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배수로가 '개구멍'..헤엄쳐 75분 만에 5km거리 북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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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페트병의 부력을 이용해 한강을 건너왔던 탈북민 김모(24) 씨는 북한으로 다시 넘어갈 때도 '헤엄 월북'을 택했다.
그러나 김씨가 18일 월북한 시점부터 26일 북한이 이를 보도하기 전까지 일주일 넘게 월북자 발생 사실 자체를 몰랐던 군은 김씨를 놓치고 나서야 연미정 배수로 인근에서 김씨가 버리고 간 백팩 가방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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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가 입수 전 버린 가방엔 '성경책·통장·구급약품'
(서울=연합뉴스) 정빛나 기자 = 3년 전 페트병의 부력을 이용해 한강을 건너왔던 탈북민 김모(24) 씨는 북한으로 다시 넘어갈 때도 '헤엄 월북'을 택했다.
31일 합동참모본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씨는 이달 18일 오전 2시 18분께 택시를 타고 강화도 월미곳에 있는 정자인 연미정에서 내렸다.
하차 후 연미정으로 올라가는 모습은 물론 월북을 위해 배수로로 이동하는 장면도 인근 소초 위병소의 폐쇄회로(CC)TV에 찍혔다.
당시 깊은 밤이었기 때문에 200m 떨어진 민통선 초소에서는 택시 불빛이 육안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초소 근무자는 김씨에게 다가가 확인하거나 상부 보고 등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마을 주민들이 새벽 시간에 종종 택시를 이용하기에 특이하게 판단하지 않았다는 게 합참의 설명이다.
합참이 위병소 CCTV 등을 토대로 재분석한 결과, 김씨가 배수로로 이동해 이를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여분 정도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배수로와 소홀한 감시망 '덕분'이었다.
가로 1.84m, 세로 1.76m, 길이 5.5m인 배수로에는 10여개의 수직 형태 철근 장애물과 바퀴 형태의 윤형 철조망 등 장애물이 이중으로 설치돼 있다.
하지만 김씨가 163cm, 54kg의 왜소한 체격이어서 탈출이 수월했다는 합참의 당초 설명과 달리 배수로 철근 구조물은 낡고 훼손돼 '보통 체구의 사람'도 통과가 가능한 상태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구조물의 일부 간격은 35∼40cm 정도까지 벌어져 있었다고 합참은 전했다.
당시 배수로는 성인 무릎 높이 정도까지 물이 차올랐을 것으로 합참은 추정했다.
이 배수로에는 CCTV도 없었고 하루 두 번씩 점검해야 하는 매뉴얼도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배수로를 통과한 김씨가 한강에 입수한 시각은 오전 2시 46분께다.
이후 조류를 타고 헤엄쳐 무인도인 김포 유도(留島) 인근을 거쳐 약 75분만인 오전 4시께 개성시 개풍군 탄포 지역 강기슭에 도착했다. 연미정에서 직선거리로 약 5㎞ 떨어진 지점이다.
심야였고 감시장비 화질 등 한계로 장비의 도움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군은 3년 전 김씨가 귀순 당시 페트병 부력을 이용해 헤엄쳐왔던 전례를 볼 때 이번에도 구명조끼 등 수영 장비를 착용하고 갔을 개연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의 열상감시장비(TOD)에는 김씨가 북한 지역 도착 후 육지로 올라가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후 4시 40분께 김씨가 걸어가는 장면도 TOD 영상에 남았다.
깊은 밤이라 식별이 쉽지 않았던 근거리 및 중거리 감시카메라와 달리 TOD 영상에는 상대적으로 김씨의 뒷모습이 뚜렷하게 잡혔지만, 당시 TOD 운용병은 이를 북한 주민으로 오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씨는 월북 전 치밀하게 사전 준비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월북 하루 전인 17일 오후 6시 30분께에서 7시 40분 사이 교동도와 강화도 해안도로를 방문한 정황이 검문소 및 방범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사전에 지형정찰을 한 것으로 군은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김씨가 18일 월북한 시점부터 26일 북한이 이를 보도하기 전까지 일주일 넘게 월북자 발생 사실 자체를 몰랐던 군은 김씨를 놓치고 나서야 연미정 배수로 인근에서 김씨가 버리고 간 백팩 가방을 발견했다.
가방 안에는 김씨 명의 통장과 성경책, 비닐 랩, 구급약품 등이 있었다고 합참은 전했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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