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원순이 쓴 한강대교 '자살예방문구' 서울시가 지웠다

원우식 기자 2020. 7. 3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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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와 동작구 본동을 잇는 한강대교의 난간에 자살방지문구가 쓰여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쓴 문구는 지난 27일 서울시가 지웠다./원우식 기자

“우리, 맘 잡고 다시 해 보아요. 행운은 잠시 쉬고 있을 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3년 한강대교 난간에 쓴 ‘자살예방문구’다. 그런데 박 시장이 비서 성추행 의혹을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자 서울시가 최근 박 시장의 자살예방문구를 지운 것으로 확인됐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자살예방문구’를 보기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27일 한강대교에 있는 박원순 시장의 자살예방문구를 지웠다”고 본지에 밝혔다. 이 관계자는 “박 시장의 문구를 보기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왔다”면서 “자살예방문구의 실효성 문제도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 자살예방문구를 전부 지우고 펜스를 높일 계획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강대교의 자살예방문구는 2013년 11월에 설치됐다. 2012년 서울시는 한강 다리 중 투신율 1위인 마포대교 난간에 시민 공모로 받은 ‘자살예방문구’를 써넣는 프로젝트로 해외 광고제에서 37개의 상을 받은 후, 2013년 한강대교 난간에도 자살예방문구를 넣었다.

시민들이 직접 쓴 마포대교 문구와 달리 한강대교에는 44명의 사회 명사들이 만든 문구가 들어갔다. ‘우리, 맘 잡고 다시 해 보아요. 행운은 잠시 쉬고 있을 뿐입니다’(박원순 서울시장) ‘힘들 땐 가만히 눈을 감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어주세요. 나는 어떤 사람인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체조선수 손연재) ‘당신이 생각하는 내일은 생각보다 괜찮을 거에요’(배우 하정우) 등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에 쏟아진 대중들의 찬사와는 별개로 자살예방문구가 현실적으로 자살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비판도 꾸준히 따라왔다.

2012년 마포대교에서 투신을 시도한 사람은 15명이었는데, 2013년 93명, 2014년 184명으로 문구가 들어간 이후 오히려 투신시도자는 증가했다. 그러나 2016년 마포대교의 난간 높이를 기존 1.5m에서 2.5m로 높이자, 2016년 211명이던 투신 시도자가 2017년 163명, 2018년 148명으로 감소했다. 추상적인 문구보다는 물리적으로 펜스를 높이는 것이 투신 시도를 줄이는데 더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결국 2019년 서울시는 자살예방문구가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 하에 시민들이 쓴 마포대교 문구를 모두 삭제했다. 다만, 명사들이 쓴 글귀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들어 한강대교 문구는 지우지 않고 놔두고 있었다.

그러나 박 시장의 자살예방문구가 지워진 것을 시작으로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한강대교 문구도 전부 지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울시 관계자는 “한강대교도 안전난간을 높이는 용역을 진행 중이며, 올해 말 까지는 문구를 전부 지울 계획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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