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비호' 위한 다수당 독주..협치 실종, 정치 불신만 초래 [뉴스분석]

박홍두 기자 2020. 7. 30.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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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주하는 여당

[경향신문]

임대차보호법 통과…기뻐하는 김태년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을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이 통과된 뒤 이광재 의원과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권 내에서도 ‘쓴소리 봇물’
조기숙 “박근혜 정부 데자뷔”
노웅래 “다수결 폭력도 문제”

21대 국회 초반전이 거대 여당의 ‘독주’로 일단락됐다. 더불어민주당은 176석의 힘으로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동산 입법을 처리하고 권력기관 개혁의 입법전에도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야 토론 등 민주적 국회 운영 방식은 무시하며 일방적인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제1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속수무책 상황에 빠졌다. 하지만 개원 협상부터 여당 독식 프레임만 강조하며 견제와 대안 역할을 스스로 포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대야소’ 국회의 예견된 모습이 현실화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문제는 21대 국회 내내 협치 실종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민주당은 지난 28일부터 상임위 법안심사 논의를 하면서 강행 처리 공세에 나섰다. ‘상임위 소위 구성 생략’ ‘서면 동의서를 통한 법안 상정’ ‘민주당 의원 법안만 핀셋 상정’ ‘업무보고보다 앞서 법안 심사’ ‘협의 안 될 시 기립표결 강행’ 등 속전속결 전략이 동원됐다. 야당이 반발하자 요식적인 토론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사실상 심의 과정은 생략한 것이다.

강행 처리한 법안은 대부분 ‘청와대발 의제’였다. 부동산 대책에 대한 후속 입법인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후속 입법 등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역점 사안들이다. 민주당의 독주가 정권에 대한 ‘과도한 비호’라는 평가가 나온 까닭이다.

법안 처리뿐 아니라 지난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를 촉구한 것도 마찬가지다.

최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이고, 청와대가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감사위원에 임명하려 하자 ‘친정부 성향 인사’라며 거부했다고 알려졌다. 여권 지지층의 최 원장 비판 여론에 여당이 동조한 셈이다.

21대 총선 결과가 여대야소라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만들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이 나온다. 집권여당의 책임감만 있을 뿐 입법부를 대표하는 다수당으로선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권 내에서도 쓴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불교방송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을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소수의 물리적인 폭력도 문제지만 다수의 다수결 폭력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 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공세를 “박근혜 정부 데자뷔”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양건 전 감사원장이 대통령 측근 인사의 감사위원 제청을 거부하자 청와대 외압으로 자진사퇴한 것과 비슷한 국면이라고 본 것이다.

통합당은 ‘반대’와 ‘보이콧’으로만 응수하고 있다. 장외투쟁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여론의 냉기류로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고 있다.

21대 국회 내내 이 같은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상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가 반복되면 의회 민주주의는커녕 정치 불신만 커질 수 있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여당이 상임위 위원장을 독식했다고 해도 야당의 합리적 의견을 듣는 토론 정치를 하지 않는 ‘독식 운영’은 국민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라며 “야당 역시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견을 내고 적극적으로 상임위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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