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권 "'제이미'로 카타르시스..이젠 젠더리스가 내 무기"
빨간 하이힐 신고 드랙퀸 변신 호평
"아닌척 했는데 최지우·태연 닮았다 하면 좋아"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젠더리스(genderless·성과 나이를 파괴하는 경향)가 제 무기예요. 예전에는 중성적인 이미지가 두려웠거든요. 여자 닮았다고 하면 아닌 척도 했어요.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최지우 선배님, 태연 씨를 닮았다고 하면 좋아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거죠. 젠더리스 시대에 앞으로 제가 롱런할 수 있는 무기죠."
29일 오후 서울 대치동에 위치한 공연홍보사 창작컴퍼니다에서 만난 조권은 '제이미' 그대로였다. '여장남자' 끝판왕을 보이고 있는 뮤지컬 '제이미'의 주인공 '제이미'를 맡아 공연중이다.
지난 4일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제이미'는 제이미가 하이힐을 신고 춤을 추는 모습이 압권이다. 2011년 영국 BBC에서 방영된 다큐멘터리 '제이미: 열여섯 살의 드랙퀸'을 뮤지컬로 옮겼다. 2017년 영국 셰필드에서 초연했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선보이고 있다.
조권은 이 뮤지컬에 캐스팅됐을 때부터 역할 그 자체라는 평을 들었다. 2012년 6월 발매한 첫 솔로 앨범 '아임 다 원'에서 수록곡 '애니멀' 무대를 꾸밀 때 하이힐을 신은 파격을 감행했다. 그의 롤모델은 그로테스크한 패션 감각과 뛰어난 음악성을 겸비한 미국 팝스타 레이디 가가다.
조권은 "드래그 퀸이 있듯이 드래그 킹(성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남성적인 드랙을 수행하는 사람)도 있어요. 걸리시한 남성이 있듯, 보이시한 여자도 있죠. 남성분들도 뷰티에 관심도 많고, 시대가 변할수록 제이미를 많은 관객들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거예요"라고 말했다.
조권은 한 때 '깝권'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됐다. 하지만 자신의 끼를 용감하게 드러낼 줄 아는 그의 모습은 이유 없는 혐오가 난무하는 현실에 맞서는 '제이미' 그대로였다.
조권이 활동한 2AM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몸 담기도 했었는데, 방시혁 빅히트 의장은 조권에게 비슷한 맥락을 말을 건넨 적이 있다.
조권이 2012년 첫 솔로 앨범을 준비할 당시 방 의장은 그에게 물었다. "완전히 상업적인 것으로 갈래? 아니면 너가 하고 싶은 거 할래?" 한 때 예능으로 대중적인 인지도가 컸던 조권이지만, 레이디 가가처럼 하고 싶은 걸 하고 싶다고 답했다.
그러자 방 의장은 당시 이렇게 말했다. "권아, 형 말 잘 들어. 잔잔한 호수에 조각을 던지면 파장이 일어나. 근데 오래 걸리 거야." 방 의장은 조권에서 첫 하이힐을 선물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권은 시대가 점점 변화하고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애니멀'은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이 피처링한 곡으로, 방탄소년단이 최근 세계적인 수퍼스타로 떠오르면서 '애니멀'도 뒤늦게 역주행,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물론 방탄소년단 덕을 크게 봤지만 '애니멀'이 이렇게 알려진 다는 것이 기분이 좋아요. 우리나라도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이라도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거든요. '제이미'를 보시고 '조권과 한 시대에 가치 사는 것이 행복하다' '조권의 제이미를 보다니 기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참 뿌듯했어요."
뮤지컬에 모티브를 준 제이미 캠벨이 조권을 비롯한 한국의 제이미들에게 '세상의 모든 제이미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했을 때 사명감을 느끼기도 한 이유다. "타인의 삶에 빙의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참 빛나는 직업이라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이에요. 그런데 제이미 캠벨에게 이야기했죠. 만약에 '제이미'라는 뮤지컬이 없었으면 '조권'이라는 제목으로 생겨났을 거라고. 하하."
조권이 이달 초 '제이미' 프레스콜에서 밝혔던 것처럼 평소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온 조권은 군 복무 중에도 '제이미' 오디션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오후 10시가 취침 시간이라 잠자리에 들어 '내적 댄스'와 마음 속으로 넘버 가사와 대사를 달달 외워갔고, 전신 거울이 없으니 커피포트에 본인 모습을 비추어 가면서 연습을 했다고 여러 차례 말해왔다.
살면서 과연 다시 이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휩싸일 정도로 '제이미'가 인생 캐릭터처럼 여겨졌기 때문이다.
2001년 SBS TV '영재발굴단'의 '영재육성프로젝트 99%의 도전'을 통해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이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에 몸 담게 됐을 때, 군 복무 도중 뮤지컬 '신흥무관학교'에 출연하게 됐을 때와 함께 '제이미' 오디션을 조권은 지금까지 인생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지난 2013년에 출연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가 뮤지컬 데뷔작이었으니 1년에 한 작품씩 출연을 하고 있다. 2시간30분의 러닝타임에서 헤롯왕이 출연하는 시간은 3분20초에 불과했지만, 환락을 즐기며 지저스를 비웃는 냉소적인 유대의 왕은 신 스틸러였다.
"짧은 분량이지만 나오는 순간만으로 다 잡아먹겠다는 마음으로 임했죠.많은 아이돌들이 뮤지컬에 도전하는 시기였어요. 당시 뮤지컬을 원래 좋아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 생각 없이 뮤지컬에 출연하는 아이돌에게 일침을 가하기도 했죠. 실력이 없어서 다른 아이돌까지 욕 먹게 하고 불똥이 튀게 한다고. 그래서 저도 선뜻 뮤지컬에 도전을 못하고 있었거든요. 헤롯은 그런데 신 스틸러이자 킬링 포인트를 보여주는 파트라 용기를 냈어요.이지나 연출님이 많은 것을 도와주셨었죠."
인기와 실력을 겸비했으나 트러블 메이커로 각종 사고를 치는 '프리실라'의 신세대 게이 '아담' 역시 조권이 잘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우리나라는 뭐든 사람들이 적응을 할 때까지 계속해야 해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도 개막 전에 욕을 많이 먹었는데 막상 뚜겅이 열리니까 많은 분들이 저의 헤롯을 좋아해주셨죠. 이후 쭉 뮤지컬을 하다가 이번 '제이미'가 8번째 작품인데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빨간 하이힐'에 설레하는 제이미는 아빠와 헤어진 엄마와 살아가지만 구김살이 없다. 자신을 언제나 응원해주는 엄마 '마가렛'과 이모 '레이', 무슬림 출신의 우등생 친구 '프리티'가 있기 때문이다.
조권 역시 모친의 든든한 응원에 힘 입었다. "엄마가 묵묵히 지원을 해주셨어요. 엄마가 '제이미' 첫 공연을 보러 오셨는데, 관람하시고 눈이 퉁퉁 부으셨어요. 첫 장면부터 슬펐고 제이미가 (드랙퀸인) '나나나'로 변신한 뒤 학생들이 '꺼지라'고 외치는 장면에서는 가슴이 너무 아프셨다고 했어요. '진짜 전쟁터에 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드셨다고 하시더라고요. 마가렛을 맡으신 최정원 선배님이 엄마를 보고 '한국판 마가렛' 같다고 하셨어요. 저 역시 눈물이 나더라고요."
조권은 사실 20대 때는 타인의 시선에만 갇혀 살았다고 돌아봤다. "2AM 모습도 그렇고, 예능 출연 모습도 그렇고 남의 시선에 만족을 시키기 위해 살아 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챕터 3에 접어든 30대 때는 제가 하고자 하는 것, 조권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너무 감사해요."
군대를 다녀오고 '제이미'에 출연 중인 뭔가 초연해진 느낌이 든다. "제이미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요"라며 그런 해석을 수용했다.
"실존 인물인 제이미 캠벨의 태도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극 중에서도 제이미가 '맞아 나 게이'라는 말로 시작하잖아요. 하이힐을 신고, 하이킥을 날릴 때가 가장 떨려요. 제 직업 특성상 가십은 업보라고 생각하는데, 진짜 없던 일을 마치 있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건 억울하죠. 그럴 때 소신을 말하는데, 제이미의 당당함과 쿨함이 저랑 비슷하게 느껴져요. 그런데 제이미는 열일곱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용기와 자신감이 더 대단하죠. 그래서 이번 '제이미'로 뮤지컬에 데뷔한 (뉴이스트) 렌이랑 (아스트로) 엠제이(MJ)에게도 이야기해요. '제이미'를 첫 뮤지컬로 만난 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요."
극 중에서 제이미를 혐오하는 딘처럼 세상의 다른 것에 대해 혐오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
"남녀든, 성소수자든, 장애인이든, 다문화가정 사람이든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이 많잖아요. 생김새, 걸음걸이가 다 다르고 여자라고 꼭 머리카락이 길거나 남자라고 화장하지 말라는 법은 없죠. 여성이 꼭 하이힐을 신어야만 하고 남성은 꼭 축구화만 신을 필요도 없죠. 그렇지 않아도 사람을 존중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긍정의 아이콘으로 칭해도 무리가 없지만 조권도 물론 힘든 때가 있었다. 특히 스물여덟 살 무렵 회사를 옮기고, 운영하던 카페를 접고, 강아지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어머니가 편찮으시고, 군대 문제도 겹치면서 무척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하루에 스케줄이 열 두개인 것은 상관 없어요. 정신적으로 힘든 일들이 파도처럼 밀려오니 정신이 없었어요. 30대가 되고 새로운 챕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이미지가 소비될 수 있는 예능도 일부러 쉬기도 했죠. 제이미로 이렇게 힐 신으며 즐겁게 일하고. 리아킴과 멋있게 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죠. 근데 어르신들은 TV에 안 나오니까 궁금해하시더라고요. 2AM의 구남친 노래도 불러야죠. 그래서 이제 눈치 보지 말고 뭐든 열심히 하려고요. 걸그룹 춤도 열심히 추고, 제이미도 열심히 하고요. 뭐든 열심히 하면 예쁘게 봐 주신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뮤지컬 '체스'를 통해 40대 유부남에 비운의 캐릭터를 맡는 등 한 때 변신도 꾀했던 조권이지만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이미', '킹키부츠', '헤드윅', '렌트' 같이 개막이 예고되면 조권이 떠오를 수 있는 작품들에 출연하고 싶어요. 그런 작품에 빠질 수 없는 인물이 되고 싶은 거죠. 잘하고 싶은 것을 이제 잘 하고 싶어요."
'제이미'가 끝나면 당분간 허전할 거 같지만 그래도 조권의 삶은 이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호주 싱어송라이터 겸 배우로 성소수자인 트로이 시반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솔로 음반을 작업하고, 유튜브를 통해 댄서들과 작업한 영상도 공개한다. 내년에는 2AM 새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다.
지금은 세상을 힘겹게 살아내는 많은 이들과 세상을 공유하고 있다. "제게 많은 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요. 저의 소신 발언과 행동으로 '힘을 많이 받아요' '삶의 낭떠러지에서 힘을 얻었어요' '제이미를 보고 용기를 얻었어요' 등의 내용이죠."
그런 응원의 메시지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이들로부터 힘을 받는다는 조권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사람은 본인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0번이 돼야 한다"고 여겼다. "그래야 이 힘든 삶에서 버틸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모든 사람이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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