전 4시쯤 개성시 개풍군 탄포 지역 강기슭에 도착했습니다.

연미정에서 직선거리로 약 5㎞ 떨어진 지점입니다.

심야였고 감시장비 화질 등 한계로 장비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군은 3년 전 김 씨가 귀순 당시 페트병 부력을 이용해 헤엄쳐왔던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구명조끼 등 수영 장비를 착용하고 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는 김 씨가 북한 지역 도착 후 육지로 올라가는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이후 4시 40분쯤 김 씨가 걸어가는 장면도 TOD 영상에 남았습니다.

깊은 밤이라 식별이 쉽지 않았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와 달리 TOD 영상에는 상대적으로 김 씨의 뒷모습이 뚜렷하게 잡혔지만, 당시 TOD 운용병은 이를 북한 주민으로 오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김 씨는 월북 전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월북 하루 전인 17일 오후 6시 30분쯤에서 7시 40분 사이 교동도와 강화도 해안도로를 방문한 정황이 검문소 및 방범 CCTV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사전에 지형정찰을 한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 씨가 18일 월북한 시점부터 26일 북한이 이를 보도하기 전까지 일주일 넘게 월북자 발생 사실 자체를 몰랐던 군은 김 씨를 놓치고 나서야 연미정 배수로 인근에서 김 씨가 버리고 간 백팩 가방을 발견했습니다.

가방 안에는 김 씨 명의 통장과 성경책, 비닐 랩, 구급약품 등이 있었다고 합참은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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